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시작? - TV를 꺼라
행복의 시작? - TV를 꺼라
  • 김두호
  • 승인 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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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보기 운동을 지지한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발행인]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TV 안보기’ 운동이 가족사회와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생활 혁명을 가져오면서 그 운동이 지역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신문의 한 귀퉁이에 실렸다. 경기도 연천군 초성초등학교가 작년 3월부터 시작해 좋은 효과가 나타나자 인근 13개 초등학교로 번지고, 교육청은 중학교까지 확대 권장하겠다는 얘기다.


곰곰이 기사를 곱씹어보면 그건 보통 작은 뉴스가 아니다. 우리 가족이 매일 밤낮으로 열심히 보며 살고 있는 TV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당장 어떻게 될까? 무엇이 불편하고 대신 무엇이 좋아지게 될까? 어쨌든 잠시도 TV가 없는 우리 집, 우리 가족들을 상상할 수 없으니 TV 안보기의 생활화는 매우 충격적인 화제거리다.


연천 어린이들도 TV를 전혀 안보는 것이 아니라 토, 일 주말마다 ‘오늘은 즐거운 가족의 날. TV를 보지 않아요.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아요. 가족과 대화를 나누어요’라는 글이 박힌 덮개로 브라운관을 씌워 버린다는데, 그 운동을 실천한 결과, 책 읽고 가족과 함께 일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들이다. 가족들은 자녀의 인성교육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랑하고, 학교에서는 TV 안보기로 생겨난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신명이 났다.


‘TV 안보기 운동’은 새로운 발견도 아니고 처음 듣는 캠페인도 물론 아니다. TV의 등장과 함께 인류가 겪어온 공통 후유증이 TV 중독증이다. 가정문화를 황폐화 시킨 주범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잠시도 뗄 수 없는 정보 창구이므로 안보고는 살 수 없게 됐다. TV의 가장 큰 해악은 역시 어린이들이 불필요하게 빼앗기는 시간과 성인문화를 함께 공유하면서 비롯된 어린이 정서의 상실이다. 잠시 우리의 TV 문화를 들여다보자. ‘시청자 지도’란 자막이 떠오르지만 성인 프로를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보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 교육 교양 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즐기는 프로는 시간만 죽이게 하는 흥미 오락물이다. 심야 TV채널을 보면 어른도 몰래 보는 포르노 수준의 프로그램이 무방비 상태로 마구 돌아다닌다.


인터넷을 보면 ‘TV 안보기 시민 모임’도 있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TV 안보기에 도전해서 성과를 거둔 부모의 이야기도 있다. TV를 추방한 뒤 하루가 두 배로 길어지고 가족과의 대화 시간과 자녀의 공부시간도 두 배로 늘었다고 밝힌다. 또 YMCA 경남협의회가 작년 5월 가정의 달에 ‘TV를 끄면 가족이 보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TV 안보기 운동을 펼친 기록이 있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국가에서도 TV로부터 가족과 어린이를 보호하려는 캠페인이 도처에서 터지지만 지속성 있는 운동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이다. 미국의 공중위생국은 한 때 ‘TV 리모콘과 과자봉지를 놓고 운동하러 나가자’는 슬로건으로 청소년과 가정 사회를 향해 ‘TV 안보고 운동하기’를 외쳤다. 비만의 원인이 앉아서 TV를 보고 과자를 먹는데서 비롯된다는 분석에서 내놓은 캠페인이다. 청소년의 TV 중독은 정서와 시간을 죽이는 것 말고도 집중력을 저하 시키고, 성장 후 시력장애, 심장이나 당뇨 질환까지 영향을 준다는 경고가 따른다.


국내 통계 자료에는 우리 나라 가정의 40% 이상이 TV를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가정마다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들이 평균 2시간30분 이상 TV를 시청한다는 높은 응답율도 보인다. 그들 중 식사하면서 시청한다거나 채널 선택권을 두고 가족 간의 불화를 겪는 사례도 적잖은 수에 이른다. 어린이 중에는 ‘TV를 볼 때 어른이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언어를 함부로 흉내 낸다’, ‘선전 상품의 구매 유혹에 잘 빠진다’는 따위의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우려할 문제는 어느 가정도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시청지도를 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서 연천 어린이들이 스스로 펼치는 ‘TV 안보기 운동’(실제는 덜보기 운동이지만)은 생각과 실행력이 모자란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TV 안보기 또는 덜 보기 운동이 국민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져 가족사회와 우리 어린이들이 빼앗기고 있는 시간과 행복을 조금이라도 되찾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TV 안보기 운동의 활성화는 쓸모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있는 방송기업 집단의 문화 권력화와 치열한 상업주의에도 제동 역할을 하게 된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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