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에는 없지만 송윤아에겐 있는 것, 믿음
<시크릿>에는 없지만 송윤아에겐 있는 것, 믿음
  • 이승우
  • 승인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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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옛날보다 지금이 더 행복”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송윤아는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추구하는 여배우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 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송윤아의 행보는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면서도 ‘도를 넘지 않는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오고 있다.

바르고 솔직하고 지적인 배우인 송윤아는 최근 배우 설경구와 결혼하며 일대 화제가 되기 전까지는 연기 외의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미스터Q>에서 김희선을 괴롭히는 악녀 역할이 각인된 이후 송윤아는 조용하게 꾸준히 연기 스펙을 넓혀왔다. 그래서 어느새 인가 털털한 송윤아, 귀여운 송윤아 연기까지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

한참 드라마에 열중하느라 영화 행보가 뜸했던 송윤아가 최근 연속해서 영화 두 편에 출연했고 연이어 개봉을 하게 됐다. 최근 개봉해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인정받고 있는 영화 <시크릿>과 내년 초 개봉하는 영화 <웨딩드레스>가 그것이다.



<웨딩드레스>도 그렇고, 연속해서 엄마 역이다.

큰 조카가 벌써 스무 살이다. 조카들 돌본 경력으로 치면 거의 애엄마나 다름없다.(웃음)


평소보다 약간 살이 좀 찐 건가.

지난 9월에 영화 <웨딩드레스>를 크랭크업하고 3킬로그램 정도 쪘다. 살을 쫙 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죽어가는 역할이라 양심상 안 뺄 수가 없었다.


<시크릿>에서는 애엄마지만 푸근하기보다는 도도하고 비밀이 많은 역할이다.

딸을 잃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그 원인이 남편에게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여자다. 슬프기보다는 힘든 역할이었다. 그런 자세한 상황은 영화 속에서 설명되지 않고 시작한다. 그래서 보여줄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연기하고,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게 좀 헷갈렸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고.


예고편을 보고는 죽은 딸의 복수를 꿈꾼다는 점에서 영화 <오로라 공주>와 비슷한 스릴러라고 생각했다.

홍보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장르가 스릴러니까 다 드러낼 수도 그렇다고 모두 감출 수도 없었다. 그건 관객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되돌아보면 모든 비밀을 알고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연기는 항상 관객들을 중심에 두고 했던 것 같다.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감춰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물론 <시크릿>은 <오로라 공주>하고 전혀 다르다. 복수에 치중을 둔 영화라기보다는 그걸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영화다.


드라마 <온에어>에서 다소 털털한 역할을 해서 관객들이 낯설기도 했을 것 같다.

연기 하는 입장에서 캐릭터 하나씩 낱개로 기억되는 건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온에어>에서는 드라마다운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였고, <시크릿>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시크릿>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윤재구 감독의 전작 <세븐 데이즈>의 주인공들 이름이 그대로 등장한다. 송윤아가 아닌 극중 지연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나.

영화 속에서 후르륵 지나가는 폐공장신이 가장 아쉽다. 중요한 장소이고 또 그만큼 묵직한 감정이 오가는, 한마디로 <시크릿>의 핵심 장면이다. 11일 동안을 꼬박 찍었다. 그것도 한 겨울에 1월1일부터 13일까지. 72시간을 그대로 거기서 찍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에선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쉽다. 원래 135분이 아니라 200분이 넘었다. 한 시간 넘는 분량을 줄여 담느라 그렇게 됐다.(웃음)


개봉 전 배우들 중 유일하게 가편집본을 다 봤다고 들었다. 그러면 언론시사회 때 덜 떨리나?

믹싱 들어가기 전 단계를 전체적으로 봤다. 아직 영화를 몇 편 해보지 않아서인지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웃음) <광복절 특사> 언론 시사 때는 장르가 코미디인데 아무도 안 웃어서 배우들끼리 손잡고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언론시사회는 경직된 분위기라고 해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이번에도 역시 엄청나게 긴장했다.


데뷔한 지 15년이 됐는데 그 정도는 이제 넘어설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내가 출연한 작품이 세상에 선보이는 순간은 죽을 때까지 긴장할 것 같다.


여태까지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미스터Q>인가. 악녀 이미지긴 했지만 송윤아에게 유명세를 가져다 준 작품이다.

그 전에 3년을 넘게 활동했는데도 내 데뷔작이 <미스터Q>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 작품으로 인해 너무 많은 선물을 받은 터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요즘에도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한다고 해서 찾아보는데도 나는 차마 못 보고 채널 돌리다 다른 배우 데뷔작 보고 웃고 그런다.

15, 6년 동안, <미스터Q> 이후 엄청나게 바쁘고 화려하게 살았다. 되돌아보면 나름 이 바닥에서 ‘잘나간다’는 그 시기가 내가 행복한 시기는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그 행복은 최근에야 찾은 건가.

스스로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때는 행복의 ‘행’자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매일매일 힘들었고, 너무나 졸려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때였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나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체크할 수 없는 바쁜 매일을 보냈다. 그 시기에 기억나는 거라곤 스케줄 맞춰야 하는데 촬영이 길어져서 매니저가 현장PD와 싸운 것과 새벽에 이동하면서 차사고 날 뻔해서 죽을 고비 넘긴 것뿐이다. (잠시 침묵) 그리고 나서 조금씩 일을 정리하고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하면서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가끔 주위사람들이 ‘그때가 그립지? 좀더 열심히 하면 그 당시처럼 될 거야’ 하면 약간 당황스럽다. 화려해 보여도 당사자는 무척 힘든 시기가 있는 건데... 한편으로는 그런 방황기를 거쳤기 때문에 요즘이 너무 감사하다. 이즈음이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평안한 삶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로 요새 무척 행복하다. 지나온 날들에 대해 정리도 되는 시기인 것 같다.


