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가 없으면서도 쓸모 있는 고욤나무
쓸모가 없으면서도 쓸모 있는 고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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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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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언젠가 말했듯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다는 장자의 명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앙상한 가지에 눈 내리는 한파가 몰아쳐도 굳세게 매달려 있는 고욤나무의 열매를 보면 다시금 그 말에 공감하게 된다. 고욤나무는 그 자체로서 이제 세인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쓸모없는 유실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만들어진다. 고욤나무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금은 거들떠도 안 보는 쓸모없는 나무로 전락했지만 감나무의 대목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나무이다. 하찮은 찔레나무가 장미나무의 대목으로 아주 쓸모 있듯이.

고욤은 가난한 시절 동지섣달 긴긴 밤에 먹는 군것질거리였다. 시골을 고향으로 둔 나이 지긋한 세대라면 단지에 넣어 익힌 진득진득한 고염의 달콤한 맛을 아마 잊을 수 없으리라. 소시지와 햄 같은 정크 푸드를 먹고 자란 세대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흘러간 이야기이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 서민들에게는 그마저도 없어 굶어 죽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죽을 먹기는커녕 마음대로 마셔야 하는 물까지 구하기 힘들어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스런 민족들도 없지 않으므로.

이제는 감나무의 대목으로 쓰기 위해 심지 않는 한 일부러 고욤나무를 기르는 농가는 없다. 어쩌다 접붙인 부분의 감나무가 꺾어지거나 재대로 살아나지 않을 경우만 본래의 고욤나무로 돌아갈 뿐이다. 그마저도 쓸모없다 해서 없애버리는 신세가 됐다. 가난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먹어 본 고욤의 맛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입이 호사를 누리는 세대들에게는 별스런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 또한 있을 수 없으니 가난한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를 여는 이들에게는 한 그루의 고욤나무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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