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지대’ 재미 주는 무한 애드리브의 달인, 아나운서 조우종
‘무한지대’ 재미 주는 무한 애드리브의 달인, 아나운서 조우종
  • 김우성
  • 승인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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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뿔테안경은 내 나름의 설정”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입사한 지 5년이 채 안 된 KBS아나운서 조우종(34)은 여의도에서 가장 폭넓은 연령층의 시청자를 확보한 방송인으로 통한다. <무한지대> <주주클럽> <일요스포츠 쇼> <토요일 가족이 부른다>(이하 가족이 부른다) 등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줄곧 맡아온 때문인데, 특히 <가족오락관>의 후속격인 <가족이 부른다>에서 초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던 <가족이 부른다>는 조우종의 활약에 힘입어 또 하나의 장수프로그램으로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소위 잘나간다는 예능프로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고, 스스로의 표현대로라면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지만 조우종에게는 남자아나운서로 드물게 정기모임을 갖는 팬클럽이 존재한다. 비결은 스탠딩코미디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기발하면서 절제된 위트에 있다. 방송내용에 묻어가듯 내던지는 애드리브에 녹화가 중단된 것만도 수차례. 그런 와중에도 아나운서에게 알게모르게 적용되는 시청자들의 잣대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일 평균 10만 명이 시청한다는 KBS인터넷 연예인대상 토크쇼 <조우종의 왈가왈부>가 그의 진행성향을 십분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가정화목’의 중책을 떠안고 KBS 남자아나운서 가운데 제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아나운서 조우종을 <무한지대> 녹화가 막 끝난 직후 KBS 로비에서 만났다.


고민정 아나운서와 진행할 때부터 무한지대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여성진행자에게 던지는 애드리브에 ‘빵’ 터진 적이 한두 번 아닌데요. 그런 유머는 돌발적인 건가요 아니면 미리 준비하는 건가요.
다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거예요.(웃음) 무언가 재미를 주려고 미리 짜면 꼭 안 먹히더라고요. 사실 야구에서 3할 정도 타율은 강타자로 보잖아요. 저도 10개 던져서 3개 건진다는 심정으로 툭 던지는 겁니다. 고민정 아나운서와는 평소에도 농담을 자주 주고받다보니까 성공률이 더 높았고 재밌게들 봐주셨던 것 같아요.

고민정 아나운서가 중국유학을 떠나서 서운했겠어요.
저는 같이 가길 바랐는데 남편하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좌중웃음) 고민정 아나운서와는 정말 베스트프랜드였어요. 저에게 ‘국내 제1호 말더듬이 아나운서’라는 별명도 붙여줬는데. 하하.



전례 없던 굵은테 안경이 인상적입니다. 규정에 어긋난다거나 해서 제재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제재보다는 안경을 안 쓰는 게 정석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워낙 아나운서들도 자기 캐릭터를 살리는 게 중요한 시대잖아요. 저도 살기 위한 방편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하하.

방송 중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드리브로 인해 주의를 받기도 할 것 같은데.
그렇죠. 방송에서 주의를 좀 많이 받는 편이고요. 시청자게시판만 봐도 ‘무한지대 남자아나운서가 말을 많이 해서 민정누나가 괴로워하는 것 같아요.’라고 써놓은 분도 계시고. 깐죽거린다 재수없다 빈정거림이 심하다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언젠가 방송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고 MC서바이벌 입상경력까지 있더군요. 숨겨진 재능이 많아 보이는데 원래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나요?
그냥 어릴 때부터 막연히 TV에 나와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실현한다는 게 막막하잖아요.뭐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한 기간은 4년 정도였죠. 제가 3수해서 아나운서가 됐어요. 시험 본 첫 해에는 1차에서 바로 떨어졌고, 두 번째 해에는 그야말로 절치부심해서 최종까지 갔어요. 전 박지윤 아나운서의 남편인 최동석 아나운서와 경합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제가 될 줄 알았어요. 직전 해에도 시험을 봤었고 또 최동석 아나운서보다 나이도 많고 하니까 아무래도 뽑아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태어나서 그렇게 울었던 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창피한데 PC방 2층 계단에서 엄청 서럽게 울었거든요. 하하. PC방 사장님이 오시더니 무슨 일 났냐고... 하하하.

PC방에서 결과를 확인한 건가요?
최종결과 발표되기 전날 게임하러 PC방에 있었어요.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결과가 나온 거죠.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없는 거예요. 한참을 울고나서 'KBS에 족적은 남겨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에 테러를 결심했는데. (좌중 웃음) 꾹 참고 다시 도전해서 갔더니 사장님이 왜 또 왔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유~ 저한테 그러시면 안 되죠” 그랬더니 굉장히 재밌어하시면서 잘 받아주셨죠.

