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연기한 건 배우가 아닌 인간 장동건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연기한 건 배우가 아닌 인간 장동건
  • 이승우
  • 승인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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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는 동안 훨씬 부드럽고 유해졌다”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조각미남’ 장동건이 변했다. 거친 형사(‘인정사정볼 것 없다’)나 해적(‘태풍’), 하다못해 노예(‘무극’)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었지만 그의 ‘엣지’있는 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그는 순전히 ‘자연인 장동건’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관객들을 만난다. 최연소 대통령이지만 첫사랑 앞에서 딸꾹질을 연신 해댈 만큼 긴장하고, 아버지이자 정치적 동지인 대통령(이순재)에게 친근한 짜증 한방을 제대로 날려주는 모습을 선보인다.
장동건이 생애 첫 코미디에 도전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봉 직전 만난 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담배 끊었다더니 다시 피우고 있다.
두 달 정도 끊었었는데... 지난주부터 하루에 두세 개 정도 핀다. 촬영 딱 끝나고, 잘 해 오다가 개봉을 앞두다 보니까. 그래도 하루에 세 갑씩 피다가 이만큼 줄인 거다. 끊는 중이다.

아닌게 아니라 제작 동안에는 장진식 코미디가 꽃미남 배우 장동건을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나도 걱정이 얼마나 많았는데... (웃음) 나도 나중에 들은 얘긴데 감독님도 부담스러운 게 없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래도 한다고 하니 좋아하긴 하셨다. 오히려 내가 걱정을 많이 끼쳤다. “저 코미디 처음인 거 아시죠?”, “시키는 대로 할게요. 대신 망가지면 책임져요” 이런 식으로. 그래서 촬영 전에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됐고.

본인이 연기한 대통령 차지욱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싱글남이란 점. 그냥 ‘싱글’이어도 되는데, 애가 있는 홀아비 신세라는 게 더 연민이 간다. 또 극중 차지욱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때의 강인함과 한 남자로서의 연약함과 유약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매력이다.

극중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맥주에 취해 딸꾹거리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다. 술을 먹고 찍은 건 아니라던데.
일부러 안 마셨다. 마시고 하고 싶었는데, 그 뒤에 다른 장면이 있어서 아쉽게 못 먹었다. 술을 한잔만 먹어도 빨개지는 편이라...(웃음) 원래 시나리오에 있다가 빠진 장면이었는데 내가 우겨서 다시 넣었다. 얼굴이 벌게진 건 메이크업의 힘이다. 현장 분위기가 개그적일 때가 많은데, 그 장면은 진짜 장난친다는 느낌으로 찍었다.
장난치면서 찍었다는 말과 함께 ‘별 생각 없이 달려들었다’라는 표현도 자주 하던데. 그 말이 왠지 설렁설렁 찍었다기보다는 자신의 나이에 이 정도 위치의 남자배우임을 만끽하는 걸로 들린다.
그런 것 같다. 사실 영화를 찍지 않는 동안 배우 장동건 말고 인간 장동건으로서의 인생 고민을 많이 했다. 4년간 그런 세월을 보내왔고, 또 그럴 만한 적절한 시기였다. 나를 예전보다는 좀 놔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면을 너무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싶어서, 이제는 많이 여유로워지고 편해졌다. 그게 이번 영화에 많이 묻어난 것 같다.

이제는 꽃미남 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는 말인가(웃음)
그런 의미는 아니다.(웃음) 배우로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런 불안감은 이 일을 하는 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란 걸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변했다. 배우로서 계속 미완성이고, 미래가 굉장히 두려운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거는 평생 안 없어지는 거구나’라고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니까 편해지더라.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보단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영향이 컸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나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인간 장동건으로 좀더 다가가게 만들어줬다. 스스로 ‘현장을 이렇게 즐기면서 촬영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찍었다. 전작들이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마음껏 즐기면서 찍어서인지 사고방식도 훨씬 유해졌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공형진의 카메오 출연은 좀 의외였다. 본인이 직접 섭외했나.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의견이 오고 갔는데 흔쾌히 해준다고 해서 성사됐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대통령한테 대드는 역할이라 내가 보기에도 재미있었다.(웃음)

