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개 종이막대기로 그림만드는 화가 서정민
1만개 종이막대기로 그림만드는 화가 서정민
  • 김재원
  • 승인 201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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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 1백만개의 지봉조각과 맞장 뜨는 예술정신”

【인터뷰365 김재원】서정민 화백의 작품 앞에선 누구나 일단 발을 멈추게 된다. 그의 작품은 관객이 누구든 일단 그 자리에 세워놓는다. 관객은 수많은 조각들의 집합체 같은 정교한 예술성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그의 작품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때로는 무려 1만여개가 넘는 종이막대기(紙棒) 조각으로 만들어진 작가정신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서정민은 자신의 작품 제작 과정을 집적(集積)이라 표현한다. 하나하나 쌓아올린다는 뜻이다. 한지(韓紙)만을 사용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사용한 한지, 주로 붓글씨가 쓰여진 한지만을 튜브 형태로 돌돌 말아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때로 엷은 나무들을 쌓아올린 덩어리들처럼 보인다. 서정민은 종이말이들을 직접 절단해서 작품을 만드는데, 그 절단된 끝부분은 나이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돌돌 말아 절단한 종이말이들을 시각적 효과를 위해 쌀로 만든 풀을 사용하여 지지대에 안착시킨다. 그 종이말이들을 여러가지 형태로 잘라낸 ‘조각’들 ·1만여개를 집적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글씨가 쓰여진 한지를 찢어서 물에 잠가도 보고, 밥풀로 뭉쳐도 보고, 때로 한지를 물에 불려서 믹서기에 넣고 갈아도 보고, 한지를 가지고 화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를 매일 실험하고 추구한다.
그의 작품은 기하학에서 구조를 보는 것 같다. 븃글씨가 쓰여진 한지가 상징하는 한국의 문화적 요소들은, 그가 독창적으로 구축한 형식적 요소들과 융합되어 서정민 특유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환상적이면서도 다분히 도발적인 작품들은, 딱 잘라서 회화다 조각이다, 라고 할 수 없는 양자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다.
서정민은 이제야 국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화가다. 그러나 파리나 비엔나나 프랑크프루트 등 유럽지역에선 2013년에만 초대전이 7회나 계약되어 있는 실력파. 이스탄불, 프랑크프루트 등지에선 전시회에서 작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지난 12월 2일 삼청공원 올라가는 길목, 엄선된 화가의 초대전만 여는 이음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끝낸 그를 만난다. 시골 아저씨 같은 순박함이 물씬 풍기는, 그러나 전시된 작품이 풍기는 감동과 경이로움에 완전 압도되어 버렸다.

그림 앞에 섰을 때 첫 번째 느낌은 솔직히 놀라움과 감탄이었습니다. 굉장하구나, 내공이 많이 쌓인 작품이구나, 작품 완성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겠구나, 이런 느낌과 함께 환상적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입체파의 그림, 또는 피카소 같은 추상화가의 작품에서 받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요..
소재가 특이해서 그렇게 느끼는 분도 있구요, 평면이 아닌 입체라서 그렇게 느끼는 분도 있구요, 사실화가 아니고 추상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보다는 조각을 더 느낀다는 분도 있구요.

작품이 환상적이고 경이롭기는 한데 처음 보는 관객들에겐 좀 어려운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어려울 거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들과 아주 가까운 작품들이예요. 작품에 사용한 종이도 순 우리의 한지이고, 작품의 재료인 ‘사용된 한지’에 쓰여지거나 그려진 내용은 완전히 우리의 정신문화이고,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한류이니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친근한 것이라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아요.

평면으로 표현된, 우리 눈에 익은 일반적인 그림도 아니고, 더구나 입체적인데 그냥 입체적인 것이 아니라, 실례입니다만 캔버스 위에 막대기들이 꽂혀 있는 듯한 그림인데(웃음) 다분히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는 면에서 어렵다 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애서요.

네. 그런 말씀들 많이 합니다. 외국에서도 낯선 소재다, 독특하다,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하는 작가가 한국에서 왔다....등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시작이고 변해가는 과정입니다 .

