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즐기는 ‘육두문자맨’ 정경호
롤러코스터 즐기는 ‘육두문자맨’ 정경호
  • 이희승
  • 승인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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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정을영이 끝내 못 막은 연기자 아들

【인터뷰365 이희승】배우 정경호 하면 그동안 사람들에게 각인된 정보의 8할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연기파와 외모파로 나뉘는 남자배우계에서 미모도 평균, 출연작도 평이했던 이 배우는 스타PD이자 흥행 제조기인 ‘정을영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더 길었다.
배우인 아버지를 둔 ‘연기자 2세’와 고민은 비슷하지만 달랐다. 차라리 아버지가 배우였다면 뛰어넘을 목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PD인 아버지는 연기를 하겠다는 아들의 뜻을 무시부터 했단다. 정을영 PD가 공채 시험에서 아들을 떨어트리려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바닥부터 치고 올라와야 했던 정경호의 고단한 길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지금 그는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의 주연배우로 관객 앞에 섰다. 고교 시절 우연히 중앙대 연극 무대에 선 하정우, 당시는 본명 그대로인 김정훈을 보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을 정도로, 정경호에게 하정우라는 존재는 지난 10년간 무한한 자극이자 채찍, 애증의 관계로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시간 정경호를 봐왔던 하정우는 철저히 친분이 아닌 계산으로 자신의 첫 영화에 주인공을 맡겼다. 대중에게는 순둥이, 순애보 이미지인 정경호의 숨겨진 내면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 부분을 폭발시켜주고 싶었단다. 정경호 역시 군대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그간의 연기 갈증을 극중 마준규 역할을 하며 원 없이 풀었다.
영화 중에서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에 출연, 걸쭉한 욕 연기로 인기 최절정을 달리는 한류스타 마준규는 자아도취가 심하고, 틈만 나면 여자한테 들이대는 것도 모자라 지나친 결벽증 탓에 주변을 힘들게 한다. 그런 그가 난기류를 만나 추락 직전의 비행기에서 일련의 소동을 벌인다. 그 소동은 그를 갱생시키기도,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이게 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아침 6시에 집합해 7시부터 감독 이하 배우 전원이 모여서 3개월간 연습했어요. 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인데 열심히 안할 수 없죠. 하지만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 분위기를 즐겼어요. 정말 짜릿했죠.”


주말에 'SNL코리아' 잘 봤다. 원없이 망가지던데.
어휴. 정말 출연하는 크루 분들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다른 코미디 프로처럼 일주일 내내 연습하는 게 아니라 일요일만 모여 생방송으로 그 모든 걸 진행한다. 1차에 관객 200명 모시고 선보인 뒤에 재미없으면 다시 바꿔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식이다. 100% 모두 라이브다. 혼이 쏙 빠졌다. 난 한 주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그걸 매주 하는 분들이라니 존경스러울 수밖에.


살인적인 홍보 스케줄이다. 아무리 4년만의 스크린 복귀라도 그렇지.
내가 자청한 일이다. ‘해피투게더’만 빼고 모두 출연하고 있다. 거긴 11월까지 출연진이 꽉 찼다더라.(웃음) 아, ‘런닝맨’도 못 나간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서 뛰질 못해서. 죽어라 뛰어야 되는 프로그램인데 민폐가 될 순 없지 않나.


‘롤러코스터’에서 싸가지 없는 한류 스타 역을 맡은 정경호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다. 관객들이 정말 많이 웃더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다. 준비할 때는 학교 선후배들이 있어서인지 예전 학교 다닐 때 연극 준비하던 느낌이 살짝 들었다. 죽음의 스케줄이었다. 매일 오전 6시에 집합이었고 분위기는 한마디로 칼 같았다. 그렇지만 다 즐거워했다. 묘하게 짜릿한 느낌.


저예산 영화라고 봐야 하나. 7억 미만이 들었으니까. 소속사인 판타지오에서 제작한 걸 보면 개런티도 적을 것 같고. 하정우 감독이 친분으로 시킨 거 아닌가.
그래도 영화 속 폭풍 CG를 비롯해 여러 가지 효과들이 많이 들어가 마케팅비를 포함해 평균 제작비인 30억 정도가 소요됐다. 개런티 부분은 아무리 소속사라도 ‘선입금 후연기’가 철칙이다.(웃음) 출연 배우들 개런티도 모두 정확히 계산했고,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러닝 개런티(흥행 성적에 따라 출연료를 결정하는 것)로 채우기로 했다. 솔직히 내가 ‘씨O’이라는 욕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번 영화에서 많이 받을 수도 없었다.(웃음) 영화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래도 결국 남는 건 ‘씨O’밖에 없었지만.


과거 이야기를 좀 해보자. 중학교 때 씨름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왜 하필이면 연기였나.
씨름도 중학교 때 잠깐 한 건데 너무 크게 알려져서 민망하다. 고등학교는 진성고등학교라는 기숙학교였다. 전국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대를 가장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였는데, 내가 연기에 관심을 갖자 ‘우리 학교에서 무슨 연기자냐’며 아예 차단을 시키더라. 그래서 장나라씨 아버지인 주호성 선배님을 무작정 찾아가 몰래 3년간 연기지도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놀지도 못하고 공부도 중간인, 정말 어중간한 아이였다. 그러다 우연히 (하)정우 형 연기를 보고 진로를 중앙대로 잡은 거다.


