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여겨봐야 할 ‘소녀’ 김윤혜
[인터뷰] 눈여겨봐야 할 ‘소녀’ 김윤혜
  • 이희승
  • 승인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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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에서 배우로, 이제부터 시작”

【인터뷰365 이희승】고작 12살이었다. 지금이야 10대 초반의 아이돌 그룹과 연습생이 난무하지만 영화 ‘소녀’의 배우 김윤혜의 데뷔는 혜성 같았다. 정상급 모델도 취하기 힘든 포즈에 뭘 입혀도 분위기가 사는 이국적인 마스크는 잡지계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 김윤혜는 한동안 모델 ‘우리’라는 예명으로 살았고, 앞으로는 배우 김윤혜로 불리길 원하고 있다.
김윤혜와의 첫 만남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패션모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한 스튜디오에서 살아있는 인형의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말수는 적었지만 눈빛이 남달랐다. 말하는 문장은 짧았지만 호소력 있는 아우라가 있었다. 흡사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가 당시에 쓰였다면 주요 인물인 후카에리의 모델로 김윤혜를 삼았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월한 외모 뒤에 감춰진 비범함이 기억난다.
“사진이 찍힐 때 렌즈를 보면 순간적으로 열렸다 닫히잖아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뽀뽀뽀’에 출연했는데 그때도 전혀 안 떨었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건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아요.”
모델로서 핸디캡인 작은 키를 깨닫고 다시금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새침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깨려 하지도 않았다. 영화 ‘아들’ ‘점쟁이들’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으로 장르적인 경험을 했다. 그 와중에 만난 ‘소녀’는 자신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작품이다.
“해원이가 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살이 빠지더라구요. 원래 마른 편인데 7~8키로가 덜 나가니까 정말 앙상했죠. 그게 더 해원이스러워서 좋았던 것 같아요. 아, 이제 보내줘야 하는데 왜 이렇게 슬프죠?”


쉽게 도전 할 수 없는 장르였다. 로맨스와 호러, 스릴러에 사회 문제까지 모두 함축되어 있다.
구제역부터 시작해 어두운 부분이 많았지만 미스터리한 로맨스가 신선하고 긴장감 넘쳐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눈에 관련된 풍경이 많아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스웨덴 영화 ‘렛미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엔딩의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안 할 수가 없었다. 영화를 검색해 보면 그 부분에 대한 반응이 제일 많더라.


사투리 연기가 신선했다.
고향이 수원이다. 장난으로라도 사투리를 써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에 도전한 거다. 사투리는 영화에 나오는 마을 주민분들이 모두 연극배우 출신인데 그 중 한 선배님한테 배웠다. 딱 어디 말이라고 하기보다는 경상북도의 어디쯤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스케이트는 3주 연습한 결과물이다.


‘소녀’의 김윤혜


극중 해원이는 스케이트를 타면서 유일한 행복감을 느낀다.
더 잘 탈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때가 하필이면 ‘이웃집 꽃미남’이랑 스케줄이 겹쳐서 서울에서는 철없는 부잣집 딸 역할로, 지방에서는 ‘소녀’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생애 처음으로 두 작품이 겹칠 때였다. 오전과 오후 2시간씩 배우고, 많을 때는 대여섯 시간씩 연습했다. 특히 지방촬영 할 때는 빙상장이 없으니까 얼음 썰매 놀이동산 같은 곳에 가거나 아니면 얼려 있는 논밭을 빌려서 틈틈이 연습했다.


외모 때문인지 운동 싫어할 것 같은데.
아니다. 굉장히 좋아한다.(웃음) 코치님이 그 동안 훈련한 게 아깝고 소질도 보이니까 계속 하라고 하실 정도였다. 몸은 고됐지만 즐기면서 배웠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해원이가 신었던 흰 스케이트를 선물로 주셔서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 평생 간직할 거다.


같이 연기한 김시후씨는 별로 안 추웠다고는 하는데, 치마 교복 차림이라...
같이 얼마나 떨었는데, 진짜 안 춥다고 했나?(웃음) 그 촬영 시기가 혹한으로 엄청 난리였을 때였다. 마침 그 즈음에 살이 7킬로그램 이상 빠져서 핫팩을 안에 붙여도 둔해 보이지 않아 견뎠던 것 같다. ‘소녀’를 찍으면서 교복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는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생애 첫 주연작이지만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신 질문이 ‘해원이는 왜 그럴까’ ‘이 아이의 마음은 어떨 것 같니?’였는데 그때마다 내 답은 ‘잘 모르겠어요’였다. 그러다 중반쯤 되니 해원이는 사는 게 지겹겠다는 결론이 지어지더라. 그래서 촬영하면서 거의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눈을 고정시킬 때 오는 강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출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더 과감할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쉬운 점은 있지만 윤수(김시후)와 해원이는 상처를 보듬는 느낌이랄까. 서툴러 보이는 게 맞다고 봤다. 소속사에서 완고하게 막고 있는 건 아니고, 여배우로서도 고민은 되고,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 대표님이 12살 때 잡지의 내 사진을 보고 초등학생이 진짜 맞냐는 내기를 지인들과 하셨다더라. 그러다가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진 거라 솔직히 작은아빠 같은 부분이 있다. 노출이란 게 자칫 쉽게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니 신중하게 생각하신 거 같다.