파리나 피렌체 같은 미술이 녹아 있는 도시에선, 특히 미술평론가들은 어떻게 평하고 있던가요?
글쎄요. 저나 제 작품에 대한 논평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이클 앤더슨 같은 평론가는 제 작품을 일종의 멀티미디어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앤더슨은 작가이자 미술평론가, 또 큐레이터로 미국의 ‘아트 인 아메리카’아트이슈’ 등 미술 잡지, 또 구라파 등지의 잡지에도 미술 관련 컬럼을 쓰고 있다)

마이클 앤더슨의 컬럼을 일부라도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죠.(그러면서 그가 보여주는 마이클 앤더슨의 논평을 아래에 인용한다.)
“서정민은 멀티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이러한 작품들에 의해 회화와 조각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하지만 각 작품의 매력적인 화면은 결국 그의 형식적 힘이 수많은 전통적인 방식의 작품제작에 따라 그려진 종이조각들의 응집에 의해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아르망이나 존 챔벌레인과 같이 일부 서구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에서 기성재료 혹은 발견된 재료를 집적하였지만, 서정민은 종이말이를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이들 종이말이들은 아시아의 전통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인용이 좀 길긴 했지만 멀티미디어 부분에서, 그리고 재료사용에 대한 문화사적인 입장에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특히 한지 절단한 종이말이에 대한 앤더슨의 인식은 문화사적인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화가의 생각은 어떠신지?
글쎄요, 제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글에 대해서 제가 뭐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네요. 다만 회화와 조각의 양면성을 멀티미디어로 보는 점, 또 재료에 대한 동양 내지는 한국문화에 대한 접근에는 상당한 근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



종이말이(지봉)을 절단하고 있는 서 화백

서 화백이 일일이 절단해 놓은 1백만 개가 넘는 지봉조각들

서정민은 늦깎이 화가다. 그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들어간 것도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학사편입을 한 것이고, 미술의 이론은 몰라도 창작은 거의 독학을 하다시피 했다. 한국전력에 취업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히 그 직장은 퇴근시간이 정확해서 야간대학이나마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 직접 지도받은 것은 아니지만 오지호의 그림이나 저술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유화만 20여년 했는데 호남 미술 특유의 강열한 색채를 그의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종이말이를 자른 종이봉조각의 집적으로 작품을 하기 시작한 것은 13년쯤 된다. 10여년 쯤 열심히 유화를 그리는 그의 가슴으로 회의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내가 왜 뒤늦게 그림을 하는가? 그의 고민은 일에 대한 가치관에까지 미쳤다. 그림 이후의 단계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많은 예술가들이 이 단계에 들어오면 작품을 끝내거나, 중단하거나 한다. 그러던 그를 그 혼돈의 와준에서 끌어올린 사람이, 베를린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귀국하여 조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김유섭이다. 이론과 실기를 다 강의하던 그에게서 서정민은 현대미술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처음 종이말이 조각 재료로 작품을 시작할 때 애기를 좀 하시지요.
제가 한지를 돌돌 말아 절단한 조각들을 집적해서 만든, 이런 형태의 작품 시도를 한지는 한 13년 되었나요, 파리 여행을 하면서 많은 미술품을 봤는데요 정말 훌륭한 작품들, 감동과 감탄이 나오는 작품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한 화가의 전시회에 다녀와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현대까지 이어온 미술의 역사 속에 내가 할 일은 없구나. 내가 뭐를 보탤 만할 것이 없다. 다만 우리 것 가운데서 찾는다면 가능할는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품의 재료도 정신도 우리 특유의 것만으로 구성해서 내놓는다면, 미술사의 한 구텡이를 채울 수도...‘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사용하는 한지를 돌돌 말아 풀로 굳히고 또 자르고 그 단면을 그림 형태로 구성하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서 화백 그림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이 숱한 재료, 재료라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것이 종이, 그것도 한지를 말아 칼로 절단한 조각 수천개를 집적한 작품인 줄은 모르지 않습니까? 낯설기는 하나 흡인력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림 앞에 서서 ‘이런 그림이 21세기의 트렌드인가?’라고 자문자답할 수도 있을텐데요.

