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 내뻗은 무비파이터 강우석감독
‘전설의 주먹’ 내뻗은 무비파이터 강우석감독
  • 이승우
  • 승인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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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보면 더 좋아할 영화, 찍으면서 여러 번 쾌감을 느꼈다”

【인터뷰365 이승우】여전히 자신감 넘쳤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40대 감독에게도 안 밀린다고, 30대 감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승부사다웠다. 내 영화, 내 배우라는 말도 많이 썼다. 후배감독들에게는 ‘내 새끼’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영화 ‘전설의 주먹’을 앞에 둔 강우석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쳤다. 감독 데뷔한 지 25년, 오랜 기간 한국영화 파워 랭킹 1위를 지켜온 인물답게 여전히 호탕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줄곧 권력과 국가, 집단의 이기심을 영화로 희화시켰다. 입시문제를 다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부터 경찰비리를 코미디로 희화시킨 ‘투캅스’ 한일감정을 전면적으로 다룬 ‘한반도’와 권력 집단의 희생을 그린 ‘실미도’로 이어온 그의 감독인생은 이제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전설의 주먹’에서 다시 한 번 농익은 매력을 표출한다.
학창시절 싸움 짱이었던 친구들이 25년 만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맞붙는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액션과 감성을 버무린 ‘전설의 주먹’은 뺄 것은 과감히 버리고 더할 것은 담백하게 버무린 영화다.
‘전설의 주먹’으로 한걸음 더 한국영화계의 전설에 다가가고 있는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벌써 19번째 연출작이다.
그래서인지 소신껏 편하게 찍었다. 심판을 받겠다는 의미도 있고.(웃음) ‘전설의 주먹’은 시작부터 아주 불꽃이 튀었다. 내 자랑이 아니라, 이번 영화에 서로 출연하겠다고 하는 편이었다. 특히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할 배우들은 아이돌 출신부터 주변의 추천까지 경쟁이 치열했다. 흥행을 염두에 두었으면 아이돌들을 고려해 봤겠지만... 노래하는 친구가 연기를 해서 가수의 모습이 겹치는 건 보기싫더라.

-국민 남편이라 불리는 유준상의 십자인대를 다치게 했다. 욕 먹는 거 아닌가.
국민 남편이 그렇게 약할 줄 몰랐다.(웃음) 영화 찍기도 전에 다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몸을 데우고 실전에 투입될 만큼 만들어 놓는 건 배우의 몫이다. 막 슛 들어가기 직전에 테스트를 하는데, 얼마나 진짜처럼 했는지 그때 다쳤다. 그래서 가깁스한 상태에서 윗부분만 찍었다. 사실 촬영을 못할 줄 알았는데 그 상태에서 3시간 더 하더니 링 위에서 기절하더라. 내 영화는 유독 독한 배우들이 많지만 유준상은 진짜 독한 놈이다.(웃음)

-이 영화는 배우들의 고생이 특히 남다르게 보인다. 모두 1순위 캐스팅인가.
내가 2,3 순위 하게 생겼나? 원래 내가 캐스팅 운이 좋은 편이다. (유)준상이는 뮤지컬부터, 드라마까지 연기 내공이 남다르지만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했다. 국수집 주인으로 나오는 황정민은 옆집 아저씨 같은 얼굴이 끌려 캐스팅했고, (윤)제문이야 워낙 베테랑이잖나. 황정민 경우는, 그때가 ‘신세계’ 찍기 전이었는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예전에 설경구가 터프한 영화 찍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같이 찍자고 했다. 설경구도 ‘공공의 적’시리즈가 잘 됐지 않나. 아마 황정민은 ‘전설의 주먹’으로 액션 배우로 거듭날 거다.

