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마을이 경사가 꽤나 가파른 산자락에 형성돼 있어 집집마다 물기가 많은 편이다. 집 한 켠 의 습지에서 노랑꽃창포와 창포 그리고 부들이 경쟁적으로 함께 자랄 수 있는 것은 수분이 부족하다면 불가능하다. 이들 식물들은 수분이 많은 흙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나머지는 흙 위에서 자라는 정수성 수생식물에 속한다. 세 종류 모두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탓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여겼으나 의외로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식물세계에도 힘이 강한 종과 약한 종이 있기 마련이어서 약한 종이 강한 종 틈에 끼어 있으면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고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세 종류 가운데 볼품없는 창포와 부들의 꽃과 달리 노란색의 연약한 꽃이 피는 노랑꽃창포가 세력 싸움에 밀릴 것 같았으나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뜬하게 자란다. 강자와 강자끼리는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 깨어지면 강자가 약자를 물 먹이기 쉽고 손해를 보기 십상인 것은 약자 편이다. 그렇다고 약자가 강자를 물 먹이지 마라는 법도 없다.
이웃 간에도 허점을 보이거나 힘이 약하면 물 먹는 수가 흔하다. 상대를 골탕 먹이고 허탈하게 하는 것을 비유해 보통 ‘물 먹인다’라는 속어를 쓴다. 그렇다면 물 먹이는 행위보다 더 나쁜 짓도 없을 것이다. 같은 붓꽃과인 꽃창포는 자주색 꽃이 피고 개화시기가 노랑꽃창포보다 한 달 가량 늦다. 태생적으로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노랑꽃창포는 물 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지만 한세상 살아가면서 이웃 간에 의좋게 지내지는 못할지언정 물 먹이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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