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크로율 120% ‘더파이브’ 김선아
[인터뷰] 싱크로율 120% ‘더파이브’ 김선아
  • 이희승
  • 승인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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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하면서 아팠고, 한 뼘 더 컸다”

【인터뷰365 이희승】영화 ‘더 파이브’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이 말은 사실이 아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애초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탄생했던 작품을 원작자이자 메가폰을 잡은 만화가 정연식이 자세한 콘티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탄생된 것이 웹툰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사상 ‘만화가 출신의 영화감독’의 탄생을 알린 ‘더 파이브’는 그래서 원작의 세밀함과 영화적 신선함이 돋보인다.
일단 웹툰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영화는 여기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그 중심에는 네티즌들에게 ‘싱크로율 120%’라는 평가를 받았던 주인공 김선아가 있었다.
하지만 과정은 고단했다. 사이코패스인 살인마에게 무참히 가족을 잃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치밀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더 파이브’는 김선아에게 영화가 끝난 후까지 육체적인 고통을 안겨줬다.
애초 김선아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시한부 삶을 살거나 죽는 작품을 연달아 한 탓에 정신적으로 힘든 자신에게 뭔가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무대 인사를 하다 극중 딸 역할을 한 아역 배우를 보고 화장이 망가질 정도로 눈물을 쏟을 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아파했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선아의 손에는 아직도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촬영 중 당한 부상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눈물을 쏟아 무대인사가 지연되는 현장에 있었다. 뭐가 그렇게 울컥하게 만들었나.
이 이야기는 이런 낮에 하면 안 된다. 메뉴판을 보니 생맥주가 있던데 그걸 마시면 안될까?(웃음) 뭐랄까.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내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왈칵 들었다.


영화 속 슬픔이 아니라 선배 배우로서의 미안함이었던 건가.
당연히 영화적인 연민도 컸다. 나는 영화를 한 편 끝내고 다른 배우들이 두 편 정도를 더 들어갈 시간 동안을 오롯이 혼자 보내는 편이다. 이건 내가 소속사한테도 정식으로 건의한 건데,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 전문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 과정이 없으면 배우들은 어디서 풀 데가 없다. 대개의 배우들은 본인 스스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인데, 나는 다른 작품으로 치유하는 편이다.


영화 예매 관련 통합전산망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했다.
솔직히 그동안에는 독립영화가 극장에 안 걸리는 걸 남의 일로 치부했는데 이번에 완벽하게 깨달았다.
나는 기계를 만지면 바로 고장 나는 마성의 손길에다가 제품을 사도 사용설명서를 읽는 성격이 아니다. 촬영이 끝나면 영화는 내 손을 떠나고 흥행은 신의 손에 달린 걸로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앱이란 걸 다운 받아봤다. 아무리 예매를 하려 해도 열려있지가 않다. 정말 속상했다.


스스로 말하는 장녀기질이 또 발동한 건가.
나는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라 해도 대본이 늦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5% 이하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현장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돌아가는데 인기가 많은 걸 원하지 않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모든 걸 발로 뛰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온몸으로 열심히 하는 상황에서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니 속상했다. 어제는 인터뷰를 하다가 코피가 다 나더라. 집에 들어가서는 화장도 못 지우고 잠드는 강행군이다. 극중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어디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내가 지금 현실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웹툰과 싱크로율 120%라는 인정을 받은 ‘더파이브’의 김선아


흥행은 뚜껑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어땠나, 촬영은. 인연이 남다른 영화 아닌가.
맞다. 시나리오가 나에게 오고 나서 다른 배우가 촬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그래서 관심을 끄고 있던 영화다.


한혜진이 맡은 걸로 기사가 났었다. 과거에 있던 일의 반대 케이스다.
그런데 중단 됐고 다시 나와 인연이 이어진 거다. 과거의 그 이야기는 꽤 조심스럽다. (지난 2006년 ‘목요일의 아이’라는 영화에 캐스팅 됐으나 결국 김윤진이 주인공으로 ‘세븐 데이즈’라는 영화로 개봉됐다) 하지만 다시 ‘더 파이브’가 나에게 왔을 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생이 뻔히 보이는 이 작품이 자꾸 끌리더라. 나는 아직도 웹툰을 보지 못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결말이 다르다고 한다. 그걸 듣고는 아예 안 보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쉽게 선택할 영화는 아니었잖나. 게다가 감독은 원작자이자 만화가였다.
그런 이유라면 안 할 까닭이 없었다. 나의 필모그라피 중 대부분이 데뷔 감독 작품이다. 그게 장점인 부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때 깨달은 게 바로 베테랑 스태프의 힘이다. 이번 영화는 프로듀서와 조명, 촬영까지 한국 배우라면 모두가 한번쯤 작업해 보고 싶은 분들이 모여 있다. 당연히 해야 했다.


