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잘 생긴 남자를 찾는 2010년의 김태희
똑똑하고 잘 생긴 남자를 찾는 2010년의 김태희
  • 김선
  • 승인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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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넉잔 원샷하고 정신을 잃은 일 있다 / 김선



[인터뷰365 김선] “연기는 나에겐 어려운 도전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다만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탤런트 김태희가 연기자로서 기지개를 활짝 폈다.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강타한 KBS첩보드라마 <아이리스>의 여주인공으로 2009년 최고의 연기자로 거듭난 김태희가 2010년을 맞이했다.


2000년에 CF 모델로 출발한 그는 서울대 출신의 아름다운 미녀라는 점에서 한층 더 주목을 받으면서 최고의 CF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연기자로 무대를 옮겨온 뒤는 기대감이 높았던 탓인지 크게 갈채를 받지 못했다.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고, 연기력 논란은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동안 ‘김태희는 CF로 되돌아갔다’는 오해를 받으며 관심 밖으로 사라진 듯했지만 그는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마침내 고생 끝에 결실을 맺는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실증하듯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이후 4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아이리스>가 2009년 방송가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아이리스>에서 김태희는 국가정보원 NSS의 최고 프로파일러 최승희 역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신과 동료 김현준(이병헌)과의 애절한 사랑을 선보였다. 초반 불안했던 그의 연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했고 시청자와 언론은 그에게 호평을 보냈다. 2009년 KBS 연기대상에서는 중편드라마부문 여자 우수연기상도 거머쥐며 최고의 한해를 마무리했다. 2010년을 힘차게 시작한 30살 김태희를 만났다.



<아이리스>는 당신의 대표작이 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작품이 끝나니 무척 아쉽다. 지난 일은 빨리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인데, <아이리스>는 이상하게 애착이 많이 간다.


어떤 장면이 애착이 가는가? 연인으로 등장했던 이병헌이 키스를 하면서 입속의 사탕을 건네주는 장면이 화제였다.

하하하. 물론 그 신도 기억에 남는다. 연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장면 아닌가. 연인끼리의 애틋하지만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애정표현이 잘 담긴 것 같아 좋았다. 이밖에도 승희가 화원에서 현준이 죽은 줄 알고 오열하는 신이나, 헝가리에서 현준에게 ‘죽더라도 같이 죽을 꺼야’라고 말하는 신 등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말 열린 KBS 연기대상에서 이병헌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2009년 최고의 커플로 인정받았다. 실제로 극 중 이병헌과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실감나게 선보여 열애 의혹이 따르기도 했는데.

물론 사귀는 건 아니다. 하하하. (열애설이 나돌 때도)별일 없는 사이였기 때문에 주위의 반응에 걱정하지 않았다. 같이 작품을 하다보면 열애설은 충분이 나올 수 있지 않나. 둘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니 듣기 좋더라. 드라마에서 커플로 등장하는데 어울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속상한 일 아닌가.

촬영장에서 이병헌 선배님은 본인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놓는 편이다. 함께 촬영을 하다가도 지적을 많이 받으면 내가 잘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다른 후배들에게도 연기 지도를 하고 계시더라. 나는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빨리빨리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서 시원시원한 면이 선배님과 잘 맞았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요청했고 또 많이 도움을 주신 분이다.



여자 연기자로 하기 힘든 총격신과 액션 신도 돋보였다.

국가정보원 요원으로서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액션스쿨을 다녔다. 진짜 촬영을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했다. 악을 쓰고 고함을 질러가면서. 드라마 종반 부분 촬영을 하면서 고생도 많았다. 날씨도 추운데다 액션신과 총격신도 많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되는 신이라 내 신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녹초가 되더라. 그래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리스>에서 채워드리지 못했던 부분은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리스> 후속편에도 출연하는가.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출연한 동료 배우들끼리 뒤를 잇는 좋은 스토리의 드라마가 나오면 다시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다.


2004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이후 4년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여주인공으로서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촬영 초반 일본에서 현준과의 여행 장면을 찍고 헝가리로 넘어갔는데, 앞 뒤 부분의 대본이 없었다. 연결 고리가 없다보니 최승희란 캐릭터가 내 안에 확실히 흡수가 안 된 상태였다. 일본에서는 현준과 사랑에 빠진 여자였다가, 헝가리에서는 요원이 되고... 뜬금없는 이 상황들에 감이 안 잡히더라.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헝가리에서는 내 신이 많지 않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판토마임을 연습해보라고 하더라. 내가 하는 모습을 캠코더에 찍기도 해보고, 연습 후에는 사람들에게 맞춰보라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기라는 게 가상의 스토리를 실제로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거라, 이런 기본적인 연습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헝가리에서 힘들었던 것만큼 얻어온 것도 많다.


결과적으로 <아이리스>를 통해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정이 어땠나.

