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재미다, ‘미스터고’ 김용화 감독
영화는 재미다, ‘미스터고’ 김용화 감독
  • 이희승
  • 승인 201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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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버지가 보여준 영화들이 내 영화의 원천”

【인터뷰365 이희승】김용화 감독은 영화계의 꽃미남 3인방 중 한 명이다. 다른 두 사람 ‘의형제’의 장훈 감독과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식 감독 중에서 나이도 가장 많지만 훤칠한 키에 촉촉한 눈빛은 배우의 포스마저 풍긴다. 사실 그는 외모지상주의를 혐오하기에 자신에 대한 이런 표현에 상당한 불쾌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알까. 아무리 그가 흥행감독이어도, 극중 성동일, 서교, 김희원만큼이나 감독에 대한 인터뷰 요청도 쏟아졌다는 걸.
외모 찬양은 이쯤 해두자. 한마디로 김용화 감독은 현재 ‘충무로의 젊은 피’에서 ‘충무로의 허리’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그가 가진 대중의 취향을 읽는 ‘촉’은 관객수로 대변된다. 고작(?) 3편의 필모그라피에서 동원한 관객만 1800만 명이니 말 다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엉뚱한 상상력과 뚝심으로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깐깐한 괴짜에 가깝다. 스스로를 “일단 영화에 대한 기본 컨셉이 잡히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김용화 감독의 미소가 “관객들이 행복하면 됐잖아요”라고 만드는 마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인들이 말하는 ’꿈의 공장‘이 가동되는 원동력은 바로 현실을 잊게 만드는 힘이니까.
‘미스터 고’를 한 줄로 정의 하자면 ’고릴라가 주인공인 영화’다. 하지만 극장 문을 나선 순간 관객들은 알 것이다. “누구든 나의 마음을 말 안 해도 알아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삶은 없다”고. 그건 바로 김용화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기도 하다. 삶이 비루하고 힘들 때 자신의 영화를 보고 현실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기분을 자신의 영화로 치유하기를 바라면서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4번째 영화로 관객들 앞에 섰다.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영화다. 하지만 더 많은 ‘좋아요’를 차지할 수 있는 건 감독이 가진 진정성의 힘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김용화 감독의 작품만 챙겨보더라도 당신은 어쩌면 웃다가 운 눈물의 맛이 어떤지 아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스터 고’의 결말은 정말 특별하다. 단순히 뻔하고 착한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충격이었다.
닫힌 결말과 열린 결말이 있는 게 영화다. 관객의 마음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영화를 보신 관객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알 테지만 그 결말은 ‘미스터 고’의 성격을 정의해준다고 봤다. 못 보신 관객들도 그 점을 염두에 두어 달라.(웃음)


‘미스터 고’의 주인공인 링링이 아니라 레이팅이 마무리 하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솔직히 레이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긴 하다. 하지만 내 영화의 결말답다고 생각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기절할 일이었다. 한 마리로 지고지순하게 밀고 나가지, 두 마리를 맞붙게 만들어 어쩌자는 거냐고. 개인적으로 ‘미스터 고’가 3주차쯤에 악당 림 샤오강(김희원)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모습을 공개하면 어떨까 싶다.



굉장히 인간적인 악당이긴 하더라.
그가 뱉는 대사에는 내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보통은 돈을 안 갚은 네가 나쁜 건데, 난 너무 억울하다”며 울먹거리는 부분은 쓰면서도 그렇게 웃기더라. ‘미스터 고’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나쁜 놈이다.(웃음) 돈만 알고 비열한 성충수(성동일)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악당 림 샤오강이 나오니까.


개인적으로 두산 유니폼을 링링이 입고 나와 기뻤다. 나처럼 두산 팬들은 다 보지 않을까.
서울이 연고인 팀이 필요했다. 각 구단마다 특색이 있지만 팀 색깔이 세련되고, 치어리더들의 미모도 가장 뛰어나지 않나.(웃음) 그렇지만 이 영화가 야구영화가 아니어서 고민도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고릴라가 야구를 하면 어떨까?’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좋은 팀을 만났다고 본다. 극중 치사하게 공 굴리는 팀? 정정당당하게 사다리타기로 뽑았다. 영화 스태프들이 서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은 안 된다고 난리를 쳐서 9개 구단을 사다리 타기 했다. 그래서 기아가 뽑힌 거다.


김 감독의 영화들은 모두 쇼박스와 손잡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롯데, CJ, NEW 등 다른 곳들도 막강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상한 애정이 샘솟더라. 솔직히 말하면 고릴라를 내세운 영화에 250억? 거기다 할리우드 오케스트라로 OST는 말이 안 된다. 나는 솔직히 링링이 너무 잘나와 놀랐다. 그런 선택을 믿고 해준다는 게 쇼박스가 아니면 가능할까 싶다. 나에게 영화 3편을 하게 해줬고, 4편까지 하고 싶게 만들어줬다. 지금은 식구 같다.


메이저 배급을 탄 덕에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영화가 공산품이었으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당하다고 본다. 관객들은 쇼박스로 인해 김용화란 감독이 잘 됐는지, 그로 인해 다른 감독이 피해를 보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시장질서는 오롯이 판매자의 몫이지만 나는 영화만큼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극장의 역사가 그래왔듯이.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과연 공정한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물론 거대 제작사의 도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내 영화는 모두 초반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첫 주에 100만을 넘은 적이 없으니까.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느낀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줘서 개봉관수를 유지할 수 있었고, 흥행할 수 있었다.


