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도 결혼도 관심없는 수도승 같은 남자 강동원
걸그룹도 결혼도 관심없는 수도승 같은 남자 강동원
  • 이승우
  • 승인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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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다”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외화로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의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가 있다. 배우 강동원이다.
전국 관객 600만을 불러 모으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전우치>를 필두로 지난 4일 개봉 후 이틀 만에 <아바타>의 3일째 관객을 끌어모은 <의형제>까지, 강동원의 활약이 눈부시다. “<전우치>를 보러 간 관객들이 <의형제>도 보고 왔으면 한다”는 그의 농담이 현실로 이뤄진 셈이다.
모델 출신답게 범상치 않은 외모의 소유자로 인정받고 있던 강동원이었지만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잇따라 개봉된 영화 두 편을 통해 비로소 연기자의 포스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영화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다”는 강동원의 행보는 곧바로 신작 <러브 포 세일>로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그와 영화 사이에는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서른한살 강동원이 군대 내무반 같았다던 기숙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름 ‘치열하게’ 달려왔다는 연예계 생활까지를 까칠하면서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의형제> 언론 시사회 때 좀처럼 보기 힘든 기립 박수가 나왔었다. 영화에 만족하는가.
너무 걱정을 많이 했었던 터라 그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군대 가기 전에 제대로 두 건 하고 가는 건가.
바로 또 <러브 포 세일> 들어가서 군대 가기 직전까지 촬영할 것 같다. <의형제> 시사회 뒷풀이 때도 중간에 일어나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거니까.(웃음) 송강호 선배님께도 “현실에 충실하겠습니다”고 말하고. <러브 포 세일>은 준비를 못하고 들어가 막 헤매고 있는 중이다.

<러브 포 세일>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 영화라서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쓰겠다.
전혀 안 쓴다.(웃음) 배경만 부산이다. <전우치> 때는 내 말투가 아니고 사극 톤을 따라 한 거다. 난 전혀 신경 안 쓰는데 다들 억양 얘기를 해서 의외다.

억양 얘기 한번 더 하자. <의형제>에서는 완벽한 서울 말투라서 놀랐다.
북한 출신의 남파 공작원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웃기지 않나.

극중, 출신을 숨기면서 “해남 출신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좀 코믹하긴 하더라.
원래 시나리오에는 ‘해남이어라”라고 그쪽 억양을 따라하는 걸로 나왔었는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셔서 즉석에서 바뀐 거다. 좀 더 재미를 주려면 원래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맡은 지원이라는 캐릭터가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자칫 잘못하면 너무 가벼워질 수도 있었고 뭔가 더 욕심을 부리면 무리일 수도 있었다. 완성작을 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욕심 안 부린 게 도리어 잘했구나란 생각이 든다.

데뷔할 때 사투리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일단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사투리 안 쓰고 감정 놓치는 게 더 나쁘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내 말투를 버리고 싶진 않다. 약간 어눌하고 느려도. 그래서인지 데뷔작인 <위풍당당 그녀>를 찍을 때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 이후 <1%의 어떤 것> <매직>할 때 진짜 힘들었다. 지금은 영화라는 장르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려서 드라마로 안 가게 되는 것 같다. 영화인들이 서로 아끼고 흡사 형제같이 지내는 그 감정이 너무 좋다.

<의형제>에서 야간의 댄스장면이 나오는데, 그 춤은 본인 아이디어인가.
시나리오에 ‘그냥 빡세게 춘다’ 정도만 써있었다. 감독님께 열심히 춰보겠다고 했더니 “동원씨가 춤을 추면 좀 희한하고 기묘한 느낌이 날 것 같다”며 “그냥 지원이에게 어울리게 추라”고 하셨다. 그 장면 찍을 때 진짜 웃겼다. 배경이 공중화장실인데 냄새 엄청 나고 덥고, 스태프들도 내 춤 보고 키득키득 웃고. 액션신보다 그 신이 더 힘들었다. 계속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춤을 추는 신이 좀 코믹했다면 액션신은 멋지게 나왔다.
공장에서 처음 한규(송강호)와 만나는 결투신을 찍고 나자 무술 팀이 박수를 쳐줬다 내가 거기서 마스크를 쓰고 나오지 않나. 관객들이 저거 대역 아냐? 라고 할까봐 걱정이다.(웃음) 그 신 찍고 손가락 인대 부상을 입었는데 아직도 안 나았다. (손가락을 들며) 지금도 휜 상태로 있는데, 원래대로 안 돌아온다.

