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그대로 편안한 천년고찰 안사 지장사
지명 그대로 편안한 천년고찰 안사 지장사
  • 김철
  • 승인 201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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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 가도 가도 산이다.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한참을 달려야 한다. 그리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강원도 어디쯤으로 착각이 들만큼 첩첩산중이다. 의성 안계에서 한참 떨어진 안사 지장사로 가는 길이 그렇다. 경내에 들어서자 하안거 중인 비구니 스님이 울력을 잠시 멈추고 합장으로 일행을 맞이한다. 스님은 사흘이 멀다 하고 돋아나는 잡초를 참배객과 함께 제거하는 중이었다. 주지를 맡고 있는 동효(東曉) 스님이다. 약수터 가는 길에 우연히 본 이정표를 따라 지장사를 찾은 것이 벌써 몇 년째다.



처음 본 그대로 지장사는 내게 특별한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문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선 채 이방인을 반기는 듯한 거대한 돌탑부터 인상적이다. 본당인 극락전부터 삼성각에 이르기까지 전통 가람으로서 갖출 것은 갖췄으면서도 절간의 규모가 크지 않고 아담한 편이다. 또 관광객들이 들끓는 이름난 산사와 달리 인적이 매우 드문 데다 사하촌(寺下村)마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만큼 고요하다는 뜻이다. 수행자가 머물기에는 딱 좋은 하늘 아래 숲속에 은둔한 산사가 바로 지장사다.


산사는 무엇보다 적막한 것이 제격이다. 그럴수록 절간살림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선승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두타(頭陀)에서 인가와 멀리 떨어진 산속을 거처로 택하도록 한 점을 고려한다면 가난한 산사가 오히려 수행 정진에는 도움이 될 터이다. 극락전을 참배하고 나오자 스님이 울력을 중단하고 일행을 별채로 안내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법회가 있는 음력 초하루였다. 불자들이 공양으로 바쳤던 차와 과일 그리고 떡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초하루든 아니든 미쳐 공양물을 챙기지 않았던 게 못내 민망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지장사는 25년 전만 해도 대처승들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조계종에서 인수한 뒤 동효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고부터 크고 작은 불사가 시차를 두고 이루어졌다. 스님이라고 해 보았자 두어 분이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이다. 속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절집 살림이 궁금했다. 인적 없는 청정도량에서 수행 정진하는 청정 비구니 스님으로서 불사가 역부족이었을 텐데 모든 게 내할 탓이라며 인욕을 화두로 삼으며 잔잔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절간이 속세를 떠나 산으로 올라간 이유는 수행에 걸림이 없기 위해서다. 누구나 대자연 속에서 살다 가는 이상 굳이 세간과 출세간을 따진다는 것이 덧없는 분별일 수 있다. 그러나 소위 코드가 맞는 고요한 청정도량이라면 어쩌다 한 번 들르는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불가사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고향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산사가 몇 곳 있어 멀리서 손님이 오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종종 찾는다. 다들 특색 있는 절간이다. 그 가운데서도 의성 안사(安寺)에 있는 지장사는 지명 그대로 ‘편안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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