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자화상, 노숙인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자화상, 노숙인
  • 김우성
  • 승인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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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자활 의지가 없을까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며칠 전 노숙인 문제가 각종 포털 뉴스면을 장식했다. 전국의 노숙인이 1500여명에 달하며 서울 용산 지역에 가장 밀집해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파가 절정일 무렵 으레 언급되는, 딱히 화제가 될 뉴스는 아니었는데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노숙인들로부터 당했다는 직간접 피해 경험이 댓글로 쏟아졌고 그들에 대한 혐오감 표출이 여론의 대세를 형성해갔다. 종교시민단체의 무료급식에 대한 원성도 있었다. 공짜로 밥을 주니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 없이 사람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주장이었다.

그 가운데 ‘자활 의지를 보이지 않는 노숙인을 돕는 건,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노숙인을 배척하는 목소리에 논리성이 부여된 것이다.

이처럼 노숙인들은 여타 사회약자층에 비해 유독 싸늘한 대접을 받는다. 행인들을 향해 공격적인 구걸을 하고, 구걸한 돈으로 술을 사먹는다는 인상을 줬던 탓이다. 그렇다고 노숙인들에게 자성을 요구하기에는 이미 사회와의 벽이 견고해진 상황이다.


IMF 직후 급격히 증가했다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노숙인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시급한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범죄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당장 먹을 게 급한 노숙인들의 신분을 악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노숙인들 간 상해사망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 2009년에는 중학생들이 노숙인을 폭행하며 촬영한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행인들이 두려워하는 노숙인이라지만, 결국 약자임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도 비참하다. 노숙인들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다. 혹은 전산 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분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게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대부분 금융거래가 정지되어 있어 일정한 소득활동도 여의치 않다. 자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이 상실된 것이다. 올 1월 들어서만 수차례 발생한 노숙인 동사사고를 ‘의지’의 차원으로 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스킨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숙인들을 사회와 격리되어야 할 존재로 보는 시선에는 작금의 한국사회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질만능(겉치레), 낙오자에 대한 거리 두기, 생명 경시 풍조 등이 무의식중에 자리하는 것이다.

시장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노숙인 또는 그에 상응하는 빈민계층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집이 있고 행색이 멀쩡해도 실상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선입견을 거두었을 때 노숙인들이 우리들과 다른 점은 인생의 위기에 놓였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는 희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희망을 갖게 하려면 사회가 다시 자신들을 받아줄 거라는 확신부터 줘야한다. 무료급식마저 성토해서는 노숙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노숙인들에게 사회와의 스킨십을 주선한 ‘빅이슈’의 선례에서 방법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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