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의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 유승엽
풀벌레의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 유승엽
  • 신일하
  • 승인 200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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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음악이 영혼을 맑게 한다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밤차’ ‘겨울장미’ ‘제비처럼’ ‘당신은 누구시길래’ ‘하얀 민들레’ 등 히트송의 작곡가 유승엽씨(60)가 ‘날아다니는 풀벌레들을 모여들게 하는 불가사의한 소리’를 낸다는 악기 오카리나(Ocarina)에 심취되어 ‘인간의 자연으로 회귀’를 외치면서 새로운 음악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흙, 물, 불, 바람(地,水,火,風)으로 완성되는 오카리나는 인류가 마지막으로 개발해야할 악기라고 생각해요. 이 악기 특유의 목가적이며 슬프고 따뜻하면서도 맑고 깊은 소리는 인간의 영혼을 자극할 만큼 섬세한데다 자연친화적이라 음악과 악기를 배우려는 팬이 날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에 ‘한국오카리나아카데미’를 설립, 전국에 강사를 배출하고 ‘오사모’(오카리나를 사랑하는 모임)를 통해 오카리나 보급에 열정을 쏟고 있는 유승엽씨를 만나 음악인생을 들어보았다.



KBS 콘서트 ‘7080’에서 ‘유승엽 숲속의 소리’ 초청 공연을 보았는데 악기 오카리나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준다면.

MBC ‘생방송 화제집중’ KTV '생방송 세상의 아침’ 등에서도 소개되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못 보셨군요. 오카리나는 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 만들어내는 도자기형 폐관악기로 어원은 이태리어로 ‘거위 새끼’란 뜻을 가지고 있죠. 보통 오카리나는 저온에서 구워 만들어요. 그 이유는 공기의 흐름에 방해 되는 이슬 맺힘 현상을 방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연주 할 때 나오는 침과 수분을 악기 자체적으로 흡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악기와 음악이 우리나리에 언제 소개가 되었는지.

지난 86년 일본 NHK가 방송한 다큐멘터리 ‘대황하’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투명하면서도 신비로운 음색의 배경음악을 오카리나로 연주한 것이었죠. 일본의 오카리나 아티스트 노무라 소지로씨가 ‘대황화’에서 선보인 음악이 각광을 받으며 앨범으로 출시되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등 오카리나 보급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소지로씨는 1975년 오카리나 음색을 처음 접하고 감동, 매료되어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 악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지난 85년 NHK 다큐멘터리 제작할 당시 10,000 개의 오카리나를 제작해 갖고 있다는 얘길 들었을 정도로 장인의 경지에 들어선 거로 알려졌죠. 소지로씨의 음악이 히트된 후 일본에서 오카리나가 수입되어 국내 팬들에게 많이 소개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유승엽씨는 (오카리나)연주와 제작하는 걸 어떻게 배웠는지.

애들 교육 때문에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보낸 게 오카리나와 인연을 맺게 했어요. 거기서 가족과 생활을 하면서 NHK가 제작한 ‘대황화’를 보고 배경음악에 감동해 오카리나를 구입하여 이런 신비스러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나 감탄하면서 스스로 연주법을 익혔어요. 내가 음악인이라 그런지 연주는 물론 작곡도 가능하여 여러 개 구입해 가지고 귀국, 서울 인사동에 사무실을 내었어요. 오카리나는 섹스 폰, 클라리넷, 기타 등 악기처럼 배우기 어렵지 않아 가르쳐 주기 쉽기 때문에 동호인 모집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죠. 그러다 보니 악기도 제조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 일본 서적을 구입해 들여다보면서 연구했어요. 소지로씨를 찾아 악기 제조과정을 물어볼 까 하다 도자기 굽는 기술부터 모두 책을 구입해 스스로 터득해보는 게 지름길일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악기를 개발하는데 2년 이상 걸렸어요. 용인 등 도자기 요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내가 원하는 음색의 소리가 나는 오카리나를 만드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닌 걸 알았지만 안 좋으면 깨버리고 또 만들고 하다 보니 10톤 트럭 2대 분의 흙을 소비했을 거예요. 금형 전문업체를 찾아 설계를 보여준 후 금형을 만들게 하고 원료인 흙과 유약을 어떤 걸 써야할지 물어보아야지 그리고 유명한 요(窯)를 찾아다니며 공방을 살펴보느라 발품을 많이 팔기도 했죠. 우리 보다 앞서 악기를 개발한 일본은 자신만의 소리를 추구하는 오카리나를 만들어 연주하는 장인다운 아티스트가 많은 데 그들을 따라 가려면 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기(군포)에 내려와 오카리나아케데미를 설립하게 된 동기라도 있는지.

