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마표 김치찌개가 새삼스러워지는 영화 ‘만찬’ 김동현 감독
[인터뷰] 엄마표 김치찌개가 새삼스러워지는 영화 ‘만찬’ 김동현 감독
  • 유이청
  • 승인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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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은 감독 이전에 중년남자로 느끼는 것"

영화 '만찬' 시사회에 참석한 김동현 감독.

【인터뷰365 유이청】작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한 편의 독립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독립영화로서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돼 주목을 받은 김동현 감독의 ‘만찬’이다.


영화 ‘만찬’은 은퇴한 부부와 2남1녀 그리고 손자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구성인데, 이들이 하루하루 살아내야 할 시간들에는 소소한 일상과 생각지도 않은 파도가 넘나든다.

영화 ‘만찬’은 슬라이드처럼 가족의 일상이 보여진다. 가족 구성원이 각각 어떤 처지에 있는가는 넘어가는 화면 속에서 읽혀진다. 은퇴한 부모는 경제적으로 자식들에 의지하고 큰아들은 명퇴를 당하고 딸은 아이를 혼자 키우며 대학을 졸업한 둘째아들은 여전히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약간은 아마추어처럼, 그래서 오히려 현실감을 주는 노부부의 연기에 익숙해질 즈음 사건이 터진다. 대리운전을 하는 둘째아들이 실수로 고객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때부터 슬라이드처럼, 책장처럼 넘겨지던 영화는 돌연 긴장 감도는 줄거리를 갖게 된다. 형제가 사건을 은폐하고 딸은 고질병이던 심장병으로 돌연사 한다. 마치 흐르는 물을 가리고 있는 한겨울 얼음장처럼 사건들은 가려지고 가족의 일상은 회복된다. 다시 화면은 책장처럼 넘겨진다. 하지만 결말은 기다리고 있다.

영화 '만찬' 출연배우들과 함께.

‘만찬’은 1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극장 개봉 시동을 걸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김동현 감독은 우선 “5년 만에 발표하는 세 번째 작품”이라며 “생각보다 빨리 일반 관객들이 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장남 인철을 연기한 정의갑 역시 “흥분되고 떨린다. 작년 부산에서 봤을 때 기뻤다”고 감회를 밝혔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에 비유할 수 있겠다.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나.
김동현 감독 영화에 나타난 불안감은 감독 이전에 대한민국에 사는 중년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것이다. 명퇴, 황혼이혼 등 사회적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막다른 골목에 이른 느낌이다. 대한민국 중년으로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어느날 자고나니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랐다. 영화에 나타나는 불안은 어디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불안이다.

영화 ‘만찬’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은 장남인 인철이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해도, 명퇴를 당해도 별로 내색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해나간다. 동생이 살인사고를 쳤을 때도 법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다. 여동생이 남기고 간 조카까지 거두는 인철은 우리 부모세대가 원하고 기대는 바로 그 장남이다.

장남 역을 맡은 정의갑은 흡사 북한 병사에 어울릴 얼굴이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김동현 감독 영화를 만들 때마다 늘 오디션을 보는데 이번에는 어려웠다. 그래서 내 전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에게 수소문해서 정의갑을 캐스팅 했다. 얼굴이 북한군 병사처럼도 보이지만 인철도 보였다. 드라마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절제된 연기를 요구했는데, 시나리오를 읽혀 보니 좋았다.


정의갑 처음에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때는 감독님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사무실도 강북 외진 곳에 조그마해서 이런 곳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드나 했다. 후에 다시 감독님 연락을 받고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보니 힘이 있었다.

온식구가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는 '만찬' 장면.

영화 제목은 ‘만찬’이다. 만찬은 보통 식사와는 다르게 정성껏 차려지고 와야 할 사람들이 모두 식탁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엄마표 김치찌개를 먹는 행복한 ‘만찬’이 있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식구들의 행복한 과거 모습을 돌이켜 넣은 장면이다.

영화 제목을 ‘만찬’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동현 감독 시나리오상 만찬 장면은 없었다. 원래는 어머니가 생일에 남편으로부터 햄버거 선물을 받아서 ‘엄마의 햄버거’를 제목으로 했다. 하지만 장남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봐서 만찬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바꾸고 제목으로도 했다.

영화의 만찬(식구들의 식사) 장면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동현 감독 결과물이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나오거나 관객들이 해석을 달리 하는 경우는 흔하다. 만찬 장면도 그렇다. 나는 회상 장면으로 넣은 것인데 일부 관객들은 판타지로 여긴다. 그것도 틀린 것은 아니고 나도 새로운 느낌을 얻었다.

영화의 엔딩은 아름답다. 내용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화면이 아름답다. 인철 가족이 조카를 입양해 전원생활을 하는 곳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쌓인다. 인철 가족이 눈썰매를 타고 즐기던 경사진 길 아래 형사들의 차가 들어오고 형사들이 인철을 기다리는 동안 온세상 하얗게 아름답게 눈이 내린다.

영화 엔딩 부분, 아름답게 눈이 내린다.

영화의 엔딩을 이렇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동현 감독 결말이 열려 있다. 난 영화의 결말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세상의 복사본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결말을 딱 규정지으면 영화에 대한 월권이다. 비극적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인철이 잡혀가도 그 아내가 조카를 잘 키우고 인철 뒷바라지도 잘 해내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

눈 오는 장면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김동현 감독 다가올 가족들의 슬픔에 대한 위로, 영화 전체에 대한 위로다. 눈이 내리는데 누군가 와서 하염없이 인철을 기다리는 것은 처음 시나리오의 모티브였다. 영화에서는 그 누군가가 형사로 표현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각각 가족에 대해 “가족은 정신적인 지원군”(박세진, 인철 아내 역) “가족은 배우가 오랜 꿈이었던 나의 꿈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전광진, 인호 역) “아이들이 부모 사랑을 원하듯 부모도 자식들의 사랑을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은주, 경진 역)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에 나선 정의갑은 “영화 ‘변호인’을 보고 돼지국밥이 생각나듯 ‘만찬’을 보고 김치찌개가 생각나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영화 ‘만찬’은 설날을 며칠 앞둔 오는 23일 개봉한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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