<전우치> 때보다 지금이 더 안정돼 보이는데, 그건 그만큼 좀 마음이 놓인다는 얘긴가.
<의형제> 개봉 직전까지 진짜 불안했다. 대사도 없이 혼자 찍은 장면도 꽤 되고. 장훈 감독님이 “상처받고 흔들리는 눈빛을 지어봐”하는데, 그렇다고 눈알을 진짜 흔들 수는 없는 거고. 갑갑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전우치. 때는 너무 많은 걸 할 수 있었는데 <의형제>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완성작을 보니 그 감정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마음이 놓였다.

<의형제>에서 ‘이 장면만큼은 잘 나온 것 같다’는 신이 있나.
내 감정선만큼은 감독님이 진짜 잘 잡아내신 것아 너무 감사하다. 원래 한규랑 지원이 함께 제사 올리는 신 찍을 때 첫 테이크에서 엄청 무너졌었다. 스무번 넘게 찍었는데, 한번 하고 난 뒤부터는 그 끓어오르는 눈물이 안 올라와 정말 고생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거기서도 감정을 누르라고 하더라. 참으면서 터트리는 감정으로 가야 되는데 그 감정이 안 잡혀서 당황스러웠다.

<의형제>를 매우 힘들게 찍은 것 같다.
매 컷이 힘들었다. 내가 여태껏 맡은 캐릭터 중 가장 힘들었다. 뭘 하든 답답하고 무너질 것 같고. 송강호 선배님이 옆에서 코믹하고 재밌는 거 하면 나도 하고 싶은데 왠지 나까지 그러면 안될 것 같고. 둘이 신분을 속이고 연봉을 협상하는 장면 찍을 때 연봉 협상 한 후에 씩 웃으면서 “언제부터 일하죠?”그러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할 수 없더라. 그 한 신으로 캐릭터가 무너질까봐. 그런 점들이 무척 힘들고 짜증도 났다.

여기서도 북한의 엄친아로 나온다. 김일성군사대학 출신으로 베트남어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최정예 엘리트 요원이다.
<전우치> 관련해 인터뷰하면서 ‘엄친아 루머’는 좀 벗었는데...(웃음) 극중 베트남어도 유창하기보다는 그냥 띄엄띄엄 하는 정도다. 대신 감독님께 만약 이 영화가 베트남에 수출되면 다시 하자고 했다.(웃음)

<의형제>에서 상반된 사상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 부딪히는 신이 재미있다. 공산주의 사상 속에서 자란 지원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반면 민주주의에서 자란 한규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다.
완전 틀린 캐릭터가 진짜 재밌더라. (잠시 침묵) 진짜 잘 한 것 같다. 엔딩 부분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따뜻하게 마무리되고. <의형제>를 준비하면서 만난 새터민 분들이 그러는데, 한국에서 무시받고 사느니 제 3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내가 연기한 지원 역시 엄밀히 말하면 적응 못하고 떠나가는 건데 그 부분이 어둡지 않게 나와서 좋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명세 감독부터 최동훈, 박진표, 장훈 감독까지. 한국의 대표 감독들과 한번쯤은 작업을 했다. 비결이 뭔가.
운이 좋다, 일단. 그리고 어떻게든 열심히는 하니까. 감독님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로드캐스팅 돼서 모델 생활 하다 배우로 거듭난 케이스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재수없을 것 같은데...(웃음) 로드 캐스팅은 서울 올라올 때마다 몇 번을 당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 하나 골라서 연락을 했더니, 계약도 하기 전에 광고미팅부터 데려가더라. 운 좋게 붙어서 계약서 쓰고 일했다.

연기전공을 안 해서 느끼는 콤플렉스 같은 건 없나.
없다. 얼마 전 굉장히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을 10년 만에 봤는데 나더러 “넌 이과에 온 문과생이었다”고 하더라. 그 말에 놀랐다. 난 국어도 못하고 기계과 출신이라 숫자에 강한 편인데,.. 나를 오랫동안 많이 봐왔던 친구조차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과연 이쪽에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계산하고 연기하는 건가.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 하지만 연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더라. 지금은 할 건 하고 내려놓을 건 좀 덜어 놓고 하는 편이다.

본인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긴 한데 바보 같은 면도 많다. 숫자로 계산하길 좋아하고 셈에 빠른 편이어도 인생까지 계산하진 않는다. 집은 개판이고. 어떨 땐 스스로 좀 바보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사회성이 진짜 떨어지니까.

그렇게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감독님들은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진짜 열심히 한다. 나는 붙임성은 없는데 예의는 바른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웃음)



<전우치> 때 마른 몸이 <의형제> 찍고 나서도 복귀가 안된 건가.
지금 키(186cm)에 65kg이다. 여기서 더 빠지면 안 되는데 와이어 장면 찍을 때 고생한 게 회복이 안된다. <전우치> 찍으면서 8kg 빠지고 <의형제> 찍으면서 2kg 더 빠졌다. 엘리베이터 격투신 찍을 때 내가 상대방을 치면 상대가 날아가야 되는데 내가 가벼워서 되려 날아가버렸다.

