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해, 왕이 된 남자' 꼭 보겠다는 장이모우 감독
[인터뷰] '광해, 왕이 된 남자' 꼭 보겠다는 장이모우 감독
  • 김두호
  • 승인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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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작가와의 추억은 아름다웠다

【인터뷰365 김두호】인터뷰365는 최근 중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이모우 감독과 친분이 깊은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장관의 배려로 장이모우 감독과 조찬시간을 함께 하며 근황을 단독으로 인터뷰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 온 장이모우 감독은 지난 10월 30일 KBS공개홀에서 개최된 제4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2002년 서울 윌드컵 경기장에서 축제행사인 <투란도트>를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두 차례 참가하는 등 한중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대종상 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축하 리셉션 자리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 범종을 조각한 대종상 특별상 트로피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안았다.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50회를 맞이하는 내년부터 외국인영화상 부문을 신설할 계획에 있어서 그의 특별상은 여러모로 의미를 부여했다.

장이모우 감독은 1988년 한국 관객들에게도 관심을 모은 <붉은 수수밭>으로 시작해 <홍등> <영웅> <황후화> 등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명성을 누려왔다. 할리우드도 그의 활동영역에 포함된다. 그런 가운데 지난 북경 올림픽 때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장엄한 축제를 연출해 영화감독의 상상력과 예술적인 기량이 다른 영역에서도 출중하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시범을 보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하룻밤을 묵고 중국으로 돌아가던 날 아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 클럽라운지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최근 근황을 들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당신의 데뷔영화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이 금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신의 영화가 원작을 세계에 알려준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붉은 수수밭>을 보면서 강렬한 리얼리즘과 붉은 색채의 미학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만든 사람을 직접 만나보니 새롭게 떠오른다. 모옌 작가와 지금도 만나는가?

물론이다. 오랜 친구관계다. <붉은 수수밭>에 나오는 옥수수밭은 나와 모옌 작가가 직접 고향인 산둥성에 가서 영화를 찍기 위해 경작을 해 만든 밭이었다. 웃통을 벗고 모옌과 함께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가꾸어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감동적인 비화다. 이번 대종상에 참석해서 보고 느낀 소감을 듣고 싶다.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등 부문상을 휩쓰는 것을 보고 놀랍게 생각했다. 언젠가 꼭 보고 싶다. 온라인 뉴스를 보니 우리 중국도 작품을 소개하더라. 요즘 중국에서도 한국 배우를 많이 알고 있어서 대종상 소식을 소개해 관심을 풀어준 것 같다.
시상식 중간에 공연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수들의 노래와 춤 솜씨는 매우 훌륭했고 뛰어났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영화관에서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작품이다. 모처럼 영화제에서 작품으로도 평가 받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대단하다. 1천만 명이면 중국에서도 바라보기 힘든 숫자다. 한국의 인구가 지금 얼마인가?

-5천여만 명에 이른다.

그럼 5분의 1의 인구가 그 영화를 봤다는 것 아닌가? 중국으로 따지면 13억이 넘는 인구 가운데 2억 명 이상이 한 작품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몰려야 기록할 수 있는 숫자다. 한국의 관객은 대단하다. 중국은 인구가 많지만 그렇게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작품도 드물고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적다. 인구가 많은 나라지만 영화 마니아는 몇 천만 명 정도 될지도 모른다.

(오른쪽부터)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장이모우 감독, 함께 온 동포계 중국인 박철 북경세박투자그룹 회장, 이승률 옌벤과기대 부총장

-지난 10월에 개최된 올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중국 배우들이 많이 참가 했다. 개막식 행사 진행자로 한국의 안성기 씨와 중국의 탕웨이 씨가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탕웨이가 한국말을 하는가?

-중국어로 말하면 영상 자막으로 번역이 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장이모우 감독은 한국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안다.

자주 오지는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두 차례 참가했다. 2010년에는 나의 영화 <산사나무아래>가 개막작품으로 초청을 받아 의미있게 왔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찍고 있는 작품은 없고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에 촬영을 시작할 계획으로 작품을 여러 편 검토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작품을 미리 밝힐 수 있는가?

정하지는 않았지만 문화예술에 비중을 둔 성향의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영화상을 받아왔는데 최근 인도에서도 영화상을 받아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도는 두 번 방문했다. 이번에 20여년 만에 갔는데 여러 면에서 너무 많은 변화를 보고 왔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외국영화 수입이나 상영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외국영화보다 자국영화 중심으로 영화시장이 형성되어 제작이 활발한 국가다. 한국 시장은 어떤가?

-1985년부터 수입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영화의 직접 배급시장이 개방되어 외국 영화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근래에는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영화가 외국영화를 앞서고 있다.

대단하다. 만일 중국이 외국영화 시장을 개방하면 아마도 10%를 차지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영화는 관객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아야 자국영화도 살아난다. 우리 중국 감독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잘 찍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특히 한국은 젊은 층 관객이 많다는 것이 놀랍다.

인터뷰365의 김두호 인터뷰어와 함께 한 장이모우 감독

-중국의 영화 편당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화폐로 55억에서 90억 원 정도 들어간다. 크게는 170억까지 투자하기도 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가?

-한국과 중국의 영화 편당 제작비 규모가 비슷한 것 같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99억 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400억 원 이상을 벌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터뷰는 식사가 끝나고 그의 다음 스케줄인 단국대학교 장충식 명예총장 초청 행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미팅 약속으로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러 가지 느낌을 갖게 하는 보이스톤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절대로 감정에 치우치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해 주는 모습이 교만하지 않고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다. 붉은 색채와 드라마의 격렬한 사실감을 보여준 작품의 연출 독기는 그의 언행에서 조금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한국 이야기가 나오면 “대단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장이모우 감독이라면 13억 중국인의 자부심이며 그들의 살아 있는 전설이 아닌가?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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