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그라운드 곡예사, 오마 비즈켈
[MLB] 그라운드 곡예사, 오마 비즈켈
  • 소혁조
  • 승인 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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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MLB이야기


[인터뷰365 소혁조] 오마 비즈켈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 솜씨를 자랑하는 유격수이다. 그의 유격수비는 야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우아함이 함께 한다. 하지만 그가 결코 겉멋만 부리는 수비수는 결코 아니다. 그는 통산 11회의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임과 동시에 1999년에는 156경기에 출장하여 단 3개의 에러를 범한 경이로운 기록의 소유자이다.



경이로운 유격수, 오마 비즈켈이 보여준 경이로운 기록 모음을 하나씩 나열해 본다.



① 통산 수비율은 0.984. 역대 어떤 유격수도 비즈켈만큼의 수비율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유격수가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② 0.990 이상의 수비율을 보인 시즌도 무려 네 번이나 된다.



③ 11회의 골든글러브 수상. 역대 유격수 중 비즈켈보다 더 많은 수상을 한 유격수는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불리는 아지 스미스 밖에 없다.



④ 역대 최고령 골든 글러브 수상자. 38세에 수상하여 최고령 기록을 깼고 39세에 이를 스스로 갱신했다. 2008년 현재 비즈켈의 나이는 41세로 금년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입고 퍼시픽 벨 파크에 선다.



⑤ 현재 그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2005년부터 뛰고 있음) 골든글러브를 2년 연속 수상하여 양대 리그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은 역사상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



⑥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상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비즈켈밖에 없다.



위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비즈켈은 화려하면서도 내실있고 빈틈없는 수비를 하는 유격수이다. 뿐만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며 꾸준하게 오랜 세월을 뛰고 있는 장수 유격수이기도 하다.



비즈켈의 수비는 유격수로서의 수비를 잘했다는 것 이상의, 훨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비즈켈이 유격수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으로 해서 내외야 전체의 수비에 시너지 효과를 갖게 한다. 또한 투수에게도 꼭 삼진을 잡지 않더라도 실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줌으로써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게 한다.



비즈켈이 이토록 안정적이고 화려한 수비를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뛰어난 운동신경과 함께 고도의 두뇌플레이가 겸비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그 외에 또 하나의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어릴적 그의 고향인 베네수엘라에서 야구를 배울 당시에 구장시설이 대단히 열악해서 불규칙 바운드를 많이 처리하다보니 빠른 풋워크, 맨손 캐치와 함께 공에 대한 반사신경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비록 2007년에 주춤했다고 하지만 비즈켈은 수비만 잘하는 반쪽짜리 선수가 아니다. 3할을 기록한 적은 없지만 대단히 정교한 타격과 함께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장타력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팀의 2번타자답게 주루플레이와 번트에도 능하다.


비즈켈이 뛰었기에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1990년대엔 당대 최고의 2번타자로 군림하였고 가장 안정적인 테이블 세터(table setter) 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했다고 표현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다. 3할을 넘지 못하는 타율면 에서도 그렇고 아무래도 그의 존재가치는 타석에 있을 때보다 그라운드를 날아다닐 때 훨씬 더 빛난다.



비즈켈의 수비를 볼 수 있었던 시대를 경험한 행운



메이저리그란 세상을 처음 알게 된 1990년대 초, 중반의 시절을 잠깐 떠올려 본다. 당시 메이저리그를 처음 보며 알았던 선수들이 있다. 로베르토 알로마, 배리 라킨즈,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오마 비즈켈 등이다.


비즈켈의 폭넓고 화려한, 무척 안정되고 빈틈없는 그물망 같은 수비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종범 선수가 메이저리그급이란 수식어가 붙으며 멋진 수비를 보여주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직접 뛰는 오마 비즈켈, 로베르토 알로마의 플레이를 보고 이종범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뭐랄까?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에 식혜를 먹는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 싱거운 맛밖엔 느낄 수 없었다.



비즈켈의 수비를 보며 메이저리그의 매력을 흠뻑 느꼈던 팬들이 많다. 비즈켈을 알면서 메이저리그를 알게 된 그때의 꼬마들이 벌써 장성하여 결혼을 할 나이까지 되었다. 비즈켈은 그 꼬마들이 어른이 되어 새로운 가정을 꾸릴 이 때까지도 그라운드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지키며 오늘도 예술로 승화된 그의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세상, 그 세상 속에 여전히 예의 그 위용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그 사람. 얼마나 멋진 광경인가?


비즈켈이 과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단지 수비만 놓고 봤을 땐 둘도 없을 명품이지만 과연 수비만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례로 비즈켈과 비교되는 유격수의 전설, 일명 오즈의 마법사로 유명한 아지 스미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아지 스미스 역시 공격력보다는 수비에 치중된 선수였고 그 수비력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였다. 하지만 아지 스미스가 보여준 인기, 스타성, 카리스마는 비즈켈과는 또 다르다. 또한 아지 스미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뛰며 WS 우승도 거머쥐었다. 이런 점을 예로 들며 과연 비즈켈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많은 야구팬들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만을 기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비즈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비즈켈의 수비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만 볼 수 있는 특권이었고 비즈켈이 있었기에 MLB의 세계를 알게 된 우리 세대는 그의 수비를 볼 수 있었기에 큰 행운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언제 또 어떤 괴물 같은 유격수가 나와서 그라운드를 호령하게 될지 모르지만 오마 비즈켈이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살아 숨 쉬는 예술 같은 수비는 향후 100년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비즈켈에겐 몇몇 기자들의 투표로만 당락이 결정되는 명예의 전당은 큰 의미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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