<의형제> 시사회 때 파마머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런 센스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그래서 담당 스타일리스트들이 좀 고생한다던데.
옛날엔 원하는 의상이 아니면 짜증도 냈는데 요즘엔 덜한 편이다. 어차피 우리나라에 해외 브랜드 의상 샘플이 많이 안 들어온다. 언젠가 외국 홍보실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브랜드 별로 모든 컬렉션이 다 있더라. 그야말로 1번부터 60번까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10 피스도 안 들어오는데.

옷이 많은가.
많아도 버릴 정도로 가지고 있진 않다. 어머니가 오셔서 정리 좀 하라고 하시는 정도?

누나가 있어서 옷 욕심이 더 많은가 보다.
어렸을 때 집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았는데, 누나는 자기 입고 싶은 옷 사는 대신 내 옷 사주라고 양보했다. 누나한테 두드려 맞기도 했는데 사이가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옛날에 누나가 이단옆차기 해서 내가 유리창에 처박혔을 때도 그때만 그랬지 사이가 좋았다. (웃음)

<의형제>의 지원과 강동원이 닮은 게 있을까.
비슷한 점은 있을 거다. 지원이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상처받았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적도 있고 준 적도 있으니까. 지원이가 사람을 좀 무시하는 걸로 나오지 않나. 대답도 안하고. 새터민 분들이 자존심이 대체적으로 세더라. 특히 함경도 출신 분들은 더 그런데 그런 면을 좀 담아내고 싶었다.

<의형제>에는 여배우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긴 한데 좀 삭막하긴 하다. 언어순화도 안되고.(웃음)

<전우치> 때는 능글능글한 캐릭터였다. 거기에 비하면 <의형제>에서는 순애보적 캐릭터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난 좋아하면 말도 못 건다. 마음에 들면 오래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요즘 대세인 걸그룹 가운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음악 취향이 댄스 쪽은 아니어서 잘 안 듣지만 식당 같은 데서 TV에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잘하더라. 집에서는 스포츠 채널 아니면 뉴스, 다큐밖에 안본다.

언뜻 보면 삶이 수도승 같다. 그러다 여배우와 결혼한다고 하면 여성팬들이 배신감 느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배신감 느낄 일도 없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웃음) 아무래도 태어나서 자란 곳이 창원이다 보니까 경상도 남자 특유의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성격은 못 고치는 것 같다. 여자들은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대체적으로 그렇다.
대신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다들 한 요리 한다.
거기다 집 꾸미는 거 좋아하고, 가사분담도 잘 할 자신이 있다. 가부장적이진 않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 함께 출연한 절친 조한선씨도 얼마전 결혼했지 않나.
솔직히 안 부럽다.(웃음) 곧 있으면 애 봐야 되지 않나. 며칠 전 술자리에 친구 중 하나가 돌 된 아이 데리고 나왔는데 다들 불쌍하다고 했다.

빨리 결혼하고 싶지 않은가보다.
별로. 내 코도 석자인데 내 애를 책임져야 한다니. 난 개도 엄청 좋아하는데 바빠서 같이 못 놀아주는 게 싫어서 키우질 못하고 있다. 책임지지 못할 일을 하는 걸 싫어한다. 뭘 하나 해도 확실하게 하고 싶다. 내 친구들도 옛날부터 가장 늦게 결혼할 친구로 항상 나를 꼽고 그랬다.

고등학교 때는 어땠나. 기숙학교로 유명했는데.
한방에 11명 12명씩 잤나? 한 사람 자는 공간이 정말 좁다. 군대 내무반과 똑같이 만들었다. 머리 위에 사물함 있고. 자기 이불 펴고 누워서 두런두런 말하다 한 명 코골기 시작하면 다 자고.

군대 가면 적응 잘 하겠다.
공익이라...(웃음) 그래도 걱정이 많다.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일 텐데 낯을 많이 가려서. 원래는 어깨탈구 때문에 면제가 나와야 하는데 공익이 나왔다. 의사선생님이 재검 받자고 그랬는데 그후 바로 데뷔해서 재검 받으러 가는 걸 포기했다.



고생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형제>, 다시 찍으라면 찍을 건가.
당연하다. 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장훈 감독님과는 흡사 형제지간처럼 친해져서... 같은 감독이라면 꼭 출연할 거다.

그럼 상대배우는?
이번엔 김윤석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이나... 김상호 선배님?

왜 다 <전우치> 출연배우들만 갖다 붙이나. 과거는 과거라더니...
인간관계가 좁아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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