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남자를 홀린 팜므파탈 <조선명탐정>의 한지민
조선시대 남자를 홀린 팜므파탈 <조선명탐정>의 한지민
  • 김선
  • 승인 20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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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에서 내리는 굴곡 있는 몸매’에 딱 끌려 / 김선



【인터뷰365 김선】 눈물이 금방 흘러내릴 것만 같은 애잔하고 큰 눈망울에 우유빛 하얀 얼굴. 순진무구한 청순가련형 연기자로 사랑받아온 한지민은 그 이미지와 다른 점이 많다. 마음에 둔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재치 있고 명랑한 배우이면서 자유분방해 보이고 털털한 면모가 오히려 매력적이고 호감을 사게 한다.

인기 드라마 <올인>(2003)으로 데뷔한 후 <이산>(2007), <카인과 아벨>(2009) 등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쌓아오며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지 벌써 9년. 누가 툭 치면 대사가 자동으로 튀어 나올 정도로 연습했던 데뷔 당시를 이젠 웃고 넘길 만큼 여유도 생겼고, 연기의 ‘연’자도 몰랐던 그가 현재의 ‘깊이’까지 내공을 쌓기까지 남몰래 눈물을 흘렸던 시간들도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됐다.

한지민은 “늦게 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만큼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내가 끼가 넘쳐서 일찍이 덜컥 기회가 주어졌다면 많은 것을 놓치고 잃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2011년은 그에게 유난히 기억될 해가 될 것 같다. 특히 또래보다 유독 어린 얼굴 때문에 ‘초(超)동안(童顔)’ 연예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그가 이윽고 20대를 벗어던진 서른 살 나이로 접어든 해이기 때문. 출발도 좋다.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벗고 파격변신을 시도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지난 1월 27일 개봉 해 2월 중순 현재 350만 관객을 돌파, 박스오피스 1위로 금년도 최고의 흥행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남쪽에 매화꽃이 피었다는 화신(花信)이 전해지던 2월 어느 날, 2011년을 활기차게 시작한 한지민을 만났다.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실감이 나는가.

20대가 가장 예쁠 때라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다. 보다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마음만큼 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빨리 성숙해서 30대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막상 그 나이대가 되니 성숙해졌다거나 그렇다고 특별한 변화는 아직 모르겠지만. 하하.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래보다 별나게 어려 보여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를 더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보이는 느낌이 강한데다 체구도 작다 보니 촬영장에서 “삼촌이랑 키스하는 것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나보다 어린 친구인데 당연히 내가 동생뻘 되는 줄 알고 반말에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깐.

 

그러고 보니 드라마 <올인>(2003)에서 동갑인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했지 않는가?

당시 <올인>측에서 송혜교 씨의 어린 이미지를 찾고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얼떨결에 오디션을 보게 된 거다. 그 작품이 데뷔작이 됐다. 어떻게 보면 송혜교 씨 때문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니 고마운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나?

전혀. 워낙 숙맥이었고 끼도 없었다. 연예인이 가명을 쓴다는 사실도 몰랐고, 립싱크라는 게 있는 지도 몰랐을 정도로 연예인 세계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담을 쌓고 살았으니까. 선생님으로부터 처형이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며 우연히 소개를 해주셨다. 매니저 언니가 사무실에 프로필 사진을 가지고 와 보라 길래 언니와 함께 호기심 반으로 압구정동에 갔는데 이게 웬 걸, 처음 가 본 압구정 거리를 보고 화들짝 놀랬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난 흑석동에서 살고 있었다.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했지 버스를 타고 동네 밖에 나가 본 적도 없었다. 매니저 언니의 권유로 학교 수업과 병행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잡지 모델을 하게 됐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워낙 자식을 믿으시는 편이다. 그렇게 혼을 내신 적도 없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신경을 안 쓰시는 편이라고 투덜댔더니 엄마가 서운해 하시더라. 하하. 이렇게 말하면 오해안하실까? 친구들은 그걸 오히려 부러워한다. 엄마가 쿨 하셔서 좋겠다고.


