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그 후, 하지만 연예계 소문에는 진실도 있다.
나훈아 그 후, 하지만 연예계 소문에는 진실도 있다.
  • 김두호
  • 승인 2008.0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훈아 사건으로 돌아본 진실 혹은 루머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넷과 신문, 방송 등 모든 매체들이 한동안 흥분해서 떠들어대던 <나훈아 괴소문>은 지난 25일 당사자의 단 한차례 해명 기자회견으로 단숨에 가라앉았다. 결국 소문은 코미디였고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함께 짖어대며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일조를 했던 언론 매체들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이제는 인터넷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린다. 악성 소문을 터무니없이 가공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생사람을 잡은 곳이 다름 아닌 인터넷과 네티즌의 댓글이라고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책임이 없다고?



나훈아의 회견이 있기 전 두 차례나 ‘소문 퍼담기’ 만으로 기사를 큼지막하게 다루었던 <조선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8일자에는 <나훈아 괴담 파문으로 드러난 집단 관음증 / ‘카더라 소설’ 인터넷 타고 확대 재생산> 제하의 기사로 자신들은 소문내기에 가담하지 않은 양 인터넷 루머의 문제점만 따지고 들었다. 인터넷의 잘못된 소문을 사전에 바로 잡아주지 못하고 함께 쓸려 다니던 때를 감춘 모양새다. 언론의 정도라 하면 그럴 때일수록 잘못된 소문을 제대로 취재해서 밝혀주던가 아니면 침묵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개개인들의 무책임한 주장이나 댓글은 실제로 집단이나 개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를 어둡고 어지럽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들은 실명제로 댓글을 규제하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악성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하는 연예인이 나오기도 했고, 나훈아의 표현처럼 만약 루머에 시달린 두 여배우의 의지가 약했다면 자살까지 생각했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예인이 관련된 갖가지 소문은 인터넷에서만 만들어 진다고 책임을 전가할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인터넷 소문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 편이다.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체 쪽이 더 강하다. 더욱이 연예계 소문은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에도 굴뚝의 연기처럼 쉼 없이 피어오르고 스러졌다. 아프리카 국가 원수와의 사이에서 흑인아기를 낳았다는 사실무근의 괴소문으로 1970년대부터 평생을 시달려온 연예인도 있다. 장난처럼 퍼지는 소문이지만 당사자에게 미치는 고통은 잔인하고 혹독하다. 연예계에는 시대를 불문하고 그렇게 해명하기조차 거북하고 터무니없는 3류 소설류의 소문도 있었고, 그와 달리 소문을 취재하고 추적해보면 근거가 있거나 실제 일어난 사건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분명 진실이 된 소문도 있다.



필자의 취재 경험을 통해 뜬소문이 사실이었던 실존 사건 하나만 짚어보자. 1981년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의 일이다. 수려한 이목구비에 늘씬한 몸매의 미녀 탤런트가 자신이 살고 있던 고급 아파트촌의 자택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뜬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이 돌자 당장 취재에 나섰다. 이름이나 거주지역 등에 관한 정보도 없었지만 대충 소문의 진원지였던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촌을 뒤졌다.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그 남자는 서울시청과 필자가 소속된 신문사 뒤편에 있는 성궁다방으로 할머니 한분을 모시고 왔다. 첫 대화는 대충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 우릴 찾아다닌 김기자요?”


“그렇습니다. 누구신지요?”


“내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이오?”


“당연히 기사거리가 되면 써야지요.”



기자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는 그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울기 시작했다. 적어도 3분쯤을 울고 난후 “우리 혜림이(실존 인물이지만 가명을 사용) 아시지요?”라고 물은 후 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딸은 MBC TV 탤런트 출신으로 CF 모델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였다. 살던 아파트에서 소문대로 처절하게 스스로 죽음을 택한 탤런트의 소문은 사건이 발생한지 넉 달이 지나간 그해 9월에야 확인된 것이다. 경찰에서 조사도 이루어 졌지만 사건은 은밀하게 감추어졌고 기사로 노출되지 않았다. 관련 인물이 당시 대재벌의 후계자였다. 가정이 있는 그 남자와 7년간 내연관계를 나누다가 숨은 사랑에 지친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다른 동네에 사는 어머니가 불길한 새벽 전화를 받고 달려 왔을 때 딸은 이미 체온이 식어있었다. 함께 온 남자는 죽은 딸의 운전기사였다.



그녀가 남긴 유언 테이프도 입수했었다. <... 모든게 슬프기만 하다. 내 마음만이라도 살아남아서 사랑을 전할 수만 있다면... 이제 그럴 수가 없구나. 사랑이 무엇이길래, 당신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준만큼 받지 못한 사랑, 하지만 그 깊은 마음을 알 수 없구나.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거짓말이라고 할까. 당신과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먼 곳으로 떠나려 한다. 나는 너무 덧없이 살았고 속물같이 살았다. 그래서 더욱 덧없다 ...> 시를 암송하듯이 감정에서 울어 나오는 목소리로 최후의 심경을 독백으로 정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사를 담은 초판 인쇄물은 전량 재벌 기업 측에서 사가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 기사를 삭제하고 찍은 재판을 배포해 결국 그녀의 기사는 독자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묻혀버렸다.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회장과 미모의 젊은 인기 연예인이었던 서승희(서미경)의 만남도 제대로 기사화 되지 않고 뜬소문으로 이어져왔지만 후에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이름이 후계자 명단에 오르내린다. KBS의 명 앵커였던 국회의원 박성범과 신은경 부부의 만남도 초기에는 ‘터무니없고 말이 안된다’며 믿을 수 없는 소문으로 나돌았지만 결혼까지 이르는 진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나훈아처럼 당당하게 기자회견으로 소문의 허상과 진실을 가려주지 못하고 헛소문을 안고 살아가는 연예인들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조용히 사시는 분들의 이름과 과거사를 새삼 들먹인 점에 미안함을 느낀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