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베이싱어가 되기 직전에 돌아온 한예슬
킴 베이싱어가 되기 직전에 돌아온 한예슬
  • 김희준
  • 승인 2011.08.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365 김희준】한예슬이 돌아왔다.

‘스파이 명월’ 촬영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떠난 지 이틀 만에 다시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LA공항에 내렸을 때의 옷차림 그대로였다.

배우가 출연중인 드라마를 그만두겠다고 한 이번 사태는 드라마 제작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한다. 때문에 파문도 컸다. 한예슬의 사생활에서부터 열악한 제작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순식간에 파헤쳐졌다. 개중에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기사도 많았다.

그간의 소동 중에 주목한 것은 200억 변상설이다. 만약 한예슬이 끝까지 촬영을 거부한다면 소송에 휘말릴 것이며 물어내야 할 돈이 그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대목에서 생각난 사람이 미국 배우 킴베이싱어다.

1953년생인 킴 베이싱어는 금발 미모에 뛰어난 각선미를 갖춘 톱모델 출신 배우. 1979년 007시리즈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 본드 걸로 출연해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여세를 몰아 플레이보이 지에 누드를 찍어 대단한 화제를 일으켰다. 연기 대신 몸을 노출하는 배우로 머물 줄 알았던 킴 베이싱어는 베리 레빈슨 감독의 '내추럴'(1984)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와 공연,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르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모델은 배우로 성공하지 못한다, 본드걸은 배우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할리우드의 불문율을 깬 것이다. 이어 킴 베이싱어는 미키 루크와 공연한 나른한 에로티즘 영화 '나인 하프 위크‘(1986)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섹시한 여배우가 됐다.

그러던 킴 베이싱어가 급전직하, 추락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박싱 헬레나’(Boxing Helena 1993)라는 영화 출연을 거부한 것이다. 이미 계약까지 다 마친 상태였지만, 킴 베이싱어는 영화 내용이 계약 당시와 달라졌으며 너무 선정적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계약을 에이전시가 했다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영화사는 킴 베이싱어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킴 베이싱어에게 800만 달러를 변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거의 20년 전 800만 달러라면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 돈을 낼 길이 없었던 킴 베이싱어는 파산신청을 했고 영화계에서도 한동안 사라졌다.

잘 나가던 킴 베이싱어가 파산을 하고 자신의 영화인생과 맞바꾼 영화 ‘박싱 헬레나’는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의 지독한 사랑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로 국내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외과의사인 남자는 한눈에 반한 여자가 자신을 차갑게 거절하자 여자의 사지를(그중 다리는 사고로 인한 치료였지만) 자르고 예쁘게 꾸며 집안에 모셔두면서 사랑을 애걸한다는 엽기적인 내용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으나, 이 영화에 킴 베이싱어 대타로 출연한 셔릴린 펜은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비너스 상반신처럼 바스트샷이 주로 찍히는 바람에 오히려 관객들이 그의 얼굴과 연기에 집중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반면 재정적인 곤란함에다가 영화인생까지 저당잡혔던 킴 베이싱어는 4년 후 비로소 재기에 성공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커티스 핸슨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LA컨피덴셜'(1997)에서 베이싱어는 암흑가 거물들과 공생관계에 놓인 여인 연기를 완벽하게 해냈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상, 배우조합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비로소 할리우드의 주류로 컴백한 것이다.

이틀 만에 돌아온 한예슬은 200억원을 변제할 일은 없어 보인다. LA공항에서 한예슬은 “다 내려놓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이틀 만에 모든 것을 되짊어지고 귀국해야 했다. 개인이 아니라 여러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는 시스템 속의 스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또 아는가, 이번의 반강제적인 귀국을 훗날 감사해 할지. 킴 베이싱어처럼 갈 데까지 갔다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은 물론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킴 베이싱어는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컴백했지만 ‘LA컨피덴셜’ 속의 그에게서 전성기의 외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빛났을 시절에 연기에서 멀어졌던 것이다. 한예슬이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자 한다면,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김희준
김희준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