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입양아 연기로 내 상처 치유했다” 배우 하정우
“<국가대표> 입양아 연기로 내 상처 치유했다” 배우 하정우
  • 이승우
  • 승인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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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부자관계 연기하는 것도 꿈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관객 1천만 명을 넘어선 ‘해운대’와 함께 한국영화 흥행 쌍끌이를 하고 있는 영화 ‘국가대표’의 주역 하정우를 만났다. 음지의 스포츠 스키점프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 ‘국가대표’는 현재 7백만 관객을 넘기며 순항중이다.
중견배우 김용건의 아들로 ‘잘생긴 배우 아버지를 둔 평범한 외모의 아들’이었던 김성훈(하정우의 본명)은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는 젊은 연기자로 꼽히고 있다.
‘될 성부른’ 연기자였던 그는 중앙대 재학시절 동기선후배들이 선정한 ‘가장 빨리 성공할 것 같은 사람’으로 뽑혔던 저력이 있다.
그 저력은 대학 졸업 작품이었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증명됐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고 이어진 영화들, 특히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 연기는 하정우라는 이름을 깊이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가서 본 영화 ‘모던타임즈’의 영향을 받아 그 스스로를 ‘방랑자’라 여기고 있는 하정우는 이번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개봉 후에 부쩍 인터뷰가 몰린 것 같다.
최근까지 ‘티파니에서 아침을’ 때문에 홍보 활동을 쭉 이어 나가질 못했다. 개봉 후에 한 것만 한 30매체 되나?(웃음) 그래도 영화 반응이 좋아서 안 피곤하다.

‘무릎팍도사’의 출연으로 한동안 검색어 1위였다. 솔직히 하기 싫지 않았나.
처음엔 부담감과 낯설음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찍은 거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왔더라.

‘국가대표’ 이야기는 하나도 안했는데.
계속 고사해 오다 일주일 전에야 오케이 됐는데 영화이야기는 처음부터 안 한다고 하고 들어간 거다. 도리어 게스트들이 내 얘기를 많이 들어줬다. 망가져서 재미를 주거나, 엄홍길 대장이나 안철수 교수처럼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둘 중 하나인데 난 후자를 택했다. 작가한테도 오락성보다는 내가 살아온 것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솔직히 얘기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혹시라도 돌발로 몰아가면 중간에 정중히 중단시키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프로그램 작가가 군대 선배인데도 그랬다니, 강심장인 건가.
당연히 그 밑의 작가에게 말한 거다.(웃음) 하긴 형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스트들에게 대본도 없더라. 두세 시간이 훌쩍 흘러서 나도 놀랐다.

부모님 이혼사실이나 군대 이야기까지, 많이 자신을 드러냈다.
아버지하고 얘기가 된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큰 사업을 해오셨으니 부도나 서류상으로 한 케이스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걸로 헤어지신 건 아니다. 지금까지도 부모님끼리는 얘길 안 하고 나를 통해 하신다. 생각보다는 두 분의 이혼으로 쇼크가 컸다. 그럼에도 공개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아버지를 오해하고, 결국엔 아버지를 어떤 식으로든 가정하게 될까봐서다. 2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오셨는데... 내 에너지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실이 가장 마지막 퍼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올 텐데... 어차피 배우라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드러내 놓고 살아도 되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녹화를 먼저 하고 나중에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무슨 상관이냐. 지난 세월이 있는데’라고 하셔서 밝히게 됐다.



‘국가대표’에서는 함께 출연까지 했다. 서로 캐스팅된 걸 알고 있었나.
김용화 감독님의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 찍은 후 아버지하고 성동일 선배 하고 (이)한위 선배 하고 계속 같이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른들끼리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감히 아버지하고의 출연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도리어 아버지가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시길래, ‘아버지가 한다고 하셔서 좋았다’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의 출연은 김 감독 하고의 약속인 셈이다.
김 감독님은 부모님이 안 계시는데, ‘미녀는 괴로워’ 이후 아버지를 친부모님처럼 따랐다. 나와 감독님은 오랜만에 만나는 동네 형 정도의 친분이라면, 아버지와는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꼭 연락하는 사이다. 얼마 전에도 강제규 감독님 만나러 미국 가는데, 감독님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전화하고. 아버지는 ‘응, 그래 다녀와라’ 하시고. 그래서 내가 ‘왜 그렇게 친해요?’라고 되물었을 정도다.(웃음) 엄밀히 말하면 내가 뒤늦게 합류하게 된 셈이다.

