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쓰고라도 할 건 해야 해, SEX
돋보기 쓰고라도 할 건 해야 해, SEX
  • 김다인
  • 승인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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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멀티플렉스에서 블록버스터 외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압구정CGV에 ‘호프 스프링즈’를 보러 가면서, 개봉한 지도 꽤 됐고 화제작도 아니라 열 손가락 안쪽의 관객들과 함께 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평일인데도 관객도 반 이상 들어차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 또한 기분좋은 일이었다.


메릴 스트립, 토미 리 존스라는 믿을 만한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좋은 영화 ‘호프 스프링즈’는 나이 들어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결혼 30년, 아이들은 다 크고 무덤덤한 일상에 시간을 묻어가고 있는 부부. 앞섶이 깊게 파인 잠옷을 입고 들어서는 아내를 보고 당황해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며 피하는 첫장면, 아내가 샤워만 해도 숨고 싶다는 건 전세계 중년 남편들의 공통된 마음인가보다.


아직도 낭만과 감성이 남아있는 아내 케이와 건조하게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하고 있는 회계사 아놀드. 이미 각방 쓴 지 오래다. 섹시한 잠옷도 무시당한 케이는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거금 4천달러를 들여 일주일 부부 프로그램에 등록한다. 그 프로그램명이 ‘호프 스프링즈’다.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던 아놀드는 마지못해 함께 가고, 버닌 박사의 상담실에서 두 사람의 부부 문제는 화면에 낱낱이 펼쳐진다. 이대로 사는 게 무슨 문제냐는 아놀드, 남편이 자신을 만지지도 않는다며 섹스를 한 지 5, 6년은 됐다는 아내 케이. 부부 사생활을 밝은 햇빛 아래 드러내는 것을 거부하던 아놀드는 상담이 거듭되면서 아내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성적 판타지까지 수줍게(!) 드러낸다. 아내 케이도 남편에 대해 무엇이 섭섭했는지 말로 표현하고 아울러 자신이 알지 못하던 남편의 성적 취향도 알게 된다.

아내 케이는 화장실에서 책을 보며 바나나를 연구(?)한다

일주일 상담 동안 매일 박사가 내주는 숙제를 하던 이 부부는 아내가 바라던 대로 한 침대에서 자게 되고 남편의 성적 판타지를 위해 극장에서 작업(!)을 감행한다. 컴컴한 극장 안에 불편한 자세로, 케이는 돋보기까지 찾아 쓰고 숙제를 한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결국 예전의 사랑을 다시 찾는 해피 엔딩.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마도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하나는 ‘그 정도 나이에 무슨 섹스? 어마 남사스러워라’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어도 섹스 혹은 스킨십은 나이들지 않는다’는 공감일 것이다.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는가는 아마 나이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공감 폭은 다를지라도,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두 배우의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연기력의 메릴 스트립은 소녀적인 감성의 케이를 역시나 매력적으로 소화했고, 주름투성이 터프 가이 토미 리 존스는 메릴 스트립의 손에 이끌려 회색 벽에 갇힌 자기를 해방시킨다. (필자는 토미 리 존스가 키스신을 하는 것을 이 영화에서 처음 봤다.)


영화 구성상 아쉬운 것은 부부의 딜레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단조롭고 평이하다는 것. 5, 6년을 묵혀온 문제의 크기에 비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다소 평이하다. 또 아내는 남편의 성적 코드를 만족시키기 위해 책도 보고 바나나도 먹고(!) 돋보기까지 쓰며 애쓰는데, 남편은 고급 레스토랑의 식사와 호텔에서의 하룻밤으로 아내를 감동시킨다는 것도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런! SNL ⑲를 많이 본 영향인가? 아니면 원래 여자와 남자는 원하는 것이 다른 것일까?)


그래도 소소하고 담백하게 보는 맛이 있는 영화가 ‘호프 스프링즈’다.

김다인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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