초반에 안 좋은 얘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평이 나오는구나 싶더라.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속상하고 의기소침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데 공감하는 것에 지적받고 비판받으면 상처가 더 커지지 않나. 하지만 (연기에 대한)평가는 내가 더 잘되라는 시청자들의 관심이기에 나머지 신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중반 액션신이 나간 후 시청자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좋은 기사들도 쏟아지더라. 얼떨떨했다. 데뷔 이래 처음이었고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너무 기뻤다.


제작발표회 당시 <아이리스>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생활에 변화가 생긴 건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바뀐 것 같다. 나에겐 충분히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예전엔 연기란 것이 얼마나 답답하게 느껴지고 잘 모르겠던지... 남들은 처음부터 쉽게 잘 하는 것으로만 보이는데 왜 나만 미궁 속을 헤매는지, 왜 감이 안 잡히는지 절망스러웠다.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났다. <아이리스>를 10개월간 찍었는데, 고민하며 힘들게 찍은 덕분인지 답답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해소되고 채워진 느낌이다. 촬영을 하면서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의 힘도 컸고. 덕분에 연기가 많이 편해졌다. 과거에는 작품에 선뜻 참여하는 것조차 두려웠고 망설임도 많았는데 이제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하하.


연기자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칭찬 받았을 때 더 기운이 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180도 바뀐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이 붙었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연기자로서 불리했던 면을 바꾸려고 노력했더니 바뀌더라. 내 안의 잠재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할 때도 있다. 그래서 연기가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뭐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재미없지 않나.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미모와 학벌까지 갖춘 이른바 ‘엄친딸’로 불리는데.

(손사레를 치며) 나는 엄친딸이 아니다. 고정돼 있는 내 이미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남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겪어봤다. 물론 그렇게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풍족하고 좋은 환경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지도 않았다. 많은 분들이 내가 아픔이나 고민도 없이 자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방어기질로 외면하고 내 성격을 만들어 갔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보다. 이제는 많이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고민한 적은 없었나?

애써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든 굳이 이미지가 다른 인간 김태희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에서다. 나쁜 이미지도 아니지 않나. 좋은 이미지로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다만 그런 이미지로 이런저런 캐릭터를 맡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김태희’보다는 한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캐릭터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 뿐이다.


연기자로서 살아오면서 마음고생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는데 연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언제나 잘해야 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다. 백그라운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지적이고 똑똑한 이미지로 보였나보다. 그렇기에 김태희가 하는 연기는 당연히 잘해야 된다는 시선도 있었던 것 같다.

연기자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은 아니었지만 발을 들여놓은 이상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내 스스로 실망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문득문득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가’ 불안해지더라. 그렇다고 연기 이외에 다른 일을 하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연기는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나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모든 게 느린 편이다. 다만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작년 한해 ‘제 2의 김태희’로 불리는 신예들이 참 많았다. 신인 연기자들에게 자주 붙여지는 별칭이었다. 기분이 어떻던가.

하하하. 관심 없고 아무 생각 없다. 그래도 인터넷 기사를 보다 내 이름이 눈에 띄니 관심이 가더라. 보통 자신의 얼굴은 스스로가 잘 알아서 그런지 누가 나랑 비슷하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21살에 CF로 데뷔 한 후 방송 데뷔 벌써 11년차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풍성해진 것 같다. 마치 이전에는 무생물 같다가 연기를 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인생이 즐거워지지는 않더라. 예전에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냥 묻어두고 뒤돌아보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우울한 기분에 자주 빠진다. 덕분에 기쁠 때는 기쁨이 두 배로 커진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술은 잘 마시는 편인가. <아이리스>에서 현준과 술을 마시는 신에서 ‘주당’의 모습을 선보였는데.

술은 체질적으로 안 받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즐기지 않는다.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는데 졸린다. 술은 일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낯선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되는 어색한 분위기를 술이라는 게 도움을 준다. 술자리에서는 말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좀 더 편안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가장 많이 마셨을 때는.

술잔을 받으면 거절하기가 귀찮아 다 마시는 편이다. 영화 <싸움>(2007) 촬영 때 사람들하고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넉 잔을 연달아서 ‘원샷’했더니 정신이 없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 있다가 말없이 집에 갔다. 하하하.



결혼을 생각할 나이 아닌가.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인가.

나 그렇게 나이 많지 않다. 하하하.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어렸을 때 품어 왔던 소중한 꿈이다. 때문에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들으면 이런 환상이 깨질까 두렵다. 아마도 내 결혼은 많이 늦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이상형은?

예전 TV <박중훈 쇼>에 출연해 밝히기도 했는데, 당시 외모, 똑똑함, 유머감각, 자상함이라고 말했다. 하하하.


올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동안 ‘본방사수’를 하느라고 다른 드라마들을 많이 못 봤다. 드라마도 보고 싶고, 영화도 많이 보고 싶다.


연기자로서 꿈이 있다면?

진심을 전달할 수 있고, 진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사랑이나 삶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볼 수 있고, 위로를 얻는다면 너무나 멋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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