[인터뷰] ‘도가니’ 황동혁감독이 3년만에 ‘수상한 그녀’로 나타난 이유
[인터뷰] ‘도가니’ 황동혁감독이 3년만에 ‘수상한 그녀’로 나타난 이유
  • 김보희
  • 승인 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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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했다. ‘도가니’ 관객에게도 나에게도”
‘수상한 그녀’로 첫 코미디 영화에 도전한 황동혁 감독.

【인터뷰365 김보희】 그가 수상하게 돌아왔다. 2011년 광주의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를 연출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황동혁(43) 감독이 3년 만에 180도 다른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를 내밀었다.
황 감독은 그동안 ‘도가니’를 비롯해 입양된 아들과 사형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마이 파더’(2007) 등을 연출했다. 사회적 메시지 위주로 영화를 만들던 황 감독이 갑작스럽게 상업 코미디 영화를 들고 나타난 일은 ‘수상하기’ 그지없다.
그의 새 영화 ‘수상한 그녀’는 욕쟁이 칠순 할매(나문희)가 사진관에서 영정 사진을 찍은 후 꽃다운 스무살 처녀 오두리(심은경)로 돌아가면서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휴먼 코미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 역시 “제가 코미디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돈이 급한가’ ‘결국 저 사람도 상업적으로 변하는구나’라는 편견으로 바라볼까봐 가장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영화 제목이 수상하다. 왜 ‘수상한 그녀’로 했나.
원래 제목은 ‘지미’였다. 배우 김지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주인공이 가장 예쁜 배우로 꼽는 김지미였는데 초상권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돼서 오드리 헵번으로 바꿨다. 그래서 ‘지미’라는 제목을 못 쓰게 됐다. ‘오드리’라는 제목도 생각해 봤는데 아닌 것 같아 보편적인 흥미를 가진 ‘수상한 그녀’로 정했다. 100%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다.

나문희 박인환부터 심은경까지 캐스팅은 어떻게 했는가.
처음 시나리오에는 ‘오드리’가 쭉쭉 빵빵 글래머로 설정돼 심은경 양을 생각 못했다. 하지만 내용상 할머니스러움을 살리다보니 섹시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그 때 심은경 양이 떠올랐고, 심은경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다시 각색하니 더 재밌어졌다. 이후 미국에서 유학중인 은경에게 러브콜을 보내 함께 작업하게 됐다.
나문희 선생님은 예전에 같이 영화를 하기로 했는데 투자가 엎어져서 못하게 된 적이 있었다. 이번 작품이 딱 맞아 제안을 드렸다. 박인환 선배님도 캐스팅 1순위였는데 승낙해 주셨다.

다양한 나이대 배우들의 조합이라 힘들지 않았나.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특히 박인환 선배님과 은경 양의 케미는 환상이었다.

극 중 나문희와 심은경은 동일인물인데 어색하지 않다. 싱크로율은 어떻게 맞췄나.
캐스팅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두 사람의 이미지가 묘하게 닮아 놀라웠다. 여기에 서로를 따라 하기보단 영화적인 장치로 특징 몇 개를 부여해 같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줬다. 예를 들어 처음 시나리오 상에는 사투리가 없었지만 말투에 동일함을 주기 위해 사투리를 넣어 센 발음보다는 ‘아따’ ‘으메’ ‘아이고’ 등 추임새를 자주 쓰게 했다. 또한 머리 스타일이나 우산을 지팡이로 사용하는 등 소품을 이용했으며, 8자 걸음을 하게 했다.

주인공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옛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데. 특별히 이런 설정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초고부터 해놓은 설정이다. 제작사 대표님이 아는 어머니 중에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집안의 반대 때문에 한 평생 가수의 꿈을 마음에 담고 사셨다고 하더라. 그것이 우리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노래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추자 씨의 노래로 전곡이 설정되어 있었다. 이유는 과거에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김추자 씨가 노래를 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가 직접적이고 부르기가 어려웠다. 또 은은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 ‘님은 먼곳에’ 등 김추자의 노래를 ‘봄비’ ‘빗물’ 등으로 바꿨는데 다행히 오말순과 잘 맞아떨어졌다.

