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쟁력이 한국을 발전시킬 것. 미래학자 기 소르망
문화경쟁력이 한국을 발전시킬 것. 미래학자 기 소르망
  • 김세원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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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울포럼에서 만난 프랑스의 지성 /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세계적인 석학, 프랑스의 지성, 미래학자, 문명비평가, 에세이스트. 기 소르망(Guy Sorman) 박사에게 붙는 수식은 다양하다. 대학 강의에서부터 언론 정치, 비정부기구, 문학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활동이 그만큼 다채롭기 때문이다. 기 소르망은 프랑스국립동양어전문학교(INALCO)에서 일본어를, 파리 정치대학과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ENA)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파리정치대학과 미국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중국 베이징 대외무역대, 러시아 모스크바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프랑스의 ‘르 피가로’와 ‘렉스프레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일본 아사히신문 등 세계적인 언론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그의 독특한 문명비평은 이렇게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고 현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그의 블로그 ‘미래는 바로 지금이다(Le Futur, C'est tout de suite)'에서 자신을 ’위대한 여행자‘(Grand Voyageur)이자 프랑스의 에세이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런가하면 ‘국제 기아해방 운동’이란 비정부기구를 창설했고 197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소르망 출판사를 세워 대표로 있다. 1995년부터 2년간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전망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파리 교외 불로뉴 비양쿠르시의 부시장을 역임했다.


좌파가 우세한 프랑스 학계에서 그는 시종일관 우파의 시각을 대변해 왔다. 한국을 몇 번이나 방문했느냐는 질문에 ‘셀 수 없이 많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한국을 잘 알고 한국에 지인이 많은 지한파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6~18일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 제2차 글로벌 서울포럼에서 ‘문화혁신의 도시, 서울’에 대해 특별 강연을 한 소르망 박사를 18일 행사장인 서울 신라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1996년 처음 소르망 박사를 인터뷰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공교롭게도 박사님이 서울에 도착하는 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언도가 내려졌습니다. 파리에서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됐을 때 박사님 사무실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역사적인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날 때 주로 박사님을 만났던 것 같은데요. (웃음) 이번에도 사건이 있었지요.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기업인 출신이 처음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정권이 바뀌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나의 당이 너무 오래 국회를 지배하고 있으면 정부를 비판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저는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민간 기업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것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명박 당선인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동안 한국 경제는 산업화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습니다. 아시아의 몇몇 다른 국가들도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요. 한국은 금융, 인적 자본이 필요한 국가 발전의 1단계를 이미 성취하고 현재 두 번째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의 국가발전에는 전반적 혁신, 서비스산업의 발전, 한국이라는 트레이드마크의 각인, 한국산제품의 품질인지도 향상 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는 한국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자본의 투자와 유능한 외국인재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특히 국적을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유치해 이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성장의 주된 원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임기 내에 경제성장률을 7%로 올리겠다고 했는데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이미 국가 발전의 두 번째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어서 산업 성장만으로 경제성장률을 7%대로 끌어올리기는 힘듭니다. 문화혁신을 통해 문화, 관광, 창조산업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야 목표치 수준의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화경쟁력이 국가 발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대운하 건설을 공약했습니다.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대운하 건설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아시아에서 세계와 연결하는 국제공항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른 국내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인천공항의 홍보에 힘을 쏟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하셨는데요. 서울시가 시정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창의문화도시’ 추진 계획을 평가하신다면?

국가나 도시 성장의 원동력은 창의력 있는 인재를 끌어들여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합니다. 서울은 안전과 접근성, 첨단통신기술, 오랜 문명, 민주주의의 발전, 활발한 대학네트워크 같은 장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국제화라는 측면에서는 파리 뉴욕 베를린 같은 미국과 유럽의 도시는 물론 아시아의 싱가포르보다도 취약합니다.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한 실천 방안을 조언해 주신다면.

더 많은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 외국인 예술가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세체제를 바꾸고 정책 결정과정에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야 합니다. 문화는 창작과 소비가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대학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소르망 박사가 2000년 전경련과 한국기업 메세나협회 초청으로 내한했을 때 “문화적 이미지가 상품 생명을 좌우하는데 한국 상품은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결여된 탓에 해외에서 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지적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후 문화경쟁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그의 주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용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문화와 경제의 만남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현대의 경제 행위는 반드시 문화적 측면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프랑스 제품을 사고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하며 미국제품을 구입하는 거지요.



그런데 프랑스는 문화대국임을 자처하지만 세계무대에서 경제 순위는 자꾸 뒤로 밀리고 있는 인상을 줍니다.

그건 프랑스 국민들이 과거의 영화에만 사로잡혀 현재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뒤처진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데 프랑스 국민들은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국이란 국가브랜드는 이미 존재하지만 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약점입니다.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이웃 중국, 일본과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 기독교와 유교, 불교, 샤머니즘 등 다양한 종교의 공존으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여 이에 영향을 받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한국정부가 훌륭한 국립박물관을 건립하고 서울시는 창의 문화도시 육성정책을 추진중이며 삼성, 대우같은 대기업들이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조화를 이룰 때 국가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며 현지에서 직접 수집한 자료와 현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책을 써왔다. <열린 세계와 문명창조>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진보와 그의 적들> <중국이라는 거짓말> 등 20여 권의 스테디셀러를 펴낸 소르망박사는 불어와 한국어로 동시 출판될 예정인 신작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의 출판을 기념하여 오는 3월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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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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