MC서바이벌에 출연했던 게 2004년이죠? 입상은 했는데 섭외 들어오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래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게 됐나요?
아니요. MC서바이벌 입상 전인 2003년에 아나운서 최종에서 떨어진 거예요. 그렇게 테러를 결심했다가 접고 뭔가 바람직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KBS에서 예능MC를 모집한다고 공고가 떴어요. 뒤늦게 밝히자면 당시 서바이벌 입상자들에게 엄청나게 바람을 넣었어요. 너희들 10명은 엄청난 MC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라. 길에서 휴지 한 조각도 버리지 마라...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계약서를 썼죠. 여기저기 ‘나 앞으로 유명해질 거다’라고 잔뜩 자랑을 해놨는데 섭외가 전혀 안 들어오고 좀 많이 쉬면서 다시 테러를 준비하다가(좌중웃음) 이듬해 세 번째로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해서 입사하게 된 거예요.



<가족이 부른다>를 첫 회부터 봤습니다. 시작 당시에는 좀 낯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군요. 조 아나운서에게도 딱 어울리는 프로그램인 것 같고요.
그 프로그램이 원래 <아침마당> 중 ‘토요노래자랑’이라는 코너인데 시청자들 성원이 대단했었어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포맷이었죠. 그런데 전 <가족이 부른다>를 하면서 몇 가지 고민을 하게 됐어요. 내가 출연자분들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드리는 건가. 그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는 건가... 실제로 시청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지적도 몇 번 받았어요. 그리고 저는 가족의 사연도 사연이지만, 노래자랑 프로그램이라면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그에 대해 평가를 받는 것이지 감동을 자아내서 평가받는 것은 노래자랑의 취지에서 좀 벗어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뭐 사람들의 생각이 다 똑같지는 않으니까.(웃음)

비슷한 생각입니다. 누가 더 감동을 주느냐를 가리기보다는 어차피 다 사연이 있으니까 제일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아주는 게 맞겠죠. 사실 억지감동 논란은 최근 국내외, 예능 교양 가리지 않고 빈번히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폴포츠의 어려웠던 배경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만 일반인으로서 발군의 노래실력이 있었다는 게 우선이잖아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조우종의 왈가왈부>를 통해 본격적인 인터뷰어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게 많을 것 같은데.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방송이라 연구를 무지하게 많이 해요. 요즘 인터뷰들 지향점이 그렇잖아요. 점잖고 격식을 갖추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본인 속내를 장에서부터 뱉어내게 만드는 인터뷰가 좋다고 보거든요. 소주 한잔하면서 할 수 있는 얘기를 사람들한테 들려줬을 때 인터뷰의 참맛을 느껴요. 저는 모든 걸 ‘까고’ 시작해요.인터뷰 할 때 약간 진상이다 할 정도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죠.(웃음) 출연한 연예인들도 불편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어하고 받아들여주려고 해요.

조 아나운서의 순간적 기지와 유머는 어디에서 오는 건가요.
이런 얘기해도 되나? 제가 평소에 약간 똘기가 있어요. 하하하. 고압적이고 점잖은 분위기가 싫어서 장난도 많이 치고요. 학창시절 때 왜 그런 애들 있죠. 선생님이 분위기 잡고 애들이 가만히 있어야 될 때 괜히 웃기려고 한마디 던졌다가 열대 맞고 들어오는 학생. 답답한 걸 못 참고 혼자 들뜨는 스타일이죠. 남을 웃기는 건... 잡다한 지식이 많이 쌓았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뭔가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추가지식이 있어서 엉뚱한 단어가 팍 튀어나오면 사람들이 웃잖아요. 제가 또 일부러 좀 못 듣는 척하는 것도 있어요.다 알아들었는데도 딴 얘길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남들을 좀 웃기고. 그 두 가지 스타일로 가고 있습니다.(웃음)

프로그램의 전체 성격을 좌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보여지는데, 반면에 그런 능력이 아나운서의 자질을 논할 때 적합할지 고민은 안 해봤나요. 스스로 옭아매게 되는 선입견은 없는지.
매순간 있죠. 매순간 말을 뱉기 직전까지 망설여요. 이걸 뱉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데 기발한 멘트를 할 때, 더군다나 웃기려고 하는 순간에 망설이면 그건 죽은 멘트가 돼요. 방송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순간이 ‘이걸 말하면 좀 터질 텐데 아나운서가 이걸 해도 되나’하고 한 번 참고 넘어갔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뒤늦게 말할 때예요. 그때는 아무 의미도 재미도 없고 면박만 당해요.

