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부족의 원인, 과연 어디있나
혈액부족의 원인, 과연 어디있나
  • 김우성
  • 승인 20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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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결국 우리 모두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현재 일선 병원의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대량 출혈과 수술에 사용되는 적혈구 재고량은 1.7일분,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되는 혈소판 재고량은 1.4일분에 불과하며 이러한 재고량마저도 혈액검사가 끝나 당장 병원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은 적혈구의 경우 0.7일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형과 A형 혈액의 경우 0.2일분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혈액 부족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겨울 무렵이 되면 한파와 감기, 학교헌혈감소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겪어왔던 현상이긴 했지만 올해는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혈액은 지금 바닥나 있다.



근래 들어 이렇게까지 혈액이 부족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분석되는데 가장 먼저 군 헌혈 감소를 들 수 있다. 원활한 혈액 수급에 큰 기여를 해온 군 헌혈자가 전방 말라리아 지역 확대로 인해 최근 몇 년간 30% 이상 감소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젊은 연령층의 감소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헌혈 인구는 성별과 연령대의 편차가 매우 심한편이어서 16세에서 29세 사이의 남성이 전체 헌혈 인구의 75%를 차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하며 혈액수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 밖에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의 여행자 증가, 약물 복용력 및 질병으로 인한 헌혈 부적격자 증가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혈액관리업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해진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혈액 사고 이전 250만 명이던 전체 헌혈 인구가 사고 이후 220만 명으로 크게 줄었음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헌혈에 대한 오해들.



많은 사람들이 <헌혈의 집>을 지나가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소위 ‘피 장사한다’와 ‘배불렀다’이다. ‘피 장사한다’는 말은 순수하게 봉사하는 국민들에게 고작 군것질거리 몇 개 주고 헌혈을 받아서 의료기관과 제약회사에 비싼 가격으로 되판다는 것인데 이러한 인식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현재 대한적십자사의 혈액관리 업무는 국고 지원을 포함하여 겨우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적혈구 수가는 38850원이다. 이는 호주의 26만원, 미국의 19만원, 일본의 14만원과 비교할 때 물가 등을 고려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혈액 수가는 1999년 이후 실질적으로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약간의 상승이 있었지만 이는 헌혈된 혈액에 대한 C형간염 검사추가 등 특정 검사를 전제로 상승되었던 경우이다. 근본적으로 저수가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프라 구축 등 운영상의 확대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이다. 좀 더 원활하고 선진적인 혈액관리업무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수가 인상이 뒤따라야겠지만 혈액관리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수가의 인상은 국민 부담과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그런가하면 ‘배불렀다’는 말은 헌혈을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대부분 저녁 6시 이후에 퇴근을 함에도 헌혈의 집 운영시간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다. 심지어 운영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헌혈을 거부당했다는 증언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적십자사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는 잦아들 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혈액공급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오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국 100여개 헌혈의 집의 운영시간은 저녁 6시까지이다. 이 가운데 국고의 지원을 받는 23곳은 저녁 8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으며 전체 헌혈의 집 가운데 절반가량이 일요일에도 운영을 하고 있다. 헌혈의 집에 모여진 혈액은 그대로 병원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각지의 혈액원으로 보내져 각종 검사와 성분분리 과정 등을 거치게 된다. 즉 혈액관리 업무는 헌혈의 집이 문을 닫은 저녁 6시를 훌쩍 넘어 밤 11시에서 12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마저도 일부 야간에 해야 하는 검사가 따로 있고 혈소판 헌혈의 경우 최소 1시간 3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등 저녁 8시 이후로는 헌혈자를 받고 싶어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헌혈자에 대한 안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운영 시간에 관한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혈액 수가 문제와도 연결이 되어 있어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헌혈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나눔>이다.



전국 헌혈의 집 말고도 120개 병원에서도 일반인들의 헌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결국 헌혈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헌혈을 통한 감염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업무를 백 번 천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했다가는 병원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헌혈을 독려하고 홍보하는 병원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수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치료방법이 아니다. 자신의 몸에 다른 사람의 혈액이 들어오면 당연히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헌혈 받은 혈액의 역시 미국, 일본 등 모든 나라들이 200만 분의 1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혈을 받지 않고는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행할 수 있는 최후의 치료방법인 것이다.


이에 대해 혈액관리본부 주영찬 팀장은 “혈액관리업무라는 것이 당연히 네거티브를 안고 간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국민들의 오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환자들에 대한 원활한 혈액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의 혈액 부족분은 2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 해 혈액 필요량을 인구 비율로 따졌을 때 성인 한명이 10년에 한번 꼴로 헌혈을 하면 된다고 한다. 예컨대, 4인 가족의 가장이라면 본인이 2~3년에 한 번씩은 헌혈을 해야 본인 가족들이 당당하게 수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혈액 부족 현상은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헌혈을 둘러싼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있는 환자들의 불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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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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