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맨도 실장님도 아닌 ‘배우’ 주상욱
수다맨도 실장님도 아닌 ‘배우’ 주상욱
  • 이희승
  • 승인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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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한번은 ‘꿈틀’하고 싶다”

【인터뷰365 이희승】실제로 보니 훨씬 훤칠했다. 대학교 때 일찌감치 모델로 활동한 포스가 나왔다. 게다가 이 남자. 요즘 대세 아닌가. 주상욱의 얘기다. 사실 그의 시대는 이미 일찌감치 시작됐어야 했다. 지금은 스타가 된 몇몇 배우들이 원래는 그가 했어야 할 캐릭터를 통해 데뷔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었지만 군대로 인해 기회를 넘겨줘야 했고, 제대 후에도 불운은 이어졌다. 일 성사 마지막에 번번이 기회를 놓쳤던 그 순간을 주상욱은 “때가 아니었던 것뿐”이라고 추억한다. 그런 경험들이 그를 훨씬 단단하게 만든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은 수다스럽고 예능DNA를 가진 캐릭터로 화제의 중심에 있지만 주상욱은 “그것도 설정이다. 피곤한 일”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망가짐을 자처하는 그에게 의외의 면을 발견한 건 그 순간이었다. 과연 자신의 첫 주연작이나 다름없는 영화 ‘응징자’를 보고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주상욱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돌직구로 시작해서 까칠하게 끝났다. 거침없는 말투였지만 적어도 솔직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위트 넘치지만 가볍지 않았다.
영화 ‘응징자’에서 그가 맡은 준석은 불우한 환경과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의 따돌림으로 고생하는 인물이다. 20년이 지나서 만난 가해자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 그가 욕하고 두려워했던 존재인 창식(양동근)보다 더한 악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어쩌면 주상욱이 말하고 싶었던 건, 자신을 괴롭혔지만 부자 아빠에 전교 상위권 성적을 둔 가해자처럼 겉모습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본질을 알아 달라는 배우로서의 시위가 아니었을까.


영화 초반의 아역 배우들 연기가 신선했다. 준석 아역은 너무 잘생겼던데.
창식의 아역만 하겠나. ‘쟤가 자라서 어떻게 양동근이 되는 거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웃음) 아이들 모두 정말 잘 하더라. 신선하면서도 묘한 매력들을 많이들 발산하더라고. 영화 전체적으로 시나리오보다는 훨씬 잘 나왔다. 하지만 난 많이 아쉽더라. 부족한 연기가 눈에 계속 띄었다.


좀 심하게 괴롭혀서 보기 불편했다. 우리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소린가. 그렇게 심하지도 아니어도 분명 ‘따돌림’은 존재했다. 난 중학교 때는 남녀 합반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남고였다. ‘응징자’의 설정 자체가 분명 심각하긴 한데 이해는 된다.


준석 역할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크로스 캐스팅이 아니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그놈의 실장님 이미지 때문에.(웃음) 부자 아빠에 대기업 팀장으로 말쑥하게 나오던 기존의 이미지가 아니니까 관객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는 준석이를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연기했다. 안 해봤던 역할이라는 게 가장 먼저 끌렸다.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다. 준석은 고등학교만 검정고시로 패스했지 스펙도 좋은데도 계속 사회적인 차별을 받는다. 사회는 정규코스를 밟은 정상인만을 챙기는 거다. 그런 간극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양동근과 연기 합을 맞춘 영화 ‘응징자’


영화 중반 부분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상관없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더라. 중간에 죽음도 많고. 사실 준석이 자라서 새로운 사랑을 한다는 것보다는 외로운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걸 의미한 게 아닌가 싶다. 보기엔 연애하는 것 같지만 준석은 끝까지 정을 주지 않는다. 납골당에 가서도 떨어져서 걷지 않나. 마지막에 편의점 여자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도 ‘내 애인이...’라는 것보다는 ‘왜 상관없는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라는 절규다.


엄청 춥게 고생한 게 보이는 영화다.
설정이 겨울은 아니었는데 시기보다 늦어져서 가장 추운 날씨에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부상도 잦았다. 가장 크게 다친 건 극중 창식의 상견례 자리에서 양동근에게 밟히는 신인데, 그때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그 뒤로 한달 반이나 고생해서 다른 프로그램에도 영향이 컸다. 그때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창극에 도전할 때였는데, 자세히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절뚝거리는게 보인다. 내가 크게 동작을 하거나 걷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못해서 피해를 많이 줬다.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하지만 강도가 세서 영화를 봐야 할 청소년들이 의외로 못 본다. ‘왕따를 시키면 나중에 이렇게 될지도 몰라!‘라는 교훈 때문이라도 보게 만들어야 하는데.
끝이 ‘~~자’로 끝나는 게 오죽 많나. 바꾸자는 제안을 많이 했는데도 결국엔 ‘응징자’로 그대로 가더라. 준석이가 복수를 계획한 건 아닐 거다. 그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우연히 재회한 거지. 창식이가 한 괴롭힘들이 워낙 세긴 했지 않나. 동영상을 찍고, 결국엔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 부분 때문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지 못했다. 나조차도 좀 심하다 싶어 아직까지 부모님께 영화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나도 그 시절을 겪었지만 가만히 있는데 건드리진 않는다. 아주 미친 양아치가 아닌 이상. 공부만 하고 운동만 집중하는 애들은 그냥 놔둔다.