화보모델이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도 연기와 무관한 학과(서울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 전공)로 진학한 이유는?

연극영화과를 가기엔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아동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맑고 순수하지 않나. 조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노인 복지에도 관심이 있어서 사회 복지를 선택했다. 인간이 최소한 누려야 되는 중요한 분야기도 했고, 아동 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복지까지 폭 넓게 활동할 수 있으니깐.


그럼 <올인>을 만나면서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건가?

<올인>출연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은 있어도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연기의 ‘연’자도 몰랐고, 겁도 많은 아이였다.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당시 <올인>의 송혜교 씨 아역을 찾는 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생각보다 가족 여행이 우선이었다. 당시 가족과 함께 태국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매니저 언니가 내 성격을 아는지라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오라며 흔쾌히 보내줬다.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그때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보게 된 거다.


연기자가 되니 어떻던가?

낯선 환경에 대해 겁도 나고 무섭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대사외우는 것뿐이었다. 누가 옆에서 찌르면 입에서 대사가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다. 그때 연기는 정말 2개월간의 철저한 학습에 의한 결과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해야 된다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연기는 포기하지 않은 걸 보면 끼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쉽지는 않았다. <올인> 이후 미니시리즈 <좋은 사람>(2003) 주인공을 하면서 마침내 연기자로서의 한계를 느꼈다. 자신감을 잃고 한동안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란 생각에 많이 혼란스러워 혼자 울기도 했다. 그때 조감독님께서 그러셨다. “네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연기를 두려워하고 매번 겁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동정을 한 그 말이 조금씩 오기를 불러일으킨 것도 같다. 그런 내가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는 걸 보시고 놀라워했다. 후에 <카인과 아벨>(2009)에서 만났을 때는 카메라도 제대로 볼 줄 안다고 놀라시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했던 너였는데 이제 선수가 됐구나. 농담에 응수도 하다니”라며 껄껄 웃으시더라.


이젠 연기에 자신감을 느끼게 된 건가?

그럼. <대장금>(2003) 때였던 것 같다. <대장금> 세트장에서 이영애 선배님을 만났다.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대장금> 섭외가 들어온 후 매니저 언니도 고민을 꽤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연기를 버거워했던 것을 아셨으니깐. 오히려 나에겐 너무 좋은 기회였다. 대사도 적었고 출연 장면도 많이 없어서 부담을 덜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 그 무렵부터 현장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연기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더라. 도전하고 싶고,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이영애 선배님도 내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눈치 채셨는지 많이 가르쳐 주셨다. <대장금>이 끝날 때쯤 영화 <청연>(2005) 오디션을 보게 된거고.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끼가 넘쳐서 덜컥 기회가 주어졌다면 많은 것을 놓치고 잃었을 거라는 것을. 힘들었지만 내겐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요즘에는 못하면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은데, 끼가 없는 내게 기회가 계속 찾아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객주 역할은 의외다.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던 건가?

일부러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를 다시 맡을 수도 있는 거고. 처음 한객주 역할을 읽는 순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일어났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 맡아보니까. 사실 그런 섹시한 캐릭터 섭외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하하.

예전 내 성격이었다면 당연히 못하겠다고 했겠지만, 그동안 작품들을 하나하나 출연해오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연기자라는 직업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늦게서야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던 나다. 그런 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날카로운 눈매, 새치름한 붉은 입술에 가슴골이 환히 드러나는 시스루 한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에 다들 놀랐을 법 한데. 출연 후 주변의 반응은 어떻던가?

현장에서도 “지민아 너 너무 딴사람 같아. 영화를 보고 너인 줄 모르면 어떡하냐”란 소리를 들었다. 설마 했는데, 실제로 한객주와 내가 동일 인물이란 사실을 몰랐던 관객이 있다더라. 그럼 성공인가. 하하.


