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회가 뽑은 2007년 <좋은방송 프로그램상>
방송비평회가 뽑은 2007년 <좋은방송 프로그램상>
  • 정중헌
  • 승인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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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먹지 않는 방송상을 만난 기쁨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한국방송비평회가 주관하는 제2회 <좋은방송프로그램상>시상식이 12월 20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다.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으로 KBS 1TV 대하사극 ‘대조영’과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케이블·위성 부문은 채널 CGV가 자체 제작 방송한 사극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이 뽑혔다.


좋은방송프로그램상은 올 한 해 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중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건전하고 품격이 있는 프로그램에게 주는 상이다. 연말이면 이곳저곳에서 많은 상들이 쏟아지지만 좋은방송프로그램상은 전문 비평가 집단에서 선정하고 시상한다는 점에서 여느 상과 차별성을 지닌다.


이번 시상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지만 한국방송비평회의 역사는 내년으로 20년을 맞는다. 방송비평의 활성화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방송 전반의 발전을 꾀하자는 목적으로 학계, 언론계, 방송계 전문가 13인이 모여 1988년 발족했다. 초대회장은 서강대 최창섭 교수가 맡았고, 필자는 현역 기자로 창립멤버가 되어 나중에 부회장을 맡았다. 최 교수는 조직력과 추진력이 강해 방송비평회 발족 초기에 대형 세미나도 열고 매달 합평회도 갖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쳤다. 방송광고공사 지원금을 따내 [방송비평]이란 학술지를 내기도했다. 그동안 총 50여 회에 이르는 〈프로그램 비평토론회〉, 〈쟁점토론회〉, 〈방송제도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 등을 개최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적인 비평 활동을 전개해 왔고 한국방송 제도 및 정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이 시행되면서 채널이 기하급수로 늘자 부하가 걸려 활동이 미약했던 방송비평회는 지난해 조직을 정비하고 서강대 변동현 교수를 새 회장으로 뽑아 체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좋은 프로그램상은 지난주 최창섭 전 회장, 변동현 회장, 정중헌 전 부회장, 방송작가 신상일씨, 편성과 제작 일선에서 활동해온 오명환씨가 심사위원을, 김기태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자유토론으로 선정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MBC ‘하얀거탑’, ‘태왕사신기’, ‘커피프린스1호점’, KBS ‘대조영’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얀거탑’은 일본 원작을 탄탄하게 연출했고 김명민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태왕사신기’는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신화적 판타지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으나 영상에 치중해 네러티브가 확실하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커피프린스1호점’은 여성연출가의 상큼한 트랜디 드라마로 젊은 층의 호응이 컸으나 대상작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2006년 9월에 시작돼 2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지속한 대하 사극 '대조영'에게 상을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12월 23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 드라마는 '대조영과 발해'를 그리며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고 거대한 역사를 복원하려는 기획 의도를 살렸을 뿐 아니라, 전쟁 장면과 개인들의 캐릭터를 잘 조화시켜 재미와 스펙터클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최수종의 열연도 평가됐다.


교양오락 부문상은 MBC TV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돌아갔다. 2006년 11월 6일부터 2007년 7월 13일까지 방영되어 인기와 화제를 동시에 모은 이 시트콤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내 세대를 망라하는 공감을 얻었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망가지는 연기로 만년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은 고정 편성이던 일일극을 앞으로 당기고 드라마 시간대에 진입시키는 파격 편성으로 9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상승효과까지 거뒀다.


케이블 TV 부문에서는 채널CGV가 영화감독 박종원을 영입하여 ‘TV픽쳐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최근 방영한 ‘정조암살 미스터리-8일’(박종원 연출)이 상을 받는다. 제작비 40억 여 원을 투입해 10부작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이산’과 달리 정조 즉위 19년, 수원으로 원행을 떠난 정조의 8일을 ‘클로즈업’하는 팩션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첫 회에는 다양한 홍보 효과에 힘입어 케이블 TV로는 파격적 시청률을 올렸으나 뒷심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방송비평회의 <좋은방송프로그램상>은 기획 의도, 작품의 완성도, 창의성이 뛰어나고 편성과 제작에서 참신한 시도를 한 프로그램을 선정해 TV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상금을 주는 상은 아니지만 제작자와 출연자들을 격려하고 자부심을 안겨주자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요즘 한국 방송은 공영성이 실종됐고 막 나가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판을 휩쓸고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오락프로가 어디까지 변질되고 추락할지 걱정이다. 연예인들을 멋대로 놀게 하고 그들의 우스꽝스런 행동을 보여주며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이런 발상이 인기 프로그램이 되고 여타 오락 프로그램까지 오염시키는 현상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신문이나 방송이 여과 시스템을 두는 것은 독성을 제거하고 완성도를 높여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무한도전’처럼 날탕이 더 우습고 자극적이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제작의 가이드라인이나 심의 규정은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웃음을 주는 오락프로그램일수록 마구잡이여서는 안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말에 나눠 먹기 상을 예년처럼 남발할 것이다. 왜 우리는 해마다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누가 봐도 객관적인 상하나 만들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좋은프로그램상>이 그 대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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