존재감을 알린 영화 ‘점쟁이들’. 이 작품이 ‘소녀’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일상의 이야기를 해보자. 아까 조금 일찍 도착했다고 했는데, 뭐 했나.
주차할 곳을 볼 겸 돌다가 북악 스카이웨이를 처음 가봤다. 단풍을 보니 연애할 시기라는 걸 절감했다.(웃음) 솔직히 서로 재밌게 지낼 수 있고, 활력소가 되 줄 수 있는 그런 연애를 꿈꾼다. 대시 받은 적 있냐고? 진짜 없다. 내가 새침한데다 차가워 보이잖나. 그래서 그런가. 요즘 관심사가 연애일 정도로 지금 누릴 수 있는 감정에 목말라 있다.


9년 전에 인터뷰 했을 때 또래답지 않게 당찼던 게 기억난다. 그 나이 때 못 누린 걸 후회하거나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온다는 생각에 억울하거나 하진 않나.
(잠시 생각) 그 당시에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 본적 없었다. 돈을 번다는 생각도 안했다. 단지 어느 순간이 되니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편하긴 하더라. 학교에서는 또래들 사이에서 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한 게 나쁘기보다는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당시 사진을 봐도 모델 포스가 남달랐다. 배우가 아닌 모델로서의 아쉬움은 없나.
일단 키가 작았다. 163cm에서 멈췄거든.(웃음) 그 당시에는 어린 모델이 드물어 먹혔지만 지금은 어려도 큰 키게 멋진 분들이 워낙 많지 않나. 난 사진이 찍힐 때 렌즈가 닫혔다가 열리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고.(웃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언니가 한 명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부모님이 아들을 바랐는데 딸이 태어난 케이스?
맞다. 언니는 나와 11살 차이가 난다. 엄마가 굉장히 귀여우신데 언니랑 정말 닮았다. (아빠 사진을 보여주며) 난 아빠랑 완전 판박이다. 엄마는 나를 임신하신 지도 몰랐는데, 우연히 절에 갔을 때 한 스님이 아들보다 더 잘해줄 딸이니 잘 키우라고 하셨다더라. 내 또래보다 부모님 나이가 많지만 워낙 애지중지 길러주셔서 감사하다. 아까도 북악스카이웨이에 가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부모님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웃음) 부모님은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전혀 개입을 안 하신다. 내가 어렸을 때도 촬영장에 오셔서 묵묵히 지켜만 보시고 스태프들에게도 다른 요구나 개입을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에게 충고나 조언도 절대 하지 않으신다. 그게 더 무서워서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소녀’를 보신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가.
시사회 다음날 아빠가 문자를 보내셨다. 우리 딸 점점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엄마는 눈 감고 제대로 못 봤다고 하고. 사실 부모님 입장에서 보기에 힘든 장면이 있지 않나. 청소년 관람불가이니까.



극중 이름 해원이 영화 속 캐릭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모델 ‘우리’로 활동했을 때도 생각나겠다.
해원이라는 단어는 썼을 때 예쁜 이름인 것 같다. 내 이름이 좀 평범하지 않나. 동명이인이 많아서 예명으로 활동했는데 다들 내가 최우리인지, 김우리인지를 궁금해 했다. 나만의 뭔가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다시 본명으로 돌아왔다. 가끔은 내가 화보만 찍고 학교 생활에 충실했던 게 아쉽기도 하다. 내 생활을 줄이고 작품 활동을 했다면 인지도도 바뀌고 어쩌면 예명으로 더 기억되는 배우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타투는 화제성을 겨냥한 건가?
원래 문신에 관심이 많았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하는 것들. 영화제 드레스를 준비하다가 해원이가 포스터에서 한 것처럼 등이 파여 있는 옷에 문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명한 타투이스트를 부산에서 수소문해서 5일 만에 지워지는 문신을 새겼다. 내 작품을 들고 가지고 간 게 처음이니까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점쟁이들’에서도 꽤 강력한 캐릭터였다. 그 작품이 ‘소녀’로 이어진 거고.
그 전에 장진 감독님의 ‘아들’은 워낙 단역이어서 디렉션 받을 게 없었지만 ‘점쟁이들’은 달랐다. 처음엔 워낙 횡설수설 하니까 신정원 감독님은 일주일 시간 줄 테니까 공부해 오라고 하시더라. 적어간 걸 보여주고 연기를 하니까 ‘네가 승희 해라’ 하셨다. ‘소녀’의 캐스팅도 그때의 모습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점쟁이들’의 캐릭터 스틸을 보고 연락이 온 거니까.


그렇다면 배우로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으니까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로 다지고 있다. 작품 두 개를 한꺼번에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생애 두 번째로 40kg 초반대의 몸무게가 됐다. 김윤혜로서는 싫을 앙상함이었지만 해원이는 내가 봐도 참 잘 어울리더라. 영화가 개봉하면 다시 한번 극장에서 볼 것 같다. 해원이는 너무 슬퍼서 자꾸 보고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라는 작업에 빠져버려서 다음에도 또 영화를 하고 싶다.


꼭 맡고 싶은 배역이 있나.
나탈리 포트먼이 한 ‘블랙스완’ 같은 역할은 꼭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미쓰 홍당무’ 캐릭터에 빠져 있다. 독특한 상처에 대한 영화에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 최근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처를 입었다. 내가 가기만 하면 맨발로 뛰어 나오셨던 분이라 돌아가셨을 때 영혼이 아팠다. 그후 1년은 그 상처 때문에 그냥 흘려 보냈을 정도다.
나의 20대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관심 간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먼저 깨고 싶다. 나, 도도하지 않은데 정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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