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킴’ 이라는 새로움, 혹은 불편함
‘마리킴’ 이라는 새로움, 혹은 불편함
  • 조현진
  • 승인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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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팝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다. 어쩔테냐?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 사진 김우성] ‘팝 아트.’ 흔히들 팝 아트를 대중적으로 공유된 이미지를 미술영역과 조우하는 시도라도 정의하면서 20세기 현대미술이 만들어낸 한 장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것에 장르나 기법이란 용어를 붙이는 것 또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견해의 차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팝 아트란 완성된 하나의 작품 (이전까지의 그림이나 건축이 그랬듯)을 정의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접합의 ‘과정’에 더욱 집착하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이렇듯 복잡한 설명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오늘의 인터뷰 대상인 ‘마리 킴’ 이란 여성이 바로 이 팝아트의 아티스트이며, 그녀 또한 무엇이라 쉽게 정의되기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나는 팝 아트를 하는 작가다. 내 나름대로 ‘팝 초현실주의’라는 이름을 내 작업에 붙이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말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호주에서 오래 살았고 멜버른에 있는 RMIT에서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을 공부했다. 작년 말에 완전히 귀국했다.


‘팝 아트’라는 것을 정의해줘도 좋고, 마리 킴의 예술이 어떤 건지 말해줘도 좋다.

그건 쉽지 않은 질문이다.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은 나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즉 화가나 미술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팝 아트를 미술의 한 형식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관점에서 팝 아트는 공유된 대중문화 위에 무언가 다른 레이어(layer,층)를 덧 입히는 작업이다. 작년에 독일 픽토 플라즈마 페스티벌에 참가했었는데 거기에서도 너무나 흔하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예술 형식에 대한 질문과 공격, 그리고 변명과 항변을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많았는데 그들 역시 여전히 그렇게 그 정의를 찾고자 투쟁 중이었다.



더 혼란스럽다.

어쩌면 당신이 느끼는 그 혼란이 팝아트의 정체인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는 주로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 작업의 베이스가 된다. 여자아이인데 이 녀석은 주로 성인여성의 소비적 얼굴과 덜 성숙된 소녀의 몸을 함께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여자아이가 대중문화의 정체라고 본다. 겉으로는 화려한 화장, 성형수술을 받은 것 같은 큰 눈과 세련된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덜 성숙한 몸과 유방을 가지고 있는 이 여자아이야 말로 대중이 원하는 실체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대중문화라는 것은 공유되는 것이지만 사실은 소비를 목적으로 한다. 소비란 것은 개인의 독점욕이 일어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러기에 저 여자아이처럼 공유되는 섹시함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은밀히 소유하고 싶은 ‘덜 자란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그 소유물을 가지고 뭘 하건간에 혼자서 즐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대중문화의 정체란 바로 이 여자아이가 되는 것이다.


이해되었다. 그럼 당신이 추구하는 예술은 그 여자아이에게 레이어를 입히는 것이겠군.

바로 그거다. 그러기에 나는 내 행위를 ‘팝 아트’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레이어를 입혀왔고, 입히고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

어떤 아티스트는 대중문화를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난 조금 다르다. 도리어 나는 이 여자아이를 학대하는 편이다.


학대?

그렇다. 나는 대중문화에 관한한 새디스트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 당연히 내게 대중문화는 복종스러움을 넘어 메조키스틱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여자아이를 학대한다. 눈알을 뽑기도 하고, 이마에 나찌 문장을 낙인으로 박아주기도 한다. 비린내 나는 생선처럼 피를 흘리기도 하고, 빨대로 남의 피를 수혈받기도 한다. 그런 레이어를 덧대는 것으로 나는 최대한 이 여자아이, 이 대중문화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은 거다.




이제 마리 킴이라는 이름의 아티스트에 대해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불편함’이라는 단어 덕분이다. 그녀는 이 불편함을 우리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인 것이다. 그러니까 팝 아트를 한다고 하면서도 미술 전공자가 아닌 것이나, 뜬금 없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입에 처 넣는 <목구멍 속 금붕어>라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섞인 단편영화를 쓰고 연출했다가 (게다가 배우로 출연까지 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닦아내는 연기까지 한다.) 신인가수의 노래 가사까지 쓰고 있는 모습까지 예측불능의 전혀 친절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그러면서 그녀는 청강문화 산업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와 만화 일러스트 강의까지 하고 있다.


나는 마리 킴이라는 아티스트를 뭐라 정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런 것은 인터뷰어에겐 참 큰 ‘불편함’이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내 앞에 마주앉아 있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의 실체고 진짜 내 모습일 것이다. 당신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이며 어떤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가장 진실된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한국에서 계속 활동할 것인가?

그렇다. 요즘 방학이라 강의는 없지만 다음 달 말까지 출판이 약속된 책의 원고를 끝내야 해서 좀 바쁘다. 그리고 올해는 개인전시회를 한번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물론 쉬지 않고 나의 불편한 레이어들을 대중문화위에 계속 덧입힐 것이다. 그것이 그림이건, 광고건, 만화건, 게임이건, 사람이건 간에 말이다.



대체로 인터뷰를 끝내면 이 내용을 어떻게 기록할지 나름대로 윤곽이 잡혀왔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래서 가능한 나는 이 ‘마리 킴’이란 인물의 평가를 독자인 당신에게 넘긴다. 당신이 그녀를 사실(Fact)로 읽어도 좋고, 의문과 호기심으로 그녀를 읽어도 상관없다. 마리 킴 역시 그녀만의 발랄한 얼굴 가운데서도 당신과 상대할 ‘편하지 않은 무엇’을 꺼낼 테니까. 스스로를 ‘팝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라고 말한 여자. 마리 킴을 당신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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