‘미스터 고’의 가장 자신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선 정말 자신한다. 할리우드 애들한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들였다. 푸근하게 안기고 싶을 정도라는 링링의 털은 린스 바른 것처럼 매끈하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껍고 투박하게 만들려고 엄청 노력했다. 실제 고릴라 털이 그렇거든. 그래서 픽사의 털결하고는 다르다. 보기 좋은 번지르르함보다는 본질로 승부하자고 했다. ‘트랜스포머’ 기술자가 2주 정도 국내 덱스터 팀을 가르치려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보더니 ‘뭘 더 가르치라는 거냐’라고 깜짝 놀라더라. 미국의 애니메이터보다 손이 빠르고 감각이 좋다고. 난 덱스터 아티스트들의 미래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 유일한 도피처가 영화관이었던 김 감독은 “재미있는 영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영화전공으로서는 엘리트에 속하는 중대 출신에 고생이라곤 해본 적 없는 얼굴이고, 연출작들은 모두 흥행했다. 그런데 33살에야 처음으로 화장실 있는 집에 살게 됐다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젊고 아프지 않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침에 학교가기 전엔 언제나 도망치듯 뛰어나왔다. 각혈을 하는 엄마를 피해야 했거든. 한번은 엄마가 내뱉은 피를 아버지가 치우고 계신데 그걸 밟아 미끄러진 기억도 있다. 당시엔 너무나 도망가고 싶은 가족이었고, 학교에 제발 안 왔으면 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다.
지금도 기억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중풍에 당뇨로 다리도 절뚝거리시는 아버지가 불과 대여섯 살밖에 안 되는 나를 데리고 춘천에 있던 신도극장에서 영화를 보여주셨다. 그 불편한 다리로 나를 안고 가시기도 하면서 ‘쉐인’ ‘벤허’ 같은 영화를 보여주시고,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항상 음악을 들려주셨다. 그때 안 좋은 일도 많았는데, 그럴 때는 일부러 크게 볼륨을 높여서 헤드폰을 씌어주시곤 했다. 뭘 모르는 나이였지만 창피한 부모님이라도 오래 사셨으면 했다. 나를 너무 사랑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본 영화들과 음악적 경험들이 지금의 내 영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감독이 된 건 운명이었다?
힘든 현실의 도피처로 삼았던 곳이 영화관이었다. 일상이 괴로운 사람들이 희망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평생 그렇게 늙고 싶다. 솔직히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살벌한가. 부모들은 살얼음판의 경제 위기 속에 있고, 아이들은 입시지옥에 시달린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로해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내 지론은 확실하다. 영화는 재미있으면 된다고. 영화에서까지 괴롭고 슬프고 기술적으로 무섭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거다. 늙어서까지 쭉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 감독의 작품은 의외의 조합을 감행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오!브라더스’에서는 이정재와 이범수 콤비를 누가 생각했겠나. 미녀를 200kg 뚱녀로 만들지 않나(‘미녀는 괴로워’), 배우들에게 목숨을 걸고 스키점프(‘국가대표’)를 시키기도 했다.
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10분 정도만 이야길 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 직관이 있다. 예전에 하루에 고등어 1천 마리의 배를 가르며 생선 장사를 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나. 생존의 최전선에 나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기에 사람을 빠르게 파악한다. 내 피에 흐르는 기억들은 바로 캐릭터로 덧입혀진다. 그런 부분을 관객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자신이 돋보이려는 배우들은 뽑질 않는데 나는 이번 ‘미스터 고’의 오다기리 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다.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많지만, 한국배우들이 본받아야 할 정도로 진지하게 연기를 탐닉한다. 츠마부시 사토시도 정말 예의바르고 사랑스럽다. 이참에 그를 다음 영화에 캐스팅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렇다면 특히 아쉽거나 애착이 가는 캐릭터나 배우가 있나.
(긴 침묵) ‘오!브라더스’의 형사로 나오는 이문식이다. 제작자와의 의견이 안 맞아 결국엔 출연 부분을 통째로 들어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건 이 영화의 웨이웨이(서교)다. 원래 배우들을 뽑을 때 진실을 믿고 따라오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는데, 서교의 경우 10분 만나고서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았을 정도였다. 굉장히 어린 친구인데도 나이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더라. 모든 걸 버려본 사람만이 뭔가를 창출할 수 있다. 상처가 있는 배우가 내놓는 에너지는 다르거든.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훨씬 연기를 잘하는데, 서교는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몰라도 무시 못할 아우라가 있었다. 좀 아쉬운 건 영화 속 나이에 맞게 감독인 내가 확실하게 잡아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미스터 고’는 단점을 메우는 게 아니라 장점을 극대화 시켜야 하는 영화여서 그 부분을 신경 써 주지 못했다.


영화감독으로 꼭 가져가야 하는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거다. 내 영화는 극단적인 만화스러움과 극단적인 휴머니즘이 점철된 작품이 많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내 의지를 너무 하이 컨셉으로 잡고 짐을 덜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봐도 ‘고릴라 나오는 영화를 누가 봐?’라는 말을 들어도 ‘왜 안돼?’라며 끝까지 밀고나간 케이스다. 난 내 머릿속의 위험한 발상들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문제다.(웃음) 이 영화가 망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난 내 주변에 취향이 얇지 않고 현재 삶의 가치를 충분히 지킬 줄 아는 최고의 사람들이 있다. 잘난 척하지 않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각오로 살고 있다. 항상 그렇게 사니까 좋은 인연들이 맺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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