정석적인 아나운서로서의 조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고,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겁니다. 만약 연예기획사에서 프리랜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할 참인가요?
지금은 방송국에서 저를 더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다 해보고픈 바람이 있기 때문에 글쎄요... 그러한 제안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집에서는 어떤 아들입니까? 애교 많고 싹싹한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보기와는 다르게 제가 2남 중 장남이에요.(웃음) 그런데도 학교 다닐 때 사고를 많이 쳤어요. 전교 1등 하는 그런 애들이 제 동생이었고요. 저도 물론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고 단지 모범생 이미지에 대한 묘한 반발심이 있었어요. 친구들한테 인기는 많았는데 하지 말라는 건 다 해보려고 하니 부모님이 여기저기 많이 불려 다니셨죠. 어머니가 ‘동네 망신스러워서 죽겠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너죽고 나죽자며 하하. 당연히 동생과 비교를 많이 당했어요. 제가 형인데 얼마나 창피해요.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도 과외 따위는 생각 안 해보고 막노동, 피자배달, 중국집배달, 전단지돌리기, 하역공장 같은 곳에서 주로 일을 했어요. 포장공장에서 먼지 잔뜩 먹고.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하며 사람들과 지냈던 경험이 방송할 때 큰 도움이 돼요. 어떻게 보면 제가 아나운서 합격한 것도 헝그리정신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서민친화적 아나운서로 봐주신 게 아닌가... 저도 제가 약간만 더 고급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 하하.

강수정 아나운서가 사촌형수라면서요?
네. 남편이 사촌형, 그러니까 작은고모 아들인데요. 어렸을 때 저하고 곤충 잡으러 다니고 친하게 지내던 형인데 미국에 가더니 하버드를 들어갔더라고요? 거기서 로스쿨을 다니더니 또 어디어디 나와서 홍콩에서 펀드매니저가 되면서 어느새 저와 격차가 확 벌어진 거죠. 그리고는 어느 날 저를 호텔로 부르더니 난데없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거예요. 제가 아나운서 된 지 얼마 안됐을 때인데 “너희 회사 아나운서야” 이래요. 강수정 아나운서가 여걸식스에 출연하며 한참 잘 나갈 때라 “형이 무슨 아나운서를 사귀어. 강수정이라도 돼?”라고 비꼬았는데.. 하하. 그리고는 너랑 우리 엄마(고모)밖에 모른다면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기에 2년간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줬는데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더라고요. 나만 얘기를 안했어. 다 알아.(웃음) 수정선배가 저한테 도련님 도련님 그래요. 아니꼬운 말투로. 하하. 지금 일본에 있는데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지금껏 따뜻한 프로그램을 많이 맡아왔는데 이른바 ‘심각한’ 프로그램에는 뜻이 없는지.
저도 심각한 프로가 좀 되는 애예요. 하하하. 그런 프로를 맡겨주면 제 나름대로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일요스포츠 쇼>의 경우도 그래요. 그동안 스포츠 프로그램들이 무겁게 진행해온 면이 있었잖아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양준혁 선수가 홈런을 날리는 장면을 보며 “아 저 선수 생각보다 동안인데요” 이런 멘트를 하면 시청자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하시거든요. 시사프로그램은 아직 시기상조여서 그렇게까지 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나오지 않을까 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뉴스 진행은 안하나요?
뉴스는 입사하자마자 했었는데 1년 지나고 잘렸죠. (웃음) 뉴스를 하다가 실수를 좀 많이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 뉴스진행 하던 날에는 시작신호를 못 보고 5~6초 동안 멍하니 카메라만 쳐다봤어요. 뭔가 이상해서 두리번거리다가 고막이 찢어지게 “시작해라!”는 소리를 듣고 당황해서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롭게 뉴스진행을 맡게 된 조우종이라고 합니다. 많은 시청 감사드립니다” 이랬어요. 하하하. 물 먹다가 내려놓으면서 “다음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적도 있고 전 수도 없이 많아요.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 중 가장 해보고 싶은 게 뭔가요.
제가 퀴즈프로그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퀴즈 대한민국>같은 퀴즈쇼 쪽에 마음이 많이 가요. 그런 프로그램을 맡아서 장수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희망이 있고요. 더 높은 목표는 조우종쇼를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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