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처럼 예고 없이 왔다 가는 계절
도둑처럼 예고 없이 왔다 가는 계절
  • 김철
  • 승인 20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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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 여름을 알리는 입하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다. 대낮의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세상에 예고를 하고 침입하는 도둑은 없다. 언제나 소리 없이 왔다 간다. 계절도 그와 같아 감쪽같이 찾아온 여름 때문에 흡사 봄이 도둑맞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가 더울수록 시원한 곳을 찾게 되고 포근했던 봄은 어느새 잊고 만다. 사계절이 뚜렷한 탓인지 계절을 망각하듯이 우리나라 사람처럼 대소사를 쉽게 잊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핫이슈가 부각되면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들끓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식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빅뉴스가 새롭게 뜰 때마다 직전의 핫이슈는 가라앉기 일쑤다.



지난 시절은 접어두고 비근한 예로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이 그렇고 천안함 사건도 세인의 관심사에서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일을 두고 자조적인 말로 소위 ‘냄비근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적으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전환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빨리빨리’ 의식이 오늘의 한국을 있게 만든 요인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행한 과거를 습관적으로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위험하다. 어제는 오늘의 가르침이 되고 오늘은 내일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반면교사는 그래서 필요하다.



봄이 없는 여름은 없다. 여름은 어디까지나 봄의 연장일 뿐이다. 어제는 상춘객이었던 일가족이 오늘은 피서객이 되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단란하다. 팔당호에 배를 띄워 노 젓는 어부는 무슨 상념에 잠겼을까. 그런가 하면 불두화 아래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털갈이를 하는 누런 견공의 모습이 여름을 실감나게 말해 주기도 한다. 낮 시간이 연중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나면 밤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머지않아 가을 또한 도둑처럼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인생사 행불행이 잠시 내 곁에 머물다 갈지라도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잊을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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