제가 세상에 내놓는 이런 작품에 대해서 묻는 분이 참 많습니다. 특히 재료 부분에 대해서 많죠. 저는 새로운 작품을 하면서 ‘이제부터는 색 버리기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화가가 색을 버리면 무엇이 되나 하는 고민도 물론 따라왔죠. 지난 2000년인가 200호 되는 공간에 검은 연필로 드로잉을 했습니다. 색을 지우는 작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지우되 하얗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까맣게 지우자, 라는 생각에서였죠. 그러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재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붓으로 쓴 글씨나 그림이 그려진 한지를 재료로 쓰인 것은 이해가 갑니다. 즉 한지라는 소재, 그것도 표음문자인 한글이나 표의문자인 한문이 쓰여진한지라면 한국 내지는 동양문화가 그 속에 녹아들어갈 수 있다는 애기도 되나요?
그렇죠. 한지가 우리 것임은 물론인데, 참, 우리나라 한지가 중국한지보다 훨씬 좋습니다. 한지에 쓰여진 것 가운데는 큰 의미도 있습니다. 불경도 한지에 쓰여졌고, 공자나 맹자도 한지에 그 오매한 진리나 사상을 담아 놓았습니다. 녹아들어갔다고 지금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한지를 일단 녹여야 합니다. 물에 풀어 녹여야 다음 단계인 굳히기로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지라는 물체와 불경이나 공자 맹자 등의 동양사상이 함께 녹아 화학변화를 일으킨다, 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거죠? 그런데 일반 관람객이나 미술 애호가들이 그런 의미심장한 내면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우선 압도된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었는데요, 큰 작품이 많으시군요. 즉 압도되는 건 작품이 크기 때문에(웃음)이라는 이유도 있겠죠?
네. 크기와 관계가 있겠죠. 4호나 6호짜리 그림 앞에 서서 압도된다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웃음) 또 녹는다는 표현도 제 작품에는 어울리는 것 같군요,

서정민의 작품 가운데는 대작이라 할 만한 것들이 많다. 보통사람의 키 만큼 높은 것도 있고, 통유리 만큼 넓은 것도 있다. 펼쳐진 한지는 얇고 약한 평면이지만, 일단 그 한지를 물에 녹이고 풀었다가 다시 쌀로 만든 풀로 접착하고 말려서 완전히 딱딱하게 굳은 다음 날카로운 칼로 잘라놓은 지봉조각은 약하기는커녕 딱딱하고 날카롭고 강인한 느낌을 준다. 그의 이런 작품들은 잘 건축된 건물처럼 견고하게 보인다. 작품의 재료는 얇고 약한 유기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었지만, 작품으로 우리 눈에 들어오는 형태는 매우 단단하게 나타난다. 얄팍하고 약한 한지에서 딱딱한 조각이 되기까지에는 ‘돌돌마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돌돌마는 과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것이지만 사실은 얇은 한지를 견고한 물체로 변형시키기 위한 필수과정인데, 서정민은 ‘우리 문화에 돌돌 마는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문화 가운데 돌돌 마는 것이 많이 있다. 돗자리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돌돌 말아 보관한다. 벽에 거는 대형 캘린더도 제작자에게서 실제 사용자에게 이르는 과정 동안은 돌돌 말려져 있다. 돌돌마는 과정에 대해 ‘두루말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러니까 서정민은 팔락팔락 얇은 한지를 딱딱하고 날카로운 조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두루마리를 활용했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은 한지라는 재료와 그 한지에 쓰여진 서예라는 두가지 요소만 동원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두루마리라는 것까지 합쳐져 세가지 요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그가 자주 말하는 ‘우리 것 우리 문화만으로 세계미술사에 보태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직장생활도 했던 그 고학생 시절에 대해서 더 좀 듣고 싶은데요.
(웃음)맞아요. 고학생이었죠. 그런데 대학에서 끝낸 것이 아니고 대학원까지 갔습니다.

