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사회 처방에 나선 사회복지학자 김성이 교수
도박중독사회 처방에 나선 사회복지학자 김성이 교수
  • 김두호
  • 승인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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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의 중독예방치유센터 가동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최근 건설회사 자금부장이 횡령한 회사 공금 중 790억원을 경마장과 국내외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로 구속되어 파문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성인은 약 350여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년전 출범한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현재 도박 중독예방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의 사감위는 한 때 전국을 도박판으로 뒤흔든 사행성 게임 <바다 이야기> 사건이 만들어낸 사행산업 통합 관리 기구다. 도박 중독의 예방과 치유 역할도 핵심 사업이 되고 있다.

 

김성이 사감위원장은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을 역임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출신이다. 그는 일생동안 사회복지학을 연구한 이론가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 활동을 통한 실천 복지학자로도 많은 실적을 남겼다. 그의 손에는 도박 중독자의 구제를 위한 처방전과 함께 추방할 수도, 장려할 수도 없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등 사행산업의 조정핸들이 쥐어져 있다.

 

김성이 사감위원장은 지난 9월 17일을 ‘도박중독 추방의 날’로 정하고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가두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도박 중독자가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 사감위원회가 도박 중독의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이나 치유 사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감위가 아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도박중독의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곳입니다. 꾸준히 사행문화의 사회적 실태를 파악하면서 중독자의 재활사업이나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중독예방치유센터도 운영합니다.

 

 

 

 

도박 중독자로 볼 수 있는 판단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사감위의 중독예방치유센터는 홍보자료로 <도박중독 자가 척도>라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자기 체크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주요 문항으로

1. 도박에서 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금액 이상으로 도박을 한 적이 있는가?

2. 종전과 같은 수준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걸어야했던 적이 있는가?

3.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한 적이 있는가?

4.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갖고 있던 물품을 판 적이 있는가?

5. 스스로 도박행위가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

6. 도박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 건강문제가 발생했던 적이 있는가?

7. 남들이 나의 도박행위를 비난하거나 도박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8. 도박으로 인해 자신이나 가정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는가?

9. 자신의 도박하는 방식이나 도박을 해서 발생한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등을 제시해 각 문항마다 ‘전혀 아니다 / 간혹 그렇다 / 대체로 그렇다 / 거의 항상 그렇다’ 가운데 하나를 선택토록 합니다. 이때 ‘간혹 그렇다’는 1점, ‘대체로 그렇다‘는 2점, ’거의 항상 그렇다‘는 3점을 부여해 적어도 합계 3∼7점이 나오면 중위험성의 도박, 8점 이상은 문제성 도박 중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3점 이상부터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은 결국 자제력을 상실하고 지속적으로 도박행위를 반복하는 경우인데 치유센터는 어떻게 운영합니까?

누구나 센터(www.pgcc.go.kr)를 방문해서 무료로 전문요원과 상담할 수 있고 전화, 인터넷으로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치유를 위해 주제를 달리한 각종 자기 관리와 충동조절을 위한 집단 프로그램과 문화체험, 대안 치유 등의 사업을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독 증세에 이른 2백여 명이 치유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박 관련 조사 자료 중에는 성인 359만 명이 중독자, 그 중 87만 명이 당장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 중독자가 그렇게 많습니까?

성인중 9.5%가 도박 중독과 관련해 상담 대상이며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50만명에서 백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른 국가들보다 2배 높은 수치입니다.

 

도박 중독 인구를 줄이는 일은 사행산업을 추방하든가 매출을 통제하는 길밖에 없겠군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행산업은 역기능 못지않게 순기능도 있어서 대다수의 국가가 적절한 범위 안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행성 게임기 <바다 이야기> 같은 도박문화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하지만 경마 카지노 복권사업 등 기존의 사행산업은 총량제를 도입해 매출 규모나 발전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독 예방을 위해 사용횟수나 금액이 기록되는 전자카드제를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율권과 사생활 침해의 논란도 있지만 시행방법에서 사행산업체가 자율적으로 시범 운영해 문제점을 개선해 가며 2011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으로 협의체가 구성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행산업의 순기능이라면 도박을 취미나 레저 활동으로 보는 시각에서 입니까?

