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동물원 운영, 재검토해야 할 때
시대착오적 동물원 운영, 재검토해야 할 때
  • 김우성
  • 승인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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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명분 점점 설득력 잃어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연말 분위기로 들떠있던 지난 12월 초, 난데없이 곰 한 마리가 뉴스의 초점이 됐다. 동물원 우리에서 도망쳐 청계산으로 사라졌던 말레이곰 ‘꼬마’ 얘기다. 포획틀이 설치되고 대규모 수색작업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신출귀몰 청계산 일대를 누비고 다니던 꼬마는 결국 탈출 9일 만에 무사히 포획됐다.

곰은 만화나 동요에서 표현된 것처럼 그다지 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 사자에 버금가는 맹수로 분류된다. 영화 ‘가을의 전설’ 주인공 트리스탄이 곰과의 사투 끝에 장렬히 최후를 맞는 장면은 너무도 유명하고, 탐험 중 곰에게 변을 당한 사람들의 뉴스가 종종 해외토픽에 등장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럴지니 꼬마가 돌아왔을 때 눈물 펑펑 쏟던 사육사 추윤정 씨의 심경이 짐작된다.


당시 관련 당국에서는 신경이 곤두섰겠으나 여론은 조금 달랐다. 처음에는 곰을 놓친 서울대공원 측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듯하더니, 꼬마가 산 정상 매점을 털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뉴스가 전해진 이후 상황이 급변해 ‘잡히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생명에 대한 연민이 작용한 이례적 반응이었다. 곰 한 마리의 세밑 해프닝이 동물원에 대해 조금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준 것이다.

서울대공원처럼 수많은 종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동물원은 어린이대공원, 에버랜드 등 수도권에만 두 곳이 더 있고,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청주 등 전국 주요 도시마다 운영되고 있다. 동물원의 설립 취지는 야생동물 보호라는 명문도 중요하나, 국민들의 여가공간 조성과 어린이들의 체험학습 목적이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한 동물원 소개에서는 ‘초일류 테마파크로의 도약’을 기치로 시민휴식, 체험공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동물원의 학습공간으로서 기능에 대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최초의 동물원은 1백여 년 전 순종 즉위 후 일제에 의해 창경궁 전각들을 헐고 만든 창경원이다. TV도 컴퓨터도 없던, 사진은커녕 그림책조차 변변치 않던 시절의 일로 그야말로 현장에서 학습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굳이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동물의 움직임, 울음소리, 상세정보,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까지 접할 수 있다. 동물을 소재로 3D 4D 영상물도 만들어지는 시대다. 학습공간으로서 동물원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동물원 관람이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는 어떤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인격이 형성되기 이전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함축한 속담인데, 어린이들의 올바른 정서함양을 생각한다면 동물원은 피하는 게 좋다. 동물원 동물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공수해오는 게 대부분이다. 힘과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생명의 자유를 박탈하고 볼거리로 유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또,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동물들을 ‘관람하는 것’으로 여기던 아이가 유색인종이라고 해서 신기하게 쳐다보지 말란 법 없다. 자유와 인권,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왕과 왕후의 뜰을 호랑이와 코끼리의 놀이터로 내줬던 창경궁의 수난이 후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경궁은 현재 일본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꼭 들르는 관광코스다.

정부와 기업이 정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다면 원래의 서식지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도록 해당국가에 지원을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연구용으로라도 정 동물원이 필요하다면, 지금에 비할 수 없을 만큼의 서식지를 조성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방문객들은 제한적으로 안전차량이나 망원경을 통해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이다. 기후 때문에 불가능한 종은 제외하면 된다. 자연을 거스르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많지 않다.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묻고 싶다. 온도와 습도까지 맞춰주며 때 되면 먹이주고 아프면 주사 놔주는 그 곳이 편한지.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콘크리트 안을 뛰어다니는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되는지. 동물들이 하는 말을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다. 아무 이유 없이 개를 살해하고, 자기 분에 못 이겨 고양이를 내던지는 일도 그래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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