배우로서 좋게 변화하는 과정을 즐기는 듯 보인다.

막연히 또래들처럼 지냈으면, 연기자가 안됐더라면 평범하게 때에 맞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남들 학교 다닐 때 다니고, 남자 만나서 평범하게 가정생활하고 살아갔겠지 하고.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현실 자체를 즐기고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새색시인데,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10년 넘게 알고 지낸 언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너무 오래된 관계라 거의 가족 같다. 처음 사회에 나와서 또래들보다 언니들과 친해졌는데 지금은 가정주부인 그 언니들과 아직까지 만난다. 살림 얘기하고, 가구나 그릇 얘기 할 때도 있고.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막상 실천은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수다를 떤다.(웃음)

대학 시절, 지나가면 후광이 비쳤다고 하던데... 또 수재 오빠들 사이에서 자라 한양대 입학하고도 명함도 못 내밀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대학을 삼수해서 들어갔는데 학과가 여학생이 더 많은 과여서 재수나 삼수생이 거의 없고 다들 어렸다. 이십대 초반이면 2살 나이 차가 얼마나 자존심 세우는 시기인가.(웃음) 한 살 위 선배들은 불편하고, 3학년 선배들은 동갑인데 나는 후배이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2학년까지 다니다 슈퍼 탤런트로 뽑혔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때는 어땠나.

1학년까지는 거의 (모)범생으로 다니다 2학년에 올라가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자리를 지정석과 자유석으로 나눠 앉혔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교탁 앞에, 보통인 애들은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앉았는데, 어느 날부터 내가 교탁 앞에 앉아있는 게 힘들고 버티질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그쪽에 앉은 애들에게 피해 주지 말고 이 기회에 뒤쪽에 앉는 애들과 편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에 자리 이동을 했는데 그때 별세계를 만난 거다.(웃음)


여고시절 얘기하니까 표정부터 틀리다. 어떤 친구들이었나.

다들 나같이 키도 크고 덩치도 있는 친구들인데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낸다. 얼마나 즐겁게 지냈는지. 분식집에 가면 안쪽에 전용방도 있었다. 주인아줌마하고 친하지 않으면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그곳에 매일 몰려다니면서 놀았다.(웃음) 고3은 공부해야 한다고 교실이 7층이었고 매점은 지하였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7층에서 지하까지 간식거리를 사서 다시 올라와야 했다. 7층에서 내려가면 매점 앞자리를 선점할 수 없기 때문에 수업 끝나자마자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정말 치열한 시간들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시크릿>은 부부관계의 가장 중요한 믿음을 소재로 한 영화다. 결혼을 한 지금, 부부 사이의 어떤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영화 속에서 나와 성열(차승원 연기)은 믿음이 깨진 사이로 나온다. 이미 믿음이 깨진 상태는 좋고 싫음과는 아주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부부를 떠나서 어떤 인간관계든지 믿음이야말로 서로 지켜야 할 덕목이다.


상대배우로서 차승원은 어땠나?

<광복절 특사>할 때부터 친분이 있어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첫마디가 “승원 오빠가 한대? 우와, 잘됐다”였다.


여배우로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나.

물론 배우로서 힘든 순간은 있었지만 여배우로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겉으로 보는 것보다 내면이 강한 편이다. 나이 차가 나는 오빠들이랑 자라서인지. 부모님이 딸이라고 귀하게는 여기셨지만 굉장히 엄하게 키우셨다. 어렸을 때는 내 방에 거울 하나가 없었다. 거울 보면 딴 생각한다고.(웃음) 옷도 8년, 5년 차이 나는 오빠 옷을 입고 자랐으니까.


배우로 데뷔할 때는 그 엄하다는 아버지가 의외로 반대를 안 하셨다고 들었다.

완전히 온실 속의 화초로 지내다 슈퍼 탤런트 시험을 봤는데, 낼 모레 괌으로 합숙을 떠나야 되는데 차마 말이 안 떨어졌다. 그래서 전날 밤에 말씀 드렸더니 너무도 흔쾌히 “2차까지 됐냐? 여태껏 붙은 게 대견하다. 마침 겨울방학이기도 하고 어차피 3차는 떨어질 테니까 떨어지면 다시 공부해라”면서 허락하셨다. 그러다 덜컥 붙어서 여기까지 온 거고. 활동하는 내내 내 기사를 모두 스크랩하시고 아무리 바빠도 일일이 챙겨보신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인터뷰를 얼마나 공들여 하는지 모른다.(웃음)




나이 차 많은 오빠들 사이에서 막내딸로 자라났지만 ‘온실 속 화초’가 지닌 특유의 심약함은 안중에 없다는 듯 송윤아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송윤아의 그 씩씩한 걸음마다에는 엄한 교육과 믿음으로 그를 키워낸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송윤아 또한 믿음을 주는 배우, 그리고 믿음을 주는 아내와 엄마가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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