외교 충돌이 잦은 캐릭터로 나와서 유독 군대하고 대치하는 장면이 많다. 기흉으로 군대 면제 받은 입장에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갔다 왔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우리나라가 공인이나 공무 수행하는 분들에게 도덕적인 부분들, 특히 군대 얘기는 민감하지 않나, 내 의지대로 된 게 아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학교도 삼수해서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입학하더니 결국 3년 만에 자퇴했다.
한예종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건 ‘일지매’란 사극을 할 때였다. 그 드라마를 찍으면서 직업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다. 잠깐 할 게 아니고 계속 하려면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더라.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와중에 ‘마지막 승부’가 끝날 때쯤 한예종 1기가 생겼다. 학교 시스템이나 교수 구성진이 좋은 학교라는 확신이 들어 시험을 봤다. 일단 학칙이 외부 활동 금지여서 2년을 계속 다니고 있다가 결국은... 졸업을 못했다. 그때 당시에는 또 다른 고민이 들더라. 졸업은 해야 하는데, 그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많이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래서 그만 두고 나와서 많이 방황도 하고 또 도전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후회는 없나.
후회가 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이후에 조금씩 성장을 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후회보다는 아쉬운 게 더 많다.

이명세, 곽경택, 강제규, 김기덕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 하고 작품을 해왔다. 최근에는 한류스타들이 독립 매니지먼트를 차리는 추세다. 연출이나 제작에도 생각이 있나.
연출의 경우엔 호기심과 관심은 있지만 선뜻 엄두가 안 나는 분야다. 아직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데.(웃음) 어쨌든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지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해오다 세월이 흘러 내가 맡을 캐릭터가 없거나 그 외 다른 이유로 연기할 상황이 안될 때는 직접 제작하거나 만들고 싶은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 그때에는 시도를 해보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열심히 준비와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 정우성씨처럼. 요즘엔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슬쩍 눈여겨보고 있다.

흔히 말하는 4대 한류스타(장동건, 원빈, 배용준, 이병헌)끼리는 친한 편인가. 서로 전화번호도 알고?
당연하다. 가끔씩 만난다. 여자배우들과 달리 남자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도 연락 자주하고 여러 모임을 통해 친분을 다진다. ‘싱글벙글’이라고 골프모임도 있고, 그게 이어져 요즘엔 야구단 ‘플레이 보이즈’를 통해 친분을 다진다. 야구 응원팀? 원래는 삼성팬인데 요즘엔 내가 야구를 해보니 안 응원하는 팀이 없다.(웃음) 이병헌, 정우성 이 친구들은 가끔씩 연락하는데 의외로 전화번호가 자주 안 바뀐다.



얼마 전에는 가을철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 1위로 뽑혔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나이가 있으니 왜 결혼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그냥 확률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가는 나이에 안 가는 것뿐이다.

본인이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거다.
요즘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자주 나와서인 것 같다.(웃음) 그러고 보니 내 작품 중 가을이나 겨울에 한 작품들이 잘됐다. 그래서 계절과 매치가 잘되는 것 같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나온다. 극중 차지욱의 내용에 영화 제목이 등장하기도 하고. 다른 배우들보다 두루 나오는 걸로 봐선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인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비중은 거의 비슷하니까 그 중에 좀 차지욱의 이야기가 스케일이 좀 커서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극중 한채영과의 로맨스가 의외로 산뜻하게 끝났다. 만약 그 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어땠을 것 같나.
둘 사이의 감정이 확인 된 후 그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차지욱 에피소드하고는 안 어울렸을 거다. 이 영화에서 차지욱의 매력은 캐릭터를 보완해주기 위한 수단이란 점이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많이 들어있는 영화니까.

한채영과의 키스신에서는 마치 소년 같다.
주머니에 손 넣고 하는 키스신? 그 전까지 차지욱의 모자란 듯한 매력이 나오다가 갑자기 가슴에 손이 가면 이상하지 않나.(웃음) 그런 풋풋함이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보여주는 멜로인 것 같다.