부자끼리 만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부딪히는 신은 딱 한번이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어렸을 때 곧잘 현장에 따라다니곤 했는데, 이젠 장성해서 한 현장에서 만난 셈이다.
나중에는 정식으로 하고 싶다. 아예 대놓고 부자지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아버지가 내 직장상사로 나오는 구성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주위에선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나한테는 엄청난 추억이 될 것이고 우리 가족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될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남동생도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지 않나.
지금도 혼자 열심히 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듯이 전혀 신경 쓰지 않나.
물론이다. 그래서 동생도 일부러 따로 살고 있다. 동생은 집안의 막내로 딸 같은 존재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엄마 같은 위치에서 나와 아버지 사이의 소통을 도맡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나 나나 일부러 연락 안하고 신경 안 쓰고 있다. 사실 데뷔는 동생이 먼저 했다. 음악을 해서 작곡을 잘한다. 그땐 그룹으로 활동했는데, 그게 언제더라, 벌써 13년 전이네. 그땐 내가 동생이 나오는 쇼 프로그램 보고 그랬으니까. 2대에 걸쳐 부자지간이 모두 연기를 하니까 재미있긴 하다.(웃음) 동생 예명? 그건 나도 모른다.

‘국가대표’는 고생한 티가 많이 나는 영화다.
감동이 남다른 작품이다. 같이 나온 배우들과 오랜 시간 한 팀으로 지내서 더 그런 것 같다. 동고동락한 배우들끼리 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 땐 뭐 했었고, 저 신 찍을 땐 정말 힘들었지’ 그랬다. 나는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주목 받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절실함과 애절함이 남다르다. 촬영중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다가도 ‘형, 나 이 영화 다 찍으면 배우로서 또 다른 작품 만나겠죠?’ 그러는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선하고 좋은 기운들이 모아지면서 모두들 꿈을 꾸면서 촬영했다. 그래서 관객 입장과는 다른 감동들이 계속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또 ‘국가대표’를 통해 새로운 팬이 됐다는 쪽지나 이메일 보내고 팬클럽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이런 면을 좋아하는 팬 층이 따로 있구나 싶어서 참 신기하다.

‘추격자’도 주연배우가 약하다고 투자 받기 힘들었다고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땠나.
아마 투자 걱정 거의 없이 들어간 건 내 필모그라피 역사상 이 영화가 처음이지 싶다. 항상 난항을 겪어왔다. 중반에 엎어지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적은 없어도 늘 촬영할 때마다 조마조마 했다. ‘국가대표’는 상대적으로 제작규모 대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어도, 그런 마음 고민은 없었다. 그 중심은 아마도 김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커서였을 거다.

맡은 역할들을 살펴보면 소외된 캐릭터들이 많다. 이민자(두번째 사랑)나 입양아. (국가대표) 혹은 좀 주변에서 한발 벗어난 역할(비스티 보이즈)들. 그런 캐릭터에 끌리는 건가.
그런 것 같다. 거의 90% 이상이 다 방랑자 역할이다. 최근에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주연한 ‘보트’의 프로모션차 일본에 갔는데, 한 일본 기자가 내가 채플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 알고서는 ‘왜 방랑자 역할만 주로 맡느냐, 그 이유는 롤모델이 채플린이라서 그런 건가’라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아직도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영화관에서 봤던 ‘모던 타임즈’가 잊혀지지 않나 보다.
그렇다. 무의식중에 채플린과 관련된 영화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채플린의 연대기까지에 많이 연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제 방랑을 좀 그만해야겠단 생각도 들고. 그건 ‘국가대표’를 찍으면서 바뀐 거다. 내가 입양아 밥(Bob)이란 캐릭터를 만나서 어떤 안정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밥을 통해서 배우 하정우란 사람과 감독이 소통을 한 것 같다. 우리 둘은 똑같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데, 그건 또 밥이 극중에서 가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각자의 인생과 과거의 상처들을 밥을 통해 서로 치유 받은 것 같다. 극중 공항 신을 찍는데, (내가 연기한) 밥이 우는 장면을 보면서 둘이 모니터를 보고 주위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

주위사람 모르게 엄마한테 독백하는 장면?
그게 밥을 통해서 뭔가를... (잠시 침묵)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고. 김용화 감독도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그 장면이 많이 울컥하긴 했다.
(눈물이 살짝 고이며) ‘국가대표’는 그 장면을 만든 감독과 연기한 배우가 마음속에 쌓아놨던 감정들을 해소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인지 밥을 연기하면서 방랑을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게 됐다. 아마도 다음 작품인 ‘황해’를 마지막으로 하정우란 배우가 또 김성훈이란 사람이 인생에 있어서 더 이상 겉돌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장르영화나 상업영화를 찍는 두려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겉돌면서 뭔가를 연기로 풀어내려 했던 것 같다. 직선적인 가능을 열어놓지 않고.