처음에는 문화의 거리 인사동이 괜찮을 것 같아 거기서 출발했지만 ‘흙, 물, 불, 바람’에 어울리는 건 도시가 아니고 시골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찾다 이곳에 정착하였죠. 사실 군포는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해요.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여기 군포역장을 하셨어요. 어릴 때의 향수가 깃들어 있는 고향인데다 수강생을 가르칠 공간과 공방 설치 등 편한 입지 조건에 맞아 설립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은 편이예요. 서울에서 멀지도 않고 경부고속도로와 연결이 쉬워 매주 대구에서 오카리나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이 있을 정도로 알려졌어요.


‘유승엽 오카리나’(http://www.ocarinakorea.com) 홈페이지를 보면 악기 구입과 연주 등 궁금한 걸 알 수 있지만 오카리나에 대해 전문적 설명을 해주었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연주용 오카리나로 알토C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러 종류의 오카리나를 제조하고 음반과 교본 등을 판매하는 한편 전문 강사를 배출하는 오카리나 아카데미가 있죠. 2003년 한국음악협회 산하 단체로 가입된 국내 유일한 학원인데 12주 강습을 이수하면 강사증이 수여되어 수료생들은 부업으로 교습소 등을 차릴 수 있어요. 오카리나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있어 여기로 찾아오기도 하고 신청하면 학교, 학원, 단체기관을 방문해 만들기와 연주 등을 가르치기도 해요. 아카데미 출신의 연구모임체인 ‘오사모’(오카리나를 사랑하는 모입)가 있는 데 현재 회원은 200여명으로 매주 토요일 아카데미에 나와 동호회 모임을 가져요. ‘유습엽 숲속의 소리’라는 공연 팀은 방송국과 단체 초청이 있으면 공연하러 갑니다.



인터뷰 요청하면 무엇보다 (유승엽씨가) 자랑하고 싶어 할게 ‘오사모’의 활동이라는 걸 전해 들었는데.

‘오사모’는 2001년 인사동에 있을 당시 결성된 음악연구 모임으로 연령층이 다양한 게 특징입니다. 76세의 최고 연령 회원이 있는 가하면 대학생도 있으니 평균 연령이 40대라고 보면 될 거예요. 사회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결성된 모임인데 오카리나의 자연친화적인 소리를 널리 알리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시작되었죠. 인생이 뭔가 관조해 보려는 분들이 흙과의 어울림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여가 활동으로 매주 한 번 만나 배우고 연구한 걸 발표하는 자리를 가져요. 오카리나로 우리 인간 내면에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소리를 표출해 보고자 팬클럽이 생긴 것이지 이 악기를 배워 카바레 가서 한번 불러 봐야지 하고 나오는 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오사모에는 의사 회원이 많은 편이죠. 성형외과, 산부인과 순환기내과 등 10여분의 닥터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아직 검증된 건 아니지만 흙으로 빚은 악기라 인체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오사모 카페’를 체크하다 보니 회원 중에 민중의 지팡이도 있는 걸 알았는데.

서울 방배경찰서 경제2팀 이민섭(52) 경위님이 열성 회원이죠. 어느 날 서내 음악회에서 한 의경이 자아내는 오카리나 연주를 들은 뒤 그 선율에 반해 우리 아카데미에 등록, 수료를 한 후 회원 가입한 분으로 대중적인 곡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연주인입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청중’이 모였다 싶으면 오카리나를 들고 들어가 수감자들의 마음을 달래주어 방배경찰서 스타 경찰관이 되었죠. 동료들에게 연주와 악기 소개를 해주는 좋은 일을 하는 가하면 관내 양로원과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연주해주는 ‘오카리나 전도사’로도 유명한 분입니다.


가수 데뷔를 하였다가 그만 두고 대중가요 작곡가로 변신하면서 음악인생의 꽃을 피운 거로 아는데 대중가요 작곡가 생활에 만족을 했는지.

