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뒤통수치는 좀비영화 ‘미스 좀비’ 사부 감독
[인터뷰] 뒤통수치는 좀비영화 ‘미스 좀비’ 사부 감독
  • 유이청
  • 승인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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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보는 세상은 흑백일 거라 생각했다”

'동경의 타란티노' 사부 감독.

【인터뷰365 유이청】16일 이제껏 보던 좀비영화와는 생판 다른 좀비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일본 사부 감독의 ‘미스 좀비’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 상영됐고,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잠시 말을 잊었다.


좀비영화를 본다면 취향이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기존의 잔인하거나 황당하거나 혐오스러운 좀비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사라 역으로 출연했던 고마츠 아야카의 말을 빌면 “좀비영화이긴 한데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좀비영화”이며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은 의미에서 뒤통수를 맞을 영화”다.


어느날 커다란 나무궤짝에 들어있는 여자 좀비가 배달된다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좀비 사라는 의사 집안에 하녀로 일을 하게 된다. 일한 대가로 과일 몇 개를 받아들고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은 돌을 던지고 청년들은 재미삼아 칼을 꽂는다. 의사를 비롯한 남자들은 사라를 범하며 욕정도 해소한다. 익사사고로 죽은 의사의 아들을 좀비로 살려내면서부터 사라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대사는 극도로 제한되고 강렬한 햇빛과 깊은 그늘은 흑백영화여서 더욱 강한 콘트라스트를 이룬다.


‘미스 좀비’를 만든 사부(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은 ‘동경의 타란티노’라 불리는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다. ‘탄환러너’ ‘포스트맨 블루스’ ‘먼데이’ 등 발랄한 액션영화들을 만들어오다가 1억여원의 저예산으로 단 5일 만에 ‘미스 좀비’를 완성했다.


‘뒤통수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을 위해 인터뷰365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사부 감독 인터뷰, 최근 인터뷰 영상 등을 종합, 재정리한 인터뷰를 싣는다.

좀비를 하녀로 부린다는 발상, 인간은 좀비화되고 좀비는 인간화된다는 발상이 신선한 영화 '미스 좀비'.

좀비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영화의 제작비는 1천만엔(약 1억6천만원)이다. 정해진 제작비 안에서 어떻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전부터 좀비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좀비는 일종의 기호다.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통용되니까. 좀비가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어떨까, 상처자국이 있는 좀비를 보통사람처럼 만나는 건 어떨까, 하는 발상이 ‘미스 좀비’의 모티브가 됐다.

그렇다면 다른 좀비영화와의 차별점을 든다면.
우선 보통 좀비는 남성적인 캐릭터다. 여성 좀비는 없었다. 그래서 여성 좀비를 등장시켰다. 일반적인 좀비영화에서는 좀비들이 점점 포악하게 변해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인간들이 점점 포악해져 간다. 또 좀비를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이 다른 좀비영화들과 다르다.

영화가 흑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작기간이 5일밖에 없었다. 그 안에 1천만엔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저렴해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에 신경을 많이 썼고, 아름다운 영상을 위해 모노톤을 사용했다. 그 덕에 미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부분이 커버됐다. 컬러로 보여졌으면 너무 티가 났을 흉터나 악조건인 날씨 등이 흑백으로 인해 많이 감춰졌다.

마지막에는 컬러로 전환된다.
여러 여건상 흑백을 사용했지만, 흑백은 좀비에게 참 잘 어울린다. 동물들은 흑백으로 세상을 본다고 하는데, 좀비는 인간보다 동물에 가깝기 때문에 좀비가 보는 세상도 흑백일 거라 생각했다. 죽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좀비가 인간적으로 되는 순간부터 점점 진한 컬러로 변한다. 좀비의 변화를 좀더 잘 드러내줬다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에는 거의 여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 사라 역에 신인인 고마츠 아야카를 캐스팅한 이유는.
예산이 적어 여배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사라 역은 대사도 없기 때문에 뛰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고마츠 아야카는 외모 등이 내가 생각했던 사라에 적합했다. 내 영화에는 늘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아야카는 체력이 매우 좋아 잘 달렸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

'미스 좀비' 사라, 그리고 사라를 연기한 고마츠 아야카.

사라가 시멘트 보도블럭을 수세미로 청소할 때 나는 소리, 여주인이 빗자루로 쓸 때 나는 소리 등이 인상적이다. 대사가 적은 대신 이런 소리들을 살린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영화를 효과음으로 몰아가 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난 원래 음악보다는 소리로 효과를 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수세미나 빗자루 소리는 같은 소리가 반복되어 최면효과가 있고 안정감을 준다. 그 평화로운 소리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사라의 분노나 슬픔도 그 소리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사라는 줄곧 고개를 숙이고 신발을 길게 끌며 걷는다. 그 소리는 수세미 소리와 비슷하다. 그 또한 의도한 것인가.
신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것은 원래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소리가 장소 때문에 수세미 소리와 비슷해졌다.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공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청년들이 사라의 어깨를 되풀이해서 찌르는 장면은 잔인하고 아프다. 날마다 더욱 강해지는 흉기로 같은 곳을 계속 찌른다는 설정을 어떻게 하게 됐나.

시나리오 쓸 때 이미 같은 곳만 계속 찌른다는 설정을 했다. 외적으로 내적으로도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사라의 어깨를 찌른 흉기도 처음 볼펜에서 칼까지 점점 폭력적으로 고조되어간다.

한마디로 이 작품을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조용하면서 강렬하고 예술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것도 보이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사부다운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여기고 있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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