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오죽(烏竹)하면 연상되는 것이 강릉 오죽헌이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팔작지붕의 유서 깊은 오죽헌 건물보다 더 유명한 것은 글자 그대로 까마귀처럼 줄기가 검은 오죽이다. 요즘은 5만원권 화폐의 도안인물이 신사임당이니 오죽헌을 더 말해 무엇하랴.
대나무는 세계적으로 수백 종이 분포하지만 줄기가 처음에는 연두색이었다가 검은빛으로 변하는 것은 오죽이 유일하다. 검은빛은 어두운 의미를 상징하는 반면에 수묵화나 고급승용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고품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국내에는 생산되지 않는 외국산 흑단이 고급 가구재와 악기의 재료로 이용되는 것은 재질이 단단하고 검은빛을 띠기 때문이다.
대나무 중에서도 오죽은 비나 눈을 맞으면 하중을 견디지 못해 쉽게 휘어지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대나무와 마찬가지로 결코 부러지는 법이 없다. 예부터 선비들이 집 안팎에 오죽을 심고 즐긴 이유는 사철 푸른 아름답고 우아한 대나무의 꼿꼿한 정신을 기리기 위하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에 나오는 대나무가 이를 잘 상징한다.
3년 전 이웃마을에서 몇 그루의 오죽을 가져와 집안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것이 작은 숲으로 변했다. 대나무는 가장 빠른 속도로 높이 자라는 식물이다. 죽순이 돋아나면 그해에 모두 자란다. 텃밭에 심은 오죽은 높이가 5~8cm가 되어 하늘을 가릴 정도이다. 대나무 숲 앞에 고요히 앉아 대나무를 보는 것이(淨座觀竹) 요즘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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