‘전설의 주먹’에 등장한 싸움 짱 배우들. 사진 위쪽부터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남자들의 영화를 주로 다뤄 왔는데, ‘전설의 주먹’에서는 이요원의 활약이 눈에 띈다. 겉돌지도 않고, 원작인 만화보다 훨씬 매력 있게 나왔다.
나와서 뻔한 여배우라면 아마 안 썼을 거다. 여러 여배우가 출연만 시켜달라고 러브콜도 많았다. 그런데 (이)요원이는 책도 안 보고 하겠다고 하더라. 비중이 크지 않다고 했는데도 후회 안한다고. 계약하고 출연료 입금하고, 그런 뒤에 시나리오를 보냈다. 흡사 여자 설경구를 보는 것 같았다. ‘공공의 적’ 할 때 설경구는 시나리오도 안 나왔는데 형사 역할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웃음)

-격투기 영화인데, 여성관객들도 기대하고 있나.
여성들이 강한 남성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나? 그런 남성을 안고 싶은 모성애 때문이다. ‘전설의 주먹’은 여성들이 보면 더 좋아할 영화다. 무엇보다 스포츠가 답인 영화여서 찍으면서 여러 번 쾌감을 느꼈다.

-극중 세트장이 꽤 화려하다.
총 제작비가 60억 정도 들었다. 돈이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싸우는 링 하나만 조명 틀고, 엑스트라 쓰고, 카메라 돌리면서 생방송인 걸 살려 가려면 한 신마다 5천만원 이상은 들었다. 그러고 보면 ‘투캅스’ 같은 영화는 참 싸게 찍은 거다.(웃음)
세트장에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액션이 이렇게 힘들었나 싶을 만큼 고생한 영화도 ‘전설의 주먹’이다. 합을 짜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배우들이 심하게 맞아야 하는 영화였다. 오죽하면 “컷” 다음말이 “괜찮아?”였겠나. 촬영하면서도 내내 스태프들이 “어, 어”할 정도였다. 제문이는 크랭크인 다음날부터 촬영장 오기가 겁난다고 할 정도였다. 원래는 주먹으로 한 3번 맞고 팔로 가드를 해야 하는데 배우들이 너무 아프니까 한번 만에 손을 올려 NG난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속에서 아역 배우들의 패싸움이 인상깊다. 80년대의 감수성이 살아있더라. 감독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난 싸움 잘 하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싸움을 한 적이 있냐는 의미로 묻는 거라면, 딱 한번 우연히 몰려다니다가 싸운 적은 있다. 격투기 팬이냐고? 사실 권투를 더 좋아한다.

-20대 관객들에게 강우석 감독은 어쩌면 좀 올드한 느낌일 수도 있다.
나이 들었다는 부담감은 없다.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영화가 늙어 보일 수는 있겠지. 지금도 70대 관객이 ‘투캅스’를 기억하며 내 영화를 찾아 볼 정도니. 하지만 20대들은 나를 ‘이끼’의 감독으로 알고 있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일상이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여전히 잘 하고 있다는 믿음도 있고, 나는 절대 이창동 감독처럼은 못 만든다. 단지 재미있는 영화는 내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내가 믿고 있는 신조 하나가 바쁜 사람은 절대 못 늙는다는 거다. 아이가 어리니 더 안 늙는 것 같다. 내가 또래들보다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인지 10년 이상 뒤처져 있는데 그 덕을 보는 것 같다. 40대 감독들이랑 얘기 해봐도 그들 중에서 내가 가장 수다스럽고 얘기거리도 많다.


영화제작보고회에서의 강우석 감독


-최근 기러기 아빠에서 탈출했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이 돼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주말마다 아이들이랑 놀아주느라 바쁘다. 그동안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꼽아달라고 할 때마다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해왔다. 이제 ‘전설의 주먹’부터는 보여줄 거다. 그동안은 초등학생이라 보여주고 싶어도 안됐지만 이제 나이도 되니까.(웃음)

-한국영화사상 첫 1천만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느때보다 영화산업의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데.
1천만영화는 이제 더 빨리 갱신될 거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다가 자릴 잡을 거라고 본다. 그만큼 망하는 영화도 많아질 거고. 감독이나 배우를 보며 영화를 고르는 시대는 갔다. 옛날보다 더 잘 만들어야 된다. 그리고 이제는 영화인들끼리의 교류가 거의 없다. 예전엔 식구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지금은 서로가 영화라는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같다.

-감독으로서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이제는 30대 감독과 교감하며 경쟁하고 싶다. 그들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긴장하고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전설의 주먹’의 결과가 기대된다. 제목에 ‘전설’이 들어간 만큼 영화사에 전설이 됐으면 좋겠다.

이승우 기자 swlee@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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