도박을 청산하기 위해 단지(斷指)를 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끔찍한 일이지요. 그러나 중독자보다 건전한 오락의 수준에서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가끔 스트레스도 풀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가활용 정도에서 자제력을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중독에 이르는 불씨가 대개는 잃은 것은 기억하지 않고 딴 돈만 떠올리는 데 문제가 따릅니다. 사감위의 중독 예방활동도 그런 원인을 숙지시키는 성숙한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한국복지문화학회, 한국복지사협회 등 복지관련 사회단체의 회장을 두루 역임하셨는데 복지학에 뜻을 둔 시기는 언제입니까?

고향인 신의주에서 한 살 때 가족 모두가 월남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어릴 때부터 그늘진 사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향이 같은 한경직 목사님의 영락교회에 다니며 신앙을 통해 한층 더 봉사나 복지활동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서울문리대 사회사업과에 입학했을 때 학생이 10명 정도였습니다. 입학 후 대한적십자 봉사서클의 초기 멤버로 정신없이 활동했습니다.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사업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1979년 귀국 후 성심여대(현재의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있다가 1986년에 이화여대로 옮겼지요.

 

대학 밖에서 복지와 관련된 단체나 사회사업 활동에도 정력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실천 복지학이라고 합니까?

사회사업학이나 복지학은 학문적인 연구 못지않게 현실참여와 봉사가 소중한 분야입니다. 이화여대 복지관장을 겸하고 있던 1997년 IMF때 ‘파랑새보금자리운동’을 펼쳤던 일도 그런 의미에서 비롯됐습니다. 전국의 11개 대학 13개 복지관 책임자의 동참의사를 모아 대학사회복지관협회를 발족해 길 잃은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것은 대학 밖의 복지 실천운동이었습니다. 지역사회의 구성단위인 가정을 보호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안정되지 않은 가정의 청소년들을 대학으로 불러 대학원생 봉사자를 통해 주요 교과목인 국,영,수를 가르치고 예체능 교육을 시킨 운동이 ‘파랑새보금자리운동’입니다. 그 운동이 확대되어 가난한 가정의 청소년 2천여명이 부잣집 아이들이나 가는 실내 수영장과 스키장을 찾아가는 행사도 하고 설경의 유스호스텔에서 밝은 꿈과 따뜻한 입김을 서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최근 8세 소녀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범인의 처벌형량이 낮다고 해서 민심이 폭발한 이른바 ‘나영이 사건’이 터진 후 가해자의 실명이 사건 명칭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국무총리 직속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에 미성년자와 원조교제로 성관계를 나눈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시켜 크게 주목을 받으셨지요?

그 때는 일각에서 이중처벌이라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전자팔찌까지로 발전되어 성폭력행위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무렵 미국 국무성의 성폭력 범죄부문에서 국가등급을 다루는 관리를 만났을 때 우리의 성범죄 규제실정을 설명한 일이 있어요. 그는 한국을 예방측면에서 3등급 국가군으로 분류했으나 신상공개 등의 얘기를 듣고 1등급으로 상향 조정시켰습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으로 서울에서 2005년 세계복지사대회를 유치하셨을 때 그 행사를 두고 ‘애플(Apple) 대회’로 일컫기도 했습니다. 국제행사장에서 일종의 사과파티를 마련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하하하. 그랬었지요. 행사를 하는 기간 18개국 300명의 대표들에게 수시로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한국의 달고 새콤한 무공해 사과를 듬뿍 공급했습니다. 아마도 참가자들이 국제행사장에서 한국의 맛있는 사과를 먹으며 잊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을 겁니다. ‘한국’하면 애플부터 떠오르게 만든 행사였지요. 사실은 그 보다 ‘행복한 가족사회를 위한 환경 만들기’의 주제를 살린 새로운 조직을 염두에 두고 그 명칭을 ‘애플’로 정하겠다는 구상을 했었어요. 그 대회를 계기로 복지사협회 회원들은 지진 피해지인 파키스탄을 찾기도 하며 따뜻한 국제관계를 위해 발길을 바깥으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복지학 관련 저서 가운데 <약물중독총론>은 어떤 내용을 다룬 것인지요?

