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의 국민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나다
33살의 국민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나다
  • 조현진
  • 승인 20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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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초월한 진짜영웅의 사자후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1976년. 세계평화를 수호한다는 목표로 군사독재정권에서 태어난 태권브이는 이제 33살이 되었다.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어린이들은 이제 그때의 자기만한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브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여전하다. 지난 해 디지털 복원판으로 재 개봉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가 전국 흥행 1위를 기록한데 이어, 내년에는 <트랜스포머>같은 실사영화로 태권브이는 다시 부활할 예정이다. 이제 33살. 소년기와 청년기를 넘어선 엄연한 인격체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났다. 이 만남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장순성 프로듀서와 태권브이의 매니져인 나무액터스 공광식 실장이 함께 배석했다.



나는 이 인터뷰를 33살의 성인인 한 인격체와의 인터뷰라고 생각하며 진행하려 한다. 괜찮은가?

물론. 늘 나를 이야기 하면서도 내가 아닌 감독이나 제작자와의 인터뷰 뿐이었으니까. 33년 만에 처음 입을 여는 것이고 당신 같은 전문 인터뷰어와의 인터뷰라 긴장이 된다.



우선 당신은 이제껏 지구평화를 위해 참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들을 했는가?

<로보트 태권브이 1편>에서는 외모 컴플렉스로 인해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지구를 손에 넣으려는 카프박사와 맞서 싸웠고, 2편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에선 인류를 궤멸시키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알파별의 여왕과 맥스장군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냈다. 3편 <로보트 태권브이 수중특공대> 4편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 5편 <슈퍼 태권브이> 6편 <84 태권브이> 7편 <로보트 태권브이90>에 이르기까지 나는 늘 사랑과 정의의 편에 서서 지구평화를 위해 악의 집단과 용감하게 맞서 싸워왔다. 그런 임무를 진행하면서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요한 사실은 악의 무리를 무작정 부수고 없애려고만 한 것이 아니라 박애정신에 입각해 그들도 정의의 편으로 끌어안으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의 많은 무용담은 밤을 새서 이야기하기에도 부족하다.





어려운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그렇듯 많은 일을 해결했지만 당신은 일본만화인 <마징가Z>의 영향으로부터 출발되었다는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마징가Z>나 나나 모두 전투형 로봇이다. 그리고 76년도 김청기 감독에 의해 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사회전반이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것이 옳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든 어린이들이 <마징가Z>는 물론 <아톰> <타이거마스크> 같은 만화들이 다 우리 것 이라고 믿고 열광하던 시기다. 그 만화들이 일본 것이라고 대중들에게 인지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왜? 그땐 아무도 그걸 일본만화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76년에 내가 처음 태어날 당시에 나는 한국 것이고, <마징가Z>는 일본 것이라고 크게 떠들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분명히 한국의 로봇임을 밝히고 싶다. 나는 이순신장군의 투구모양의 얼굴 형태와 그리고 ‘태권도’라는 우리 고유 무술의 주특기를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즉, 태권브이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긴 하지만 우리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단순히 짝퉁이나, 모방이었다면 결코 30년 넘게 존재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옳다. 짝퉁이 아닌 우리의 영웅. 어쩌면 그것이 30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이 다시 태권브이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인지 모른다. 당신을 좋아하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된 후, 그런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던’ 일본만화, 혹은 일본문화에 대한 일종의 배반심리와 우리 것에 대한 ‘순혈주의’를 당신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어린이들은 물론 <스폰지밥>은 미국 것, <유캔도>는 일본 것이라고 다 알고 본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들의 부모세대는 그러지 못했었다. 30여년전 나를 좋아하던 어린이들은 분명 어떤 이중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성장했었다. 남녀관계, 독재와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 모두 이중적 잣대로 평가되고 억압받던 시절이었으니까. 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의 영웅이었다. 그 세대들이 부모가 되어서 자녀들에게 ‘아빠의 영웅’을 소개하면서 나를 통해 자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처받은 자기세대에 대한 보상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런 매개체로 내가 사용된다는 것에 감사하지.



2007년 1월, 태권브이는 32년 만에 극장에서 다시 개봉되어졌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국 흥행1위를 기록해서 화제가 되었다. 당신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어린이들에게 환영받았다고 느끼는가? 아니면 이젠 부모가 되어버린 30년전 당신을 사랑했던 어린이들에 이어 그 자식들에게도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특별한 기분이 드는가?

