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부드럽고 순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업’
마음을 부드럽고 순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업’
  • 김다인
  • 승인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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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집을 타고 떠나는 칼과 러셀의 여행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픽사(PIXAR)에서 만든 열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업’(Up)을 보기로 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장편을 새로 공개할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단편을 공개하는 픽사의 전통대로 단편 애니메이션 ‘구름 조금’(Partly Cloud)이 먼저 상영됐다.

아기를 황새가 물어다준다는 서양 속담을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인데, 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하얀 구름들이 만드는 귀여운 창조물을 배달하는 황새들에 비해 검은 구름이 만드는 우악스런 창조물, 예컨대 아기 악어나 고슴도치 등을 배달해야 하는 황새는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황새가 하얀 구름 쪽으로 가자 검은 구름은 슬퍼 비를 뿌리며 우는데, 하얀 구름에 갔던 황새가 풋볼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나타나 이제 뭐든 줘도 좋다고 한다. 기쁜 검은 구름이 건네주는 건 아기장어. 이번에 황새 보호장구에 찌릿찌릿 전기가 온다. ㅎㅎㅎ 예쁘고 착한 단편이다. 웃음기를 머금고 본 영화 ‘업’을 보게 한다.


탐험가 찰스 먼츠를 보며 탐험을 꿈꾸고 자라는 소년 칼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모험을 꿈꾸는 소녀 엘리를 만난다. 엘리의 꿈은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 위에 집을 짓는 것. 엘리의 꿈은 곧 칼의 꿈이 된다. 어른이 된 칼과 엘리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만 가정의 일상은 그들이 모험을 떠나지 못하도록 늘 발목을 잡는다. 그 사이 둘은 늙고 엘리는 칼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말괄량이 엘리와 칼이 나이 들고 가정을 꾸리고 엘리가 칼의 보살핌 속에 죽기까지는 마치 파노라마처럼 단 한 마디 대사 없이 진행된다. 사람의 일생이란 참 덧없기도 하지, 싶다. 그나마 사랑이 있어 추억이 남는다.

엘리의 죽음 이후 그저 고집불통 늙은이로 하루하루를 지내던 칼에게 이제 모험이란 한낱 낡아버린 과거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칼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뜻밖의 일이 생긴다. 엘리와 함께 살던 집 주변이 재개발되고 ‘알박기’가 되어버려도 끝내 집을 팔지 않던 칼은 사고를 치게 되고 양로원행을 피하기 위해 집과 함께 탈출을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색색의 풍선을 단 집은 엘리와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채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두둥실 떠난다. 거기에 마지막 ‘경로배지’를 타려는 어린이 탐험대원 러셀이 합류한다. 퉁퉁하고 밥 많이 먹게 생긴 러셀은 그래뵈도 호기심 많고 인정 많은 야생탐사대원이다.

폭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풍선집이 불시착하게 되면서 칼과 러셀의 모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풍선집을 어깨로 끌며 폭포를 향해 가는 길에 만나는 불청객들은 아기자기하게 칼을 고생시키며 죽어있던 칼의 마음을 서서히 되살린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들을 보호하면서 칼도 변하는 것이다. 사랑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우상 찰스가 탐욕스럽게 변해 나타나지만 칼과 러셀, 그리고 말하는 강아지 더그는 찰스에 맞서 신비의 새 케빈을 지켜낸다. 늙은 칼과 더 늙은 찰스가 보행보조기와 칼로 일전을 벌일 때 우두둑 두 사람의 뼈마디에서 나는 소리는 ㅋㅋㅋ 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허공으로 떨어지는 찰스에게도 풍선 몇 개 달아주는 아량도 잊지 않는다. 액션영화보다 더 폭력적이고 스릴러보다 더 잔혹하기 일쑤인 일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휴머니즘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표현은 순하다. 드라마틱하기보다는 자연적이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칼과 엘리의 사랑은 실사영화보다 뭉클하다. 특히 칼의 모험이 끝나가자 비어있던 엘리의 어드벤처북에 ‘고마워요, 이제 새로운 모험을 떠나요’라는 글귀가 나타나는 부분은 잔잔하게 마음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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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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