여러 의미로 압박감을 느꼈던 건가.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독립영화부터 저예산 작품까지 아우르면서도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압박은 아직 없다. 아직까진 그 부분에 대해선 자유롭게 생각하는 편이니까. 그것보다 밥을 만난 후 이제는 내가 자신있게 어른으로 얘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야겠단 생각이 든 것 같다. 아직까지 촬영 중 여러 가지 사고들로 인한 자잘한 질병들이 남아있지만 그러면서 배우로서 체질이 개선되는 거란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는 내 스스로 많이 정리되고 깨달음이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코드가 많이 들어가 있는 덕인지 흥행도 잘되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그런 안전장치가 많이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하는 일부 팬들 중엔 나의 이런 대중성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웃음) 기회가 되면 그들과 ‘배우의 폭넓은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대중들이 소통할 만한 코드를 안아주는 것도 배우의 몫이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 개봉 일주일도 안돼서 아줌마들을 비롯해 아저씨나 어린 중학생까지 다 아는 척을 해줘서 너무 기뻤다.

그런 면에 있어선 이 영화가 가장 아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타이틀이 좀 바뀌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하정우에서 ‘추격자’의 하정우로 바뀌었다면 이젠 ‘국가대표’의 하정우로 거듭나는 거랄까. 타이틀이 계속 바뀌는 건 배우로서도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을 무척 중요시 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가대표’의 시나리오는 어땠나.
솔직히 좀 간지러웠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아휴, 이런 연기를 어떻게 해’ 막 이랬다.(웃음) 읽으면서도 계속 ‘공항에서 (엄마한테) 과연 이런 대사가 가능할까?’, ’토마토 먹는 장면에서의 눈물은 너무 강요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그로 인해 내 내면에 또 다른 무기 하나를 얻은 듯한 든든함이 생겼다.

그 무기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내가 로버트 드니로를 만나고 알 파치노를 알았을 때가 생각나더라. 내가 본격적으로 드니로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카지노’를 보고나서였다. 그 이후 그의 전작들을 쭉 훑어갔다. 나도 대중들이 ‘국가대표’ 안의 하정우를 보고 ‘저 사람 뭐지?’ 그러면서 내 전작들을 보기 바란다. 그러면서 ‘아, 이런 매력이 있었고, 한국에 이런 배우가 있었구나’라며 한국영화의 매력에 대해 알아가길 바란다. 내가 그렇게 영화를 알아갔던 것처럼.



스키를 탈 줄 알면 스키점프는 금방 할 수 있나.
전혀 틀리다. 내 스키 경력이 20년이 넘지만 전혀 틀린 스포츠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사실 내가 놀이 기구를 못 탄다는 취약점이 있다.

그렇다면 20층 높이에서 매달리고 실제 뛰어내린 촬영은 고역이었겠다.
현기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20층 앞에서 앉아 있는 것도 대역 아니었고, 타고 내려오는 것도 직접 했다. 진짜 어쩔 수 없이 한 거다. 모두들 내 스키 경력이 20년이란 걸 알고 있는데, 도저히 못하겠다는 말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그냥 ‘감독님, 그럼 그냥 제가 직접 뛰어 볼께요’ 했더니 아무도 안 말렸다.

극중 주먹구구식 스키점프 훈련이 폭소를 자아냈다.
실제 선수들이 그렇게 훈련하는 걸 담은 거다. 우리가 진짜 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그 신에 모두 담겨 있다. 찍기는 훨씬 많이 찍었다. 밧줄에 매달려 올라가는 것만 하루 꼬박 찍었으니까. 진짜 높은 거 무서워하는데… 그런 거에 겁이 많은 편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잘 하는 줄 알아서 큰일이다.(웃음)