언제나 5~7세 어린이들에겐 슈퍼 히어로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버지보다 더 힘이 쎈 영웅을 만나는 거니까. 지금 어린이들은 나를 그런 슈퍼 로봇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들은 30년 전이나 다름없는 내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기뻐했지. 실제로 극장에 개봉 했을때 발견한 재미난 현상은 40대 초반의 아버지와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손을 잡고 극장에 들어왔는데 아이들은 스크린에 집중하지만, 아버지들은 스크린이 아니라 아이의 얼굴을 연신 쳐다보면서 자신이 즐거워하던 장면에서 아이가 역시 열광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더란 것이다. 이것이 지난해 태권브이가 다시 극장에서 상영되어야만 했던 진짜 이유다. 일부 언론과 사람들은 나를 ‘향수상품’이라고 폄하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앞 세대가 다음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맞다. 나 역시 똑같은 모습이었었다. 유치원생 아들과 극장에 가서 스크린속의 태권브이가 아닌 내 아들이 열광하는 모습에 더 즐거워했으니까.

맞다. 꼭 우리 것이라서 내가 다시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원초적인 코드가 관객과 통한 것이다. 30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으면서 변치 않았고, 어쩌면 새롭게 발견된.





그렇게 다시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진 태권브이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06년 7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써는 세계최초로 김태희, 문근영, 김주혁 등이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인 나무액터스와 정식 배우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낳았으며 각종 영화제와 페스티발의 홍보대사로 일했다. 인천광역시는 청라지구에 111m 규모의 ‘태권브이 타워’건설을 시작으로 디즈니랜드 같은 <로보트 태권브이 테마파크> 설립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태권브이는 무수한 기업에서 광고모델의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대한민국 국민 로보트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광고를 찾지 못해 모두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76년 이후 30여년간 태권브이의 행적을 세상에 알린 웹툰 였다.



웹툰으로 연재되었던 를 통해 70년대 이후 태권브이가 어떤 시간을 겪어왔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 개인적으론 비극이지만 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의 진압을 위해 독재자들에 의해 당신은 이용되어지고 버려졌다가 깡통 로보트 철이에 의해 다시 부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었는데.

그 사이에 우리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그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자랐지만 지금은 ‘나는 할 수 있다.’의 세대다. 이 두 표현은 비슷하지만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산업화 시대의 ‘우리’라는 공동을 의미하는 주어가 ‘나’ 라는 개인으로 바뀐 것이며 더불어 ‘우리도’에서 ‘나는’ 이라는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방식으로의 변화라는 것이다. 그때는 ‘희생’이란 단어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태권브이는 중간적 브리지로써 33년간 이 과정을 지켜보고 겪어온 것이다.



그런 태권브이가 실사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3년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모습이나 파워가 업그레이드 된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상이나, 당신이 지켜야 하는 ‘무엇’이 다른지를 묻는 거다.

그거야 실사영화의 작가들과 감독이 결정할 일이지만 글쎄... 뭔가를 수호하고 지키는 것은 분명하겠지. 물론 예전에는 ‘세계평화’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어질 수 있었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세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지켜야 하는 ‘정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태권브이가 얻는 대가는 무언가라고 지금 세대들이 나에게 혹은 김 훈 이후 새로운 태권브이 조종사가 되는 친구에게 물을 지 모르지만 그런 것 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태권브이는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멋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영웅으로써의 의무 말이다. 그래서 실사영화에선 어쩌면 태권브이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문제, 가족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을 런지도 모른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태권브이의 고민은 뭔가?

역설적이지만 내가 다시 등장한다는 것이 고민일 수 있다. 테레사 수녀는 ‘평화를 많이 말하지 않는 세상이 정말 평화로운 세상이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그거다. 사실 태권브이나 경찰, 군대가 할 일이 많은 세상보다는 119소방대 아저씨들이 할 일이 많은 세상이 더 풍요롭고 좋은 세상일테지.



태권브이가 돌아왔다. 아니. 사실 지난 33년간 태권브이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우리가 그를 찾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시간동안 태권브이는 성장하고 성숙했다. 그 결과가 바로 7살 어린이와 40대 성인들 모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세대를 초월한 진짜 영웅인 그의 지금 모습이다. <세븐 데이스>의 원신연감독이 연출할 실사영화는 2009년 개봉될 예정이다. 국민 로봇, 태권브이는 어쩌면 스필버그의 <트랜스포머2>와 맞대결을 펼치게 될 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염려하지 않는다. 태권브이는 영화 안과 밖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100% 완수 할 것이다. 분명히. 그는 우리의 진짜 영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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