1988년 대한적십자사 자문위원으로 있을 때 청소년들의 부탄가스나 본드 흡입 등 각종 유해 물질로 인한 사고가 사회문제화 됐습니다. 그에 대한 원인과 문제점, 대책을 총체적으로 다룬 내용입니다. 그렇게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치유로 일익을 다하는 것이 보람있다는 생각에서 한 때 서울 중랑구 면목복지관장으로 지역 청소년을 위한 치료 및 계몽프로그램을 직접 마련해 운영해 보았습니다.

그것도 소수의 청소년만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족에서 다시 복지상담전문지도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관심이 갔습니다. 스스로 부족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UCLA 평생교육원의 연수를 다녀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도 약물중독 전문상담사 1년 과정을 국내 처음으로 개설했습니다. 지금 8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협회에 명예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약물중독 전문상담사들은 인터넷게임 등 청소년의 각종 중독에서도 전문 카운슬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감위원회에 오면서 전문상담사 인재 양성을 절실하게 더 느끼고 있어요.

 

MB정부에서 첫 보건복지가족부장관으로 재임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뜻을 못 펴 서운하시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짧았지만 평소 생각했던 정책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습니다. 특히 노인의 장기요양보험제도, 치매나 중풍환자의 전문요양사 양성, 17만명에 이르는 노인요양원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며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어요. 관(官)과 민(民)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곁에 모시고 함께 한다는 것도 공직자로 실감한 기회가 됐습니다. 공직자가 자세를 낮추고 국민과 파트너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를 두고 경제논리가 좌우로 맞선 시대를 거쳐왔습니다. 그 중 복지는 분배쪽, 이를테면 진보주의(좌) 정권들이 주로 강조해온 부문이 아닌지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지와 경제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생각해요. 경제가 잘돼야 복지도 가능한데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복지국가 건설에 있습니다. 복지는 정당이나 이념을 초월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분배와 관련되므로 사회주의적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복지국가의 선두주자인 스웨덴은 1920년대 수상 얀센이 총리로 취임하면서 “국가는 인민의 집”이라는 정책개념을 제시하고 “국가는 모든 국민 하나하나를 가족원”으로 규정했습니다. 다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국가의 기초 단위는 가족입니다. 국가가 하나의 큰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도 국민의 자활력을 지원하면서 가족사회에 구심점을 두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주말가족, 이산가족, 기러기가족 등 가족사회가 불안정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교수에서 사회활동,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사감위원회까지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됩니까?

솔직히 말해 내가 일을 한 것에 비해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이 더 크다고 늘 생각합니다. 대학에서도 월급을 받으며 사회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혜택입니다. 어떤 사람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불만이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안합니다. 작년부터 새벽기도를 열심히 나갑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과 단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잘 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오늘도 겸임교수 한분이 대학에서 받은 강의료를 모두 장학금 통장을 만들어 학교로 돌려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아까 나왔던 이름 ‘애플’이라는 명칭의 따뜻한 모임이 내 곁에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와 가족을 돕자는 취지로 아직은 물밑에서 움직이지만 언젠가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애플’을 국제 복지단체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곧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사회과학대 주관으로 복지를 주제로 한 ‘애플’의 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의 생일은 12월 5일입니다. 그날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 선포기념일이고 또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입니다. 여기에 내가 평생 다니는 영락교회 창립일이니 모두 운명적으로 연관이 된 것 같아요.

 

끝으로 가족을 소개해 주시지요.

대학시절 적십자운동을 함께 하다가 만난 서울대 불문과 출신의 아내(김정란 63)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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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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