실제 선수들의 열악한 조건을 알기에 ‘국가대표’의 흥행 성공이 더 남다르겠다.
본인들은 너무 소박하게, 영화가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더라. 자신들의 경기내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서 스폰서가 붙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지는 것 같고. 네 명의 선수들 중 두 명만 하이원 리조트에서 지원결정이 난 걸로 알고 있다. 그 전까지는 점프복에 태극기 하나 가슴에 달고 뛰었다더라. 웃기는 사실은 한국기업들의 로고가 외국 선수들 옷에 붙어있었다는 거다. 자국 선수들에게는 안 붙어 있으면서.
이번 영화 찍으면서 스키점프복을 많이 맞췄는데, 촬영 끝나고 나니 선수들이 스키, 부츠 등을 주면 안되냐, 줄여서라도 입겠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열악하다. 1년에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비가 160만원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애들이 너무 착한 건 실업 팀에 지원받는 두 명이 그걸 4등분해서 쓴다는 거다. 너무 해맑고 천성이 착해 우리 축구팀(FC하정우)에 들어오라고 했다. 너네는 자격이 있다고.(웃음)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과 노태우 정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는 건 어떻게 됐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나눈 상태는 아니다. 정치 소재의 영화는 민감할 수 있고, 전두환 정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 ‘29년’도 제작이 무산된 상태이지 않나. 데뷔 이후 스케줄이 겹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말은 이제 의리보다는 배우로서 의미 있는 작품에 신경 쓰게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아니다. 그때그때 틀릴 게 분명하니까 결정을 못할 것 같다. 만약에 윤감독의 시나리오와 진짜 마음에 드는 어떤 신인감독의 작품이 겹쳐 있다면 그 두 분을 모셔 놓고 조정을 할 것 같다. 두 편 다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되겠냐고. 안된다면 다시 2차 대화를 진지하게 나눈 후에 굉장히 머리 아픈 결정을 하게 되겠지. 정말 고민할 거다. 엄청나게.(웃음)

학교 동문인 윤종빈 감독하고 1년 동안 같이 산 적도 있다고 들었다. 둘의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인해 영화계 루키로 떠올랐지 않나.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다. 확실히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또 분명히 맞는 부분이 있는 소중한 친구다. 라이프 스타일은 절대 안 맞는다. 취침과 기상 시간이 서로 전혀 다르다. 그런데 대화를 시작하면 기본이 3~4시간이다.

참, 그림 전시회를 연다는 건 어떻게 됐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윤 감독이 하정우씨 그림을 20점이나 버렸다던데.
맞다. 2006년 초 같이 살 때 얘기다. 내가 미국에 촬영을 가야 되는데 이삿날과 겹쳤다. ‘형, 그림은 어떻게 해?’ 그러길래 그래서 알아서 정리하라고 했다. 그런 뒤 아차 싶더라. 나중에 체크해 보니 다 버렸다고 해서 한동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틈틈이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의 치유를 다시 시작했다. ‘추격자’ 때 연쇄살인범 역할을 할 때 그림을 많이 그리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전시회는 9월 3째주로 결정됐다. 날짜가 잡혔는데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는 생각을 계속한다. 적절한 시기인지 고민이 된다.

배우 외에 화가의 명함이 추가된 건가.
개인적으로 오지랖 넓히는 걸 너무 싫어하지만 이미 언론에 공개 된 터라.(웃음) 소외된 예술학교에 지원을 하거나, 예술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최종 조율중이다. 후원하는 쪽에서는 좀 더 이슈화하길 바라는 것 같지만 난 지인들과 친구들만 와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오지랖 넓히긴 싫다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단인 FC하정우도 그렇고, 엄밀히 말하면 예체능을 다 섭렵하고 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FC하정우는 그냥 개인 김성훈을 위한 모임이나 다름없다. 일상에서 즐기는 친구들이니까 연예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마음 맞으면서 맘껏 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야구도 좋아하긴 하지만 실력 차이가 많이 나서 축구로 친분을 다지고 있다.



‘국가대표’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2편을 찍는다면 할 의향이 있나. 같은 감독에 같은 배우들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한참 고심하더니) 그거 말고 우리끼리는 다른 거 생각했었다. 아이돌 그룹 만드는 영화. 각자 흩어져 있던 애들을 픽업해서 훈련을 통해 슈퍼스타로 만드는.

본인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 이야기는 아니고?
장편 시나리오는 2고까지 완성한 거 한편밖에 없다. 아이템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감독 데뷔를 위한 10년 만기 펀드는 아직도 들고 있는 건가.
물론이다. 감독으로서의 모습은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배우가 감독준비를 한다는 건 좀 민망하고 생각보다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조심스럽다. 나는 내가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건데, 그게 오해를 살 수도 있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많이 배운다. 그래서 얼마 전엔 김기덕 감독님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빠르게 찍는 타입이라 그것만 배워도 손해는 안나겠다.
(웃음) 맞다. 진짜 감독의 노하우는 김기덕 감독과 윤종빈 감독에게 많이 배웠다. 김 감독님은 특히 내 꿈을 많이 지지해 준다. 최근에 한 고민은 감독 준비를 위해 아카데미를 다닐까 학교를 진학할까였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라. 한 가지 확실한 생각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져야 되는 일이라는 거다. 그게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다.

당분간 이 순간을 더 즐길 줄 알았더니, 좀더 치열하게 살 계획인가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더 열심히 할 거다. 질적으로 성숙해야 하니까. 영화현장에서 제일 많이 배우니까 난 계속 그곳에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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