갈 데까지 가셨네요(웃음)
경기대학교 전통미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했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르내리며 하는 공부였는데, 공부 끝내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밤늦게 또는 새벽에 도착해 가지고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출근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같은 날 또 밤늦도록 작업을 해대니...늘 피곤하고 그런데도 어떤 일이건 손에 한 번 잡으면 보통 일곱 여덟 시간은 집중하는 성격이라...그런 와중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뻔한 일도 여러 번이구요.

그렇다면 목숨 건 작품이 하나둘이 아니겠네요.(웃음) 작품 얘긴데 사실 평면이냐 입체냐 하고 누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시는지요?
하나로 보면 약간의 돌출들이 있으니까 입체로도 보이죠. 그런가 하면 하나하나가 이루는 평면이 다양하게 보여지기도 하니까 지봉조각만큼의 평편들이죠.

지봉 조각을 하나하나 일일이 붙여서 만드는 작품인데요, 한 작품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크기에 따라서도 다르고 작품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 다르죠. 아주 큰 200호 짜리가 한 2개월에 완성되는가 하면 50호 정도 되는 작품이 그보다 두 배나 더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작품의 크기나 질이 시간과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수천개의 지봉조각들을 하나씩 일일이 부착시켜 나간 걸 보면, 누구나 ‘어지간히 시간 많이 걸리겠구나’ 하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죠. 그렇게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것도 일종의 실험정신인가요?
예술가에게 실험정신이란 아주 기초적이고 쉬운 겁니다. 작가라면 다 하는 것이 실험정신이죠. 각가지 실험 다해보는 겁니다.

서정민 화백의 작품 ‘함성’그리고 ‘축제’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17회나 하셨고, 국내외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23회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보다 유럽에서 더 많이 알려지셨는데요, 유럽에서의 작가적 위치는 어떤가요?

저는 거기서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이태리, 독일, 스위스, 터키 등에서 알려지긴 했지만 거기서도 제 작품 같은 경우는 ‘이제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해요. 조형감각 있다는 호평은 많이 들었구요.

벌써 연말입니다. 내년에도 유럽 쪽에서 전시회를 많이 하실 건지.
비엔날레나 아트 페어 등 해외 초대전이 많이 계약되고 있습니다. 비엔날레만 7회 계약되어 있어요. 어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초청이 왔구요.

베니스 비엔날레라면 아무나 초청하는 것은 아니고 세계적인 화가만 초청한다고 들었는데요. 서 화백에 대한 유럽 쪽 반응은 어디가 제일 열광적입니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터키의 이스탄불 등지에서 반응이 좋더라구요. 금년 3월에 파리 그랑팔레궁 아트페어에 초대받아 갔었는데요, 마침 거기서 루이비똥으로부터 주문을 받았어요. 100호짜리들을 출품했었는데 루이비똥은 200호짜리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못해주고 있습니다. 내년으로 넘어갈 수밖에요.


천년의 숨결로 세월을 쌓다-지난 2일에 끝난 그의 전시회 제목이다. 실제로 서정민은 1천년을 변치 않고 버텨줄 작품을 위해 종이 선정이 까다롭다. 다른 오브제를 쓸 때는 샘플을 만들어 놓고 시작할 수도 있다.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지를 각가지로 변형시켜 견고한 고체로 만드는 그의 작업에선 아차 한 번 실수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한지를 가지고 여러 가지 연구를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찢어서 물에 잠가도 보고, 며칠씩 물에 불려도 보고, 밥풀로 뭉쳐도 보고, 믹서로 갈아도 보고 하는 그의 작업 전부가 사실은 천년을 겨냥한 작업이다. 그는 자신이 공들이는 한지를 사랑한다. 성현들의 혼이 담긴 종이도 있고, 공맹자가 쓴 에너지와 영혼이 듬뿍 들어있으니 그 성현, 그 공맹자와의 합작 아닌가? 그들을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로 끌어낸 것이 그의 작품이다.
파주와 일산 경계선 운정가구타운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지봉을 절단하는 커터, 각종 칼, 자동절단기 등 철공장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것들보다 더욱 놀란 것은, 그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각가지 형태로 잘라 놓은 지봉조각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무려 1백만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서정민-그는 지금 천년의 세월과 1백만개의 지봉조각을 놓고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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