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 살아있어! ‘로마 위드 러브’ 우디 앨런
살아있네 살아있어! ‘로마 위드 러브’ 우디 앨런
  • 김다인
  • 승인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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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은 늘 기대감이 동반한다. 설령 보고 난 후 고개가 갸우뚱해지더라도 다시 다음 작품이 개봉되면 발길이 향한다. 우디 앨런의 신작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를 보러 가는 마음도 그랬다.
우디 앨런이 누구인가. 1969년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해 70, 80년대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영화 ‘애니홀’을 비롯해 숱한 명작을 연출한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뉴욕을 배경으로 시니컬하고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로 가득 차 있으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우디 앨런만의 세계를 만들어오고 있다. 올해 나이 벌써 78세, 그래도 여전한 현역이다.
신작 ‘로마 위드 러브’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건축가, 신혼부부, 오페라 감독 그리고 평범한 로마 시민이 겪는 다양한 일들이 고적대 퍼레이드처럼 펼쳐진다. 그냥 봐도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 하지만 곳곳에 포진해있는 우디 앨런 식 비틀기는 여전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영원한 것과 유한한 것에 대한 우디 앨런의 깊은 사고이다. 영화의 무대인 로마는 로마제국 시절부터의 역사가 남아있는 도시이다. 여러 세기의 생성과 소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각각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해서 각각의 방법으로 로마에 생성과 소멸을 더한다.
떠나온 곳과 사는 방법은 다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소란스러운 대중문화에 중독된 사람들, 날파리처럼 가벼운 삶의 중량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건축가 존이 만나게 된 건축학도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배우 지망생, 각자 창녀와 유명 스타에게 빠지게 되는 신혼부부, 어느날 깨어났더니 스타가 되어있는 평범한 시민, 그리고 장의사 사돈에게서 노래 실력을 발견하고 극장에 세우는 오페라 감독 등이다.
유장한 역사유적이 줄지어 있는 로마에서 한없이 가벼운 인간들의 일장춘몽, 영화에서 자막으로 해석해 놓은 것처럼 ‘인생무상 제행무상’의 한 단면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로마에 각양각색의 사연을 보탠다.

우디 앨런은 아마 죽음, 유한함에 대한 생각이 깊어 보인다. 그가 최근 자신의 영화와 일상의 터전인 뉴욕을 떠나 런던, 바르셀로나, 파리 등을 소요하며 영화를 만드는 것도 인간의 유한함 그리고 그 유한한 인간이 만든 것들의 무한함에 대한 나름대로의 순례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그러한 속내를 별로 드러내지 않은 채 유려하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의 영화에서 보았던, 손톱으로 양철을 긁어대는 것 같은 시니컬함은 보이지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미장센은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타블로이드신문을 오랫동안 장식해왔던 배우 알렉 볼드윈, 코미디 연기의 달인 로베르토 베니니부터 허영심 많은 배우지망생을 연기한 엘렌 페이지, 당당한 창녀 연기의 페넬로페 크루즈까지 로마를 유영하는 찰나의 인간군상을 잘 보여준다.
오페라 감독을 직접 연기한 우디 앨런은,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늙지 않았다. 영화 연출 감각뿐 아니라 외모조차도. 이십대 때의 모습 거의 그대로 머리카락만 백발이 됐을 뿐이다. 인간의 유한함이 숙명이라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한 대사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널리 퍼진 유행어를 흥얼거리며 우디 앨런에게 응원을 보냈다. 살아있네 살아있어, 우디 앨런 살아있네!

PS. 이 영화를 보러 메가박스 코엑스를 가던 25일, 길고 긴 통로를 걸어가는데 점잖은 어르신 두 분이 지나가던 젊은이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메가박스가 어딥니까?” 신나고 짐짓 자랑스러운 기운까지 풍기는 당당한 질문이었다. 저 정도 연세인 분들이 메가박스를? 그럴 만한 영화가 상영중인가 생각하며 메가박스에 도착하니 눈이 휘둥그래해질 만큼 수십 명 어르신들이 와글벅쩍했다. 알고보니 메가박스가 올해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인 '시니어-시네마' 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이날 어르신들이 본 영화는 ‘파바로티’. 극장 입구에 가득한 놓인 팝콘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설레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그분들에게도 한마디, 살아있네 살아있어!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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