꽃을 피웠다는 건 과장된 표현이네요. 1975년 ‘슬픈 노래는 싫어요’를 취입하고 가수의 길에 들어섰지만 왠지 무대에 올라가 노래 부르는 게 싫어졌어요. 76년 이은하가 부른 ‘밤차’가 빅 히트 치면서 대중가요 작곡가로 방향을 틀었고 이어 ‘겨울장미’가 대박을 치는 바람에 좀 안정된 음악생활이 가능해 졌어요. 그 후 발표한 윤승희의 ‘제비처럼’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 심수봉의 ‘당신은 누구시길래’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한 때 나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죠. 하지만 인기를 누리는 건 잠시라는 걸 체험한 후 대중가요 작곡생활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잠시 방황하다 극단 세실극장에 들어가 4년간 있으면서 ‘님의 침묵’의 뮤지컬 작업을 했어요. 그 당시 혜초의 성지순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감동해 ‘혜초’란 타이틀로 음반작업도 하는 등 불교음악을 접해보았군요. 그러다 97년에 방송음악을 할 기회를 얻어요. KTV 시청률 대박이 난 드라마 ‘첫사랑’의 음악감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작업을 해주었죠. 그 드라마에서 탤런트 손현주(당시 극중 주정남 역)가 노래를 부르는 게 있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를 작사, 작곡해 주었어요. 이 노래는 음반으로도 나와 70만장이 팔렸으니 요즘 브라운관에서 스타가 된 손현주가 대박 가수이기도 한데 팬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 그 후 몇 편의 TV 드라마 음악도 해주었지만 큰 성과를 거둔 건 없고 지지부진한 음악생활을 해오다 NHK의 ‘대황화’ 다큐멘터리의 배경음악을 접하면서 전통음악 쪽으로 음악인생의 전환점을 찾은 겁니다.


대중가요 히트송이 많아 음악저작물을 집중 관리해주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받는 인세가 생활에 도움을 주었던 건 아닌가.

연간 4-5천만원 정도를 받아요. 유학을 보낸 애들 교육비에 턱없이 모자라 생활에 여유가 없었어요. 협회가 생긴 90년대 이후에 인세를 목돈으로 받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오카리나를 개발하기 위해 초기 투자를 하느라 궁색한 편이었어요. 대중가요 작곡가 대부분이 음악학원들을 만들어 부업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저는 그쪽은 생각하지 않고 음악에만 열정을 쏟고 살아와서 그랬는지.


오카리나와 만나 전통음악생활로 바뀐 이후 자신의 태생인 대중가요 작곡가로 작품 발표는 없었는데 계속 외면을 할 것인지.

그런 질문을 하실 줄 알았어요. 버린 건 아니고 기회가 없어 공백이 있었던 것이죠. 지난 봄 집 사람과 우연하게 포항에 갔다가 울등도 여행을 해보자고 해 독도에 갔어요. 그런데 배에서 흘러나오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독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독도가 우리 땅이란 주장은 당연한 거로 이 노래만을 대중이 부르고 들어야 하다니. 그리고 독도가 아주 잘 생겨 볼수록 모습이 가슴이 뿌듯해지는 색다른 느낌이 드는 거예요. 돌아오면서 배 안에서 우리 섬 독도를 의인화하여 독도 사랑가를 작사, 작곡했는데 그게 ‘독도를 사랑해’로 음반이 출시되었어요. 2003년 국악대전 최우수상(가야금병창)을 한 판소리 전수자 김인숙씨가 판소리 창법으로 불러줬는데 대중적 가사인데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라 그런지 반응도 좋아 히트 칠 작품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오카리니로 연주한 음악도 들어가 있는 음반이라 우리 오사모 회원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 되었죠.



자신의 살아온 방식이 달라 자신은 친구가 없다며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놓은 유승엽씨.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친구가 없을 정도로 혼자 사는 이기심에 만족한 삶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벗은 있다. 음악인 것이다. 늘 곁에 있고 만나기 쉽고 소통이 가능한 벗이란다. ‘천상의 소리’를 내는 악기 오카리나를 연주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냥 불고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명상에 빠져들어 세상을 잊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요즘 그의 바람은 신비스러운 소리에 반해 숲 속의 풀벌레들이 모여들게 할 자신만의 명기 오카리나를 만드는 거다. 장인 정신의 예술혼이 담겨 있어야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면 인류가 개발해야할 경이의 악기 탄생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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