파격변신에 충격을 받은 남자 팬들도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스틸이 공개된 후 ‘한지민이 이상형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댓글을 봤다. 원래 관객들의 반응은 제각각 아닌가. 여덟 가지 칭찬이 있다가도 두 가지 쓴소리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고. 이제 어느 정도는 웃고 넘겨야 되는지, 어떤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지 안다. 선한 나의 이미지를 좋아해주시는 것이 기분 좋지만, 오르지 관객들의 그런 호감도만을 생각하며 작품을 고르는 것은 피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던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의 모습이 가장 예뻐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 사극 <대장금> <이산> <경성스캔들>등 사극에 출연했지만, 이번 작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극이란 사실 때문에 처음에는 그리 끌리지 않았다. 그동안 많이 출연했던 장르인데다가 비슷한 캐릭터라 생각했다. 시대적배경이 정조를 배경으로 했던 <이산> 때와 동일하고. 시나리오를 받아놓고 읽지 않고 있다가 밤에 몇 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상황들이 너무 웃긴 거다. 반 정도까지 읽었는데 이상한 것은 내 역할이 안 나오는 거다. 정말 “누구 역할을 보라는 거지?”였다. 분명 극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라고 들었는데 한객주만 나오는 거다. 대본에서는 ‘가마에서 내리는 굴곡있는 몸매’라고 묘사했던 역할인데. 그런데 이 역할이 웬지 끌리는 거다. 이 캐릭터의 정체가 궁금했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맡을 역할이었지만.


캐스팅에 대해 감독이 뭐라고 하던가.

당연히 여쭤봤지. 섹시함을 드러내는 캐릭터인데 왜 나였는지 나도 궁금했다. 객주스런 모습의 배우보다는 한지민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나. 감독님이 사극을 싫어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보고 싶게 만드는 사극을 만들고 싶다면서.


가슴굴곡을 노출한 의상 스타일이 화제가 됐다. 부담감은 없었나?

노출만 앞세우는 캐릭터였다면 나 역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객주는 섹시함을 이용해야 하는 여자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묘령의 여인으로, 조선명탐정 김진(김명민)이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하는 인물 아닌가. 김진이 한객주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게 할 만큼 시선의 혼란을 줘야 됐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미니스커트도 안되고. 안 어울린다는 말보다 관심을 가져주는 게 더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미칠 만큼 섹시한 것도 아닌데.


팜므파탈을 강조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출연하면서 ‘어떻게 하면 섹시할 수 있을까’ 란 고민을 처음 해봤다. 당시 팜므파탈은 어땠을지 생각해봤다. 이미 당시 의상으로는 충분히 파격적이기 때문에 시선이나 눈빛을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했다. 특히 메이크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보통 30분 걸리는 메이크업만 2시간을 했으니. 눈이 동그래 착해 보인다며 헤어스타일까지 바꿨다. 눈꼬리를 올리게 하려고 머리카락을 위로 당겨서 묶었다. 눈썹도 물풀로 결을 따라 세웠다.

메이크업의 힘이 컸던 덕분에 시사회를 다녀온 동료 배우들이 실물보다 몇 백배 예쁘게 나왔다더라. 출연 배우들 중 가장 많은 컷을 찍었는데 가장 베스트 컷들만 뽑아주셨다. 가마에서 내리는 신 역시 다리 먼저 내려보고, 아님 머리 먼저 내보이기도 하면서 각기 다른 포즈로 찍기도 했고, 각도를 달리해 찍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지민이만 오면 촬영이 지체된다”는 푸념까지 들었으니깐. 여자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다 누린 것 같다. 예쁜 모습만 담아주셔서 감사드린다.


 

2011년의 첫 출발이 좋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항상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조금씩 쌓이다 보면 좋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


결혼 계획은 없나.

우선 사람이 있어야 결혼을 하지. 사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호감이 있어도 진전이 잘 안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서는 뜸들이거나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나서야 되지 않겠냐고 하는데.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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