둘 사이는 유독 남다르다고 들었다.
내가 정말 막걸리를 사랑한다. 10년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1억 병은 마신 것 같다. 그중 8천 병은 정우 형이랑 마셨다. 나는 형이 없고 여동생만 있는데, 그래서인지 형들과 있는 게 편하다. 의견도 못 내밀고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막내지만 그 분위기가 정말 편하다. 여동생은 뭘 하나고? 아시아나 승무원이다.


그러면 더더욱 ‘롤러코스터’의 승무원들이 남 같지 않았겠다.
자기는 그런 날씨 만나면 죽었을 거라도 하더라.(웃음) 비행기가 곤두박질치지 않나. 원제는 ‘인간과 태풍’이었는데 너무 다큐멘터리 느낌이라 지금의 ‘롤러코스터’로 바꾼 거다. 극중 스튜어디스들과 기장, 부기장 역을 맡은 배우들은 승무원 미팅을 많이 하고 따로 교육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진짜 승무원들 같았다. 대사 주고받는 게 입에 착착 붙어 보였다.
자기 대사를 300번씩 반복해서 쓰고 외웠으니 안 붙을 수가 없다. 감독이 그렇게 시켰거든. 개인적으로도 대본은 빨리 외우고 손에서 놔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 그 이후 어떻게 연기할지가 생각난다.


정경호에게 하정우는 감독이자 멘토이자 막걸리 8천 병을 같이 마신 형이다


극중 마준규의 여자친구 이름이 수영이어서 그런지 ‘소녀시대’의 멤버와 열애설이 났다.
같은 교회에 수영씨가 다니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국에서 2030 신자들이 가장 많은 교회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난 왜 여태까지 이정재 선배만 봤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상형은?
여러 번 밝혔듯이 발목 예쁜 여자다. 발목을 보려면 얼마나 유심히 봐야 하냐고? 그래도 포기 못하겠다.


지금, 공인으로서의 삶을 즐기는 것 같다. 그 과정의 ‘롤러코스터’는 어떤 작품인가.
서른한 살인 지금 배우로서는 어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에는 감사한다. 또래 친구들이 과장이나 부장 등 직급과 연봉에 신경 쓸 때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스스로도 공인이라고 굳이 신경 쓰는 편도 아니고. 아직도 모자 쓰거나 안경 걸치고 거리를 나가면 못 알아본다.
이번 영화에는 내가 지난 1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며 겪었던 수많은 상황들이 많이 반영됐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병이나 다른 배우들이 매니저들한테 하는 것, 이건 좀 하지 말아야지 했던 것들을 아이디어로 모았다가 많이 내놨다. 연기지만 그런 진상 짓을 내가 해서 미안했지만.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막걸리를 좋아하는 것도 의외다.
그거 아나? 막걸리도 와인 잔에 따라 먹으면 그게 또 맛이 각별하다. 그동안은 J막걸리를 먹었는데, 요즘은 U막걸리가 당긴다. 전자는 미국 쌀을, 후자는 우리 쌀이라는 차이다. 막걸리 CF 들어왔으면 좋겠다. 정말로 사랑하며 마셔줄 수 있거든.(웃음) 요즘엔 등산에 빠져 있는데 그것도 순전히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서다. 승용차 대신 전철을 타고 가서 산 정상까지 갔다 내려와서 마신다. 그 맛은...정말 비할 수가 없다. 도봉이나 북한산을 자주 가는데 주로 수요일 정도에 가서 천천히 걷다 온다. 디스크에도 약간의 운동은 좋다더라.


보기엔 카메라나 캠핑 이런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예전에 (엄)태웅이 형이 카메라에 빠질 때 나도 함께 배웠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 그래서 카메라는 중고로 되팔아 버렸다. (이)천희 형과는 또 캠핑에 빠져서 모든 장비를 다 갖췄었다. 그런데 가면 낮부터 막걸리를 마시는 거다. 자연을 즐기다 와야 하는데 가서 막걸리만 먹다 오니 다음날 너무 힘들어 결국 캠핑도 포기하고 등산으로 바꾼 거다.


주변에 드라마 ‘무정도시’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본방사수에 돈 내고 다운 받아 보기까지 하고. 그런 인기를 실감하나.
‘무정도시’의 정시현과 ‘롤러코스터’의 마준규는 내 안에 없다고 생각한 또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제대 후 만난 두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낀다.


정경호, 그는 지금 ‘스타PD 정을영의 아들’이라는 긴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와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나.
아버지하고는 이혼을 하셨지만 아마 지금쯤 우리집에 와 계실걸?(웃음)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결혼 후 살림에 집중하신 케이스다. 가끔 내 연기를 모니터링 해주신다.


‘롤러코스터’를 보곤 뭐라고 하셨나.
극에서 나온 대사를 똑같이 읊게 하셨다.(웃음) 보시더니 “너 정말 저렇게 욕하고 다니니?”하시길래 “아니예요, 그냥 연기예요”했다.


여태까지 한 연기 가운데 가장 정경호다운 것을 꼽는다면?
‘허브’의 종범이었다. 그 모습이 90% 이상 내 실제와 가깝다.


결혼은 언제쯤 할 예정인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언제나 바쁘셨고, 고1때부터 기숙학교로 나가 있었으니 독립해서 산 기간이 길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가족이랄까. 그런 게 좀 그립긴 하다. 지금 생각에는 한 서른일곱 살 정도에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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