창식이가 바로 그 미친 양아치 아닌가. 엔딩 부분도 말이 많다.
창석이가 어린 시절 지은 죄를 결국엔 받지 않나. 내가 영화를 3번 봤는데 지금은 준석에게 많은 동정이 간다. ‘아이고, 이 자식아’ 하면서 한번 툭 치며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VIP시사 때는 일부러 중간에 들어가 복도에 앉아서 봤는데 웃긴 장면이 아닌데서 웃음이 나와 좀 속상하더라. 짜임새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고, 작은 단점들이 눈에 띄는 영화랄까. 엔딩은 감독님하고도 말을 많이 나눴는데 결국엔 준석이도 편히 살지는 못할 죄를 지었으니 응징을 받는 걸로 결론이 났다. 게다가 가장 마지막에는 대립하는 두 사람의 또 다른 친구가 로또 맞지 않나. 아우. 부러워.


실제 학교 시절은 어땠나.
서울고를 다녔는데 노는 걸 좋아하고, 소위 공부도 잘하는 친구 둘, 공부 잘하는 애 둘 이렇게 섞어서 몰려 다녔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재수없어 보일 거 아닌가. 건드리거나 시비 거는 애들은 없었다. 학교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친구들과는 같은 동네여서 졸업을 해서도 같이 잘 지냈는데 대학교 때 의절할 만한 사건이 있어서 그 중 두 명은 얼굴을 안 본다. 난 공부도 운동도 딱 중간이 스타일이었다.


주상욱은 예능의 수다맨 이미지, 드라마의 실장님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도약을 시작했다.


전 여친과 아내가 스크린 경쟁으로 붙었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과는 ‘공범’으로 드라마 ‘가시나무새’의 김민정은 ‘밤의 여왕’으로.
손예진씨하고는 영화 끝날 때까지 말을 놓지 않은 사이다. 그리고 요즘 워낙 (김)남길이가 잘 챙겨준다더라.(웃음) (김)민정과는 워낙 친한 사이라 서로 격려해주고 있지만 아마도 ‘밤의 여왕’을 끌어내리는 영화가 ‘응징자’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에서는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 받았다면 영화에서의 존재감은 의외로 증명이 안 되고 있어서 속상할 것 같다. 예를 들면 계속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조선미녀삼총사’ 같은.
그 영화는 설날 즈음 개봉할 걸로 알고 있다. 제목 그대로 조선 미녀들이 주인공이니 마음을 비워야지. 나는 내가 막 뜰 수 있거나 뭔가 할 수 있었을 때 안된 걸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 때가 있는 거다’는 옛말이 정말 맞다고 본다. 그때 안된 건 어떻게 해서든 안됐으니까 안 온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이런 유명세나 인기도 무덤덤하다. 나의 본업은 배우다. ‘남자의 자격’은 감동이 있어서 선택한 거고. 토크쇼도 지금 인기있고 의외로 말 잘하니까 하라고 하지만 시켜도 난 안 할 거다. 배우로서 한번은 ‘꿈틀’해야 할 것 아닌가. 영화도 그렇게 성공하고 싶다.


드라마는 이제 ‘접수’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연기는 하면 할수록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같은 질문을 들으면 일부러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그런 걸로는 정말 재주가 좋은 거지. 모든 인터뷰는 ‘끝난 순간 잊자’가 내 주의다. 배우나 예능인으로서는 불러줄 곳이 많아도 개인의 만족도는 크지 않다. 지금의 내 모습은 모두가 ‘설정’인 거다. 난 잘 놀긴 하지만 수다스럽거나 장난치는 걸 즐기진 않는다. 그럴 땐 또 내 본모습을 숨겨야 한다는 걸 약삭빠르게 아는 거지.


여자형제들만 있어서 태생적으로 수다스러운 건지 알았다.
지금까지 한 인터뷰 때 한 말보다 누나와 여동생과 나눈 말이 더 적다. 안 친하다. 성격 자체가 아예 안 맞는걸 뭐. 나는 엄마를 많이 닮은 편이다. 내가 가장 부러운 게 식구들끼리 어딜 놀러가는 거다. 누나랑 여동생과는 단 한 번도 밖에서 만난 적이 없다. 누나는 지금 말레이시아에 살아서 1년에 보는 횟수를 손에 꼽고, 얼마 전에는 뉴스로 여동생을 봤다. 여동생은 교수 자리가 나질 않으니 결국 취업해서 지금은 SDS에 들어가 있다.


공공연하게 차기작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희망해 왔다.
겨울하고 인연이 많은 건지 또 12월에 들어갈 것 같다. 그래도 원하던 장르라 기대가 많다. 당연히 영화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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