본인이 연기한 장면 외에 어떤 대통령 부분이 가장 웃겼나.
상황들이 기발하고 다 재미있었다. 설정 자체가 퇴임 하루 전까지 당첨금을 찾아야겠다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이혼을 앞둔 대통령 등 너무 이색적이지 않나. 처음에는 단순히 웃긴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설정이나 감정 코드들도 모두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극중 평소 차지욱의 모습은 실제 장동건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말도 들린다. 일본 대사하고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다혈질로 나오던데, 실제로는 어떤가.
기본적인 성향은 다혈질이 아닌 것 같다. 야구할 때만 다혈질이다.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서인지 장남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자랐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도 몰랐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장남으로서의 부담이 큰 편이다.



연기적인 면에서 터닝 포인트로 꼽는 작품은 언제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
여전히 그렇다. 그 작품을 통해서 뭔가 생각하고 깨닫는 게 많았으니까. 단순히 연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커니즘을 한 순간에 와 닿게 해줬다. 개인적으로는 그렇지만, 관객들 입장에서 장동건이란 배우의 터닝포인트는 아마도 ‘친구’가 아닐까.

저예산 영화인 ‘해안선’의 선택도 의외였다. 그 당시 관객들이나 평단이 모두 놀란 결정이었다.
훈련 받으면서 좀 후회하긴 했었다.(웃음) 하지만 오히려 선택이 심플했다. 흥행의 부담은 없었고, 작품을 선택한 의도 자체가 굉장히 분명했고, 그 의도대로 괜찮은 영화였으니까. 김기덕 감독님이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면 선택하기 힘들었을 거다. 사람들이 ‘굉장히 큰 마음 먹었겠네요. 힘드셨겠어요’라고 말했지만 의외로 쉬운 결정이었다. ‘어떻게 보여질까’란 부담이 좀 덜 했으니까.

데뷔 이후 앨범도 여러 장 냈고, 그 외 여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예능은 유난히 멀리하는 것 같다.
데뷔 후에는 예능을 했었다. 그때는 MBC 전속이었고, 방송사에서 월급 받는 배우였으니까. 초창기 때는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예능에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할 만한 재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능은 불편하고 사실 좀 버겁다.

최근 독립한 걸로 아는데, 어떤가, 혼자 살아보니.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작품을 안 할 때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 달까.(웃음) 일을 할 때는 집에 있는 게 좋다. 어머님이 아침밥도 챙겨주시고, 일하고 오면 불도 켜져 있고. 반면 일을 안할 때는 친구들이랑 술을 먹다 보면 늦어질 수도 있고, 새벽에 들어가 음악도 좀 크게 틀어놓고, 술도 한 잔 더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쉽게 안된다. 하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니까 집에 들어가고 싶다. 집이 점점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웃음)

여러 인터뷰에서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정의 하는 말을 요약해 보니 성취감과 만족도더라. 흥행은 어느 정도 할 것 같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손해만 안 보면 만족할 것 같다. 영화 자체가 보는 내내 유쾌하고, 극장 나설 때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로 완성된 걸로 충분하다. 흥행은 신도 잘 못 맞추시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간 흥행작들을 경험했을 때와 사전 분위기가 비슷해서 잘 될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일 년에 받는 시나리오수가 30편이 넘는다고 들었다. 또 다작배우를 꿈꾼다는 얘기는 의외다.
요즘 세어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으니까. 그동안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는데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후 다양한 캐릭터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작배우를 원하는 건 4년간 ‘전사의 길’과 ‘굿모닝 프레지던트’ 두 편만 찍었는데, 그 동안 너무 결과만을 성공의 잣대로 봐왔던 게 아닌지 반성과 후회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야구를 예로 들자면 타자 3할이면 10번 중 3번 안타를 친다는 건데 이 정도면 강타자라고 불린다.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 앞으로는 영화 흥행만을 성공으로 보지 말고 여러 작품에서 연기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드리고자 한다. 앞으로는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작 중에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2편이 나온다면 할 생각인가.
개봉하기도 전에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장난스럽게 하고 있다. 감독님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면 불러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2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 키는 관객들이 쥐고 있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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