극중 도미노 전문가로 나오는데, 그 촬영은 어떻게 완성된 건가.
원하던 질문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은아 가족이 가장 행복한 한때 아닌가. 그걸 가장 마지막에 촬영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미 살인마에게 죽은 가족들을 화기애애하게 보는 것도 모자라 도미노를 쌓다니. 마침 그때가 손의 부상이 가장 심각할 때였다. 감독님이 그냥 하는 시늉만 하라는데, 그럴 수 없어서 정확히 자를 대고 쌓는 포즈를 취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계속 더 가자는 거다. 어찌나 아프던지.(웃음) 사실 그 장면은 C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금만 쌓아도 바로 넘어져서.


애엄마를 연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나보다 더 어릴 때부터 한 친구들도 많은데 뭘.(웃음) 딱 적당할 때 한 것 같다.


촬영은 5월에 끝났다. 그런데 홍보 때문에 다시 극중 은아로 돌아가 있다. 감흥이 좀 달라졌을 것 같은데. 이를테면 캐릭터에 대한 연민, 좀 더 잘 할 것 같은 후회 같은?
그때 오른팔이 손을 들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당한 터라 끝나자마자 왼손으로 현장 사진들을 모아 포토북을 만든 게 기억이 난다. 내 나름대로 줄곧 해오고 있는, 내 출연작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그 사람들을 위한 편지도 하나하나 쓴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뭔가를 써서 주는 걸 좋아했다.
지금 새삼 영화를 보니 더 열심히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은 든다. 단지 은아의 괴로움이 그동안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편히 보내주고 있다. 촬영 때는 은아로 사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웠다.


김선아는 ‘더 파이브’를 하면서 스스로도 ‘한 뼘’ 더 컸다고 생각한다.


데뷔 때는 유학파 CF모델로 화제를 모았다. 도시적 이미지로 인기도 많았고. 되돌아보건대 성공적인 배우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 보나.
솔직히 데뷔는 시급의 차이에서 시작됐다.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죽어라 하는 것에 비해 CF 출연료는 그 몇 배였다. 그때의 예쁜 이미지로 몰고 갔으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위대한 유산’에서 갑자기 ‘몽정기’를 하고 그 외에 또 살을 확 찌워서 드라마를 하며 망가지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좀 편안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오가는 여배우가 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연기선생님을 두게 된 계기가 화를 제대로 내기를 위해서라고 들었다.
내가 워낙 온순하게 커서인 것 같다. 동생들과 싸우고 나면 그걸 못 견디고 일일이 손편지를 써서 줬다. 현장에서도 불편한 사람이나 상황을 못 견디는 성격이다. 배우로서는 어쩌면 좀 고단한 성격이다. 그래서 제대로 내 감정을 분출하는 트레이닝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연기 공부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요즘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출되거나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있으면 제대로 화를 낸다. 전에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배우로 살면서 새로운 성격을 개척하고 있달까.


국민드라마였던 ‘삼순이’의 캐릭터도 영화 ‘투혼’ 때야 극복했다고 들었다.
6년이 지나서야 편하게 보게 되더라. 그 전까지는 드라마 OST를 들으면 극중 짝사랑이 생각나고 힘들었던 순간이 생각나 괴로웠다. 지금도 내 출연작들의 음악이 BGM으로 깔리면 나 혼자만 알아챈다.(웃음)


굉장히 예민한 것 같다.
학생 때 나는 악보를 읽는 것보다는 듣고 치는 게 빠른 스타일이었다. 지금까지도 귀가 예민하다. 그런 성격이 연기하는데도 굉장한 영향을 끼치는 걸 거의 데뷔 15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우 김선아는 어떤가.
솔직히 개인 김선아의 삶은 잊어버린 지 꽤 됐다. 적어도 배우로서는 죽어라 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사랑하는 일, 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폐를 끼치거나 누가 되고 싶진 않다. 그동안 ‘퀸’을 너무 많이 했지 않나. 이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니 시청률의 여왕 같은 튀는 삶이 아닌 배우의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품에 안을 건가.
난 다음 작품 고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 다음 작품이 영화가 될지 드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깨달은 게 있다. 좋은 사람들과의 결과물이 마냥 좋을 순 없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를 버티게 해주고 성장 시키는 원동력이란 걸 말이다. 분명 나를 한 뼘 더 자라게 할 작품이 올 거라 믿는다. ‘더 파이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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