영화 속 고부이야기는 실제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 들었다.
아버지가 5살 때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할머니는 서로 의지하며 사셨다. 어머니 말씀이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할머니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셨다고 하는데, 지금 할머니가 96세과 어머니가 67세이다. 오랜 시간 같이 살다보니 모녀사이 같다. 나 역시도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자라 관계가 각별하다. 내 영화에는 항상 할머니가 특별출연해 주신다. ‘도가니’에도 출연하셨고, 이번 영화에서도 목욕탕 장면에 출연하셨다.

감독으로서 애착이 가는 장면을 꼽는다면.
제일 고생한 것은 수영장 장면이다. 케리비안 파도풀이 촬영이 불가능한 장소인데 배우 제작진 물 엄청 마시고 울고 불며 하루를 꼬박 찍었다. 힘든 촬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문희 선배님이 틀니를 매일 아침 끼는 장면과 물 컵에 틀니가 담긴 컷이 좋다. 실제 할머니의 매일 아침 일과이며, 내가 본 노인의 하루는 틀니를 끼는 것에서 시작해 잘 때 빼는 것으로 끝난다.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수상한 그녀’를 보고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는가.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는 달리 메시지를 주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며 남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생각나 전화 한 통 하게 되면 더욱 좋고.

만약 영화에서처럼 스무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총체적으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연애를 실컷 하던지 아니면 음악을 해보고 싶다. 노래는 타고 나야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작곡을 해보고 싶다. 영화가 끝나면 도전해 볼 생각이다.

심은경, B1A4 진영, 나문희 등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황동혁 감독.

‘도가니’ 이후 상업 코미디 영화를 선택해 놀랐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에게 1순위는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의 메시지가 파장이 커지고 외적인 것에 시달리니 순수한 즐거움이 사라지더라. ‘도가니’ 이후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내 자신이 힐링이 필요했다. 이 영화는 ‘도가니’를 보신 관객들에게도, 나에게도 힐링 영화다.

코미디 영화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 어떤 점이 다른가.
예민한 이야기를 다루면 촬영장이 신경이 곤두선 느낌이 있는데, 코미디 영화는 웃으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 또 사회적인 드라마는 관객들이 심오하게 봐서 어떤 느낌으로 보는지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는 웃는 것이 다 보이니까 즉각적인 반응을 알 수 있다.

지난 이야기를 좀 듣자. 서른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너무 늦은 것 아니었나.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쓰던 중 생각을 했는데... 친구들끼리 모여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촬영하는 것이 제일 즐거웠다.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른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완전 미친 거다.(웃음) 남들은 취업해서 돈을 버는 시기에 어머니가 지원해주신 돈으로 1년 반 살고,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며 36살에 대학(남캘리포니아대(USC) 졸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때 졸업논문으로 제출한 작품이 ‘기적의 도로’다.

‘기적의 도로’는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 청년의 이야기다. 데뷔작 ‘마이파더’도 그렇고,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연이어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막내고모가 집안 사정으로 입양을 갔다. 이후 20살 때 고모가 돌아와 할머니와 만났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린 시절 그 장면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 것 같다.

그러고보면 황 감독의 작품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웃음) 아마도 내 안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 같다. 5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계를 어머니가 책임지시다 보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내가 미혼이다 보니 더 그런 부재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결혼을 하면 바뀔지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 ‘변호인’이 현재 1천만 관객을 넘었다. ‘도가니’를 연출한 감독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그렇잖아도 공유 씨와 만나 ‘우리가 하나의 장르를 만드는 것 같지 않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도가니’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관객들이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으며, 잠시 즐기는 팝콘 영화가 아니라 그 이후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반응한다는 것은 감독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앞으로 황 감독에게 어떤 영화를 기대하면 되겠는가.
개인적으로는 SF 스릴러, 초능력자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쓰다가 그만둔 시나리오가 있는데, 다시 써볼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도가니’를 보고 공포영화를 잘 찍을 것 같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악몽을 많이 꿔 공포는 싫어한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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