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위의 사자왕, 박하우스가 남긴 음악
건반위의 사자왕, 박하우스가 남긴 음악
  • 소혁조
  • 승인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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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인터미션



[인터뷰365 소혁조] 박하우스는 주로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했다. 더 정확히 말해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음악만을 주로 다루었다. 그 외에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쇼팽의 곡도 연주하긴 하였으나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거장의 반열에 오른 연주자치곤 대단히 협소한 레퍼토리라고 볼 수 있겠으나 역으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베토벤과 브람스가 거장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가 남긴 명반들을 들어보면 정말 이 사람이 건반의 사자왕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힘과 테크닉을 자랑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차분하면서 서정적이다. 에밀 길렐스처럼 힘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또 폴리니처럼 자로 잰 듯한 정확하고 차가운 터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그가 남긴 음반들의 대부분이 40대 중반, 50대를 훨씬 넘어 녹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은 그의 나이 무려 74세부터 그가 사망한 85세까지 11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70을 훨씬 넘기고 80이 넘은 나이의 노인네에게 건반의 사자왕의 힘을 느끼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그가 비교적 젊은 시절(50대 중반부터 60줄까지이다)에 남겼던 음반들 중 남겼던 음반 중엔 그의 최말년에 녹음한 음반들과 비교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그의 나이 69세에 클레멘스 크라우스와 함께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가 있다. 구하긴 쉽지 않지만 이 당시의 음반을 들어보면 훗날 그가 녹음한 다른 황제들에 비해 건반이 부서질 듯이 내리찍는 엄청난 박력과 기교를 느낄 수 있다.


박하우스는 주로 피아노 소리가 두드러지는 독주곡과 협주곡만을 연주하였다. 실내악은 즐겨 하지 않았고 알려진 음반도 거의 없다. 프랑스의 첼리스트 피에르 푸르니에와 함께 녹음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정도이다. 젊은 시절엔 주로 독주곡과 협주곡을 연주하다가 음악적 완성도가 더해지는 노년엔 반주자로 활동하며 실내악 연주에 중점을 두는 일반적인 패턴과는 다른 경우이다.



박하우스가 남긴 명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즐겨 듣는 애호가들이라면 한가지 음반만을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적게는 2~3가지 이상, 많게는 10가지 이상의 음반을 비교하면서 듣는 것이 보통인데 그만큼 다양한 연주자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또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에겐 필생의 역작으로 불리는 32곡 전곡의 녹음은 그 방대한 양도 물론이거니와 피아니스트 자신의 예술혼을 모두 쏟아 부어 최상의 연주를 해야 하는 강박관념으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독일이 낳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빌헬름 박하우스는 70이 다된 나이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에 도전하여 그가 사망하던 85세까지 두 번의 전곡 녹음을 완성해 냈다. 그리고 박하우스가 남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아직까지도 가장 많은 애호가들이 찾고 있는 이 곡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너무 좋은 음반들이 많아 선뜻 어느 것 하나만을 고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애호가들이 찾는 음반 베스트 3을 꼽는다면 에밀 길렐스의 것과 박하우스, 그리고 알프레드 브렌델의 것을 들 수 있다.


박하우스의 경우엔 두 가지 전집이 있는데 모두 영국의 음반사 데카에서 발매되었다. 음질이나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두 번째 전집이 그를 대표하는 첫 번째 명반으로 들 수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과 함께 또 하나의 명반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이다. 베토벤에 천착했던 그답게 협주곡 음반도 여러 종류가 있다. 특히 5번 황제와 4번의 경우는 네 종류의 음반이 있을 정도로 이들 곡에 많은 애착을 가졌다.



5번 황제는 한스 크나퍼츠부시와 함께 한 음반도 있고 클레멘스와 함께 한 음반도 있지만 역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음반이라면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와 함께 한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남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4번이다. 3번과 5번 협주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연주하는 이 곡을 박하우스는 네 번이나 레코딩함으로써 이 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4번 협주곡은 칼 뵘과 협연한 영상이 DVD로도 발매되고 있고 한스 크나퍼츠부시와 협연하는 라이브 동영상도 있다. 박하우스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라면 하나쯤 소장해도 좋을 법하다. 개인적으로 4번 협주곡의 2악장을 가끔 즐겨 듣곤 하는데 그 어떤 연주자의 음반에서도 박하우스가 표현하는 처절하면서 웅장한 느낌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베토벤과 함께 박하우스가 가장 자신있게 평생을 두고 연주한 레퍼토리는 브람스이다. 특히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박하우스와 뵘이 함께 호흡을 맞춘 음반이야말로 이 곡을 대표하는 전설의 위치에 놓여 있다.



80줄을 훌쩍 넘긴 박하우스의 중후하면서도 서정적인 연주와 기막히게 어우러진 빈 필의 반주는 서로가 서로를 서포트하며 곡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상승시키고 있다. 나 역시 이 곡을 무척 좋아하여 10가지가 넘는 음반으로 모조리 들어보았는데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박하우스의 음반을 넘버원으로 놓기엔 조금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두 번째 자리에 놓고 싶다. 넘버원은 길렐스와 오이겐 요훔의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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