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의혹을 밝히고 미술계는 신용을 회복하라
삼성은 의혹을 밝히고 미술계는 신용을 회복하라
  • 정중헌
  • 승인 200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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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번지기 전에 미술시장을 살려라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위원] 2007년은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았으나 동시에 온갖 치부를 드러낸 추악한 해로 기록되어야 한다. 뇌물로 얼룩진 미술대전 비리가 터지더니 이중섭 박수근의 위작이 수천 점 쏟아져 세상을 경악케 했다. 가짜 학위로 드러난 신정아 사건은 청와대 간부와 연루돼 있는데다 재벌가와 돈으로 엉켜있고, 권력의 힘으로 기업 협찬까지 독식해 미술계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런데 또 한국 최대 재벌가의 사설 미술관 관장이 거액의 해외미술품을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연말 화랑 가는 회오리가 일고 있다.


올 것이 왔다, 터질 것이 터졌다. 한국 미술계와 시장을 지켜 본 필자는 여러 차례 이런 사태가 오리라는 것을 경고했으나 결국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이중섭 박수근 위작 사기사건이 벌어졌는데도 화랑들과 미술인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신정아 사건은 가짜 큐레이터가 권력을 등에 업고 한국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한 희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계속 주시해 보아야겠지만 미술계의 불투명성과 내부자끼리의 시기 등이 뒤엉킨 복잡한 실마리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세 차례 토네이도가 휩쓴 미술계에 이번 사태는 자칫 쓰나미로 번질까 두렵다. 위작 사건, 신정아 사건에도 꼼짝 하기는커녕 천정부지로 뛰던 미술시장이 이번 사태로 찬바람이 회오리 치고 있다.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거래가 주춤해 지고있어 미술 시장이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보는 일반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미술품이 투기의 대상이 되더니 급기야 돈 세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 시장은 살려야 한다. 세계 미술시장은 중동과 인도 등 세계 각국 신흥 부자들의 가세로 전에 없이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한국만 뒤쳐지면 득보다 실이 많다. 차제에 썩은 곳은 도려내고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시장까지 죽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화랑, 아트 페어, 경매로 이뤄지는 미술시장은 첫째도 신용, 둘째도 신용이다. 신용이 생명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금과옥조인 신용을 소홀히 해 대형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신용을 회복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줄이 터질 수 있다.


화랑은 거래가 투명해야 한다. 진품임을 철저히 보증해주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고, 컬렉터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아트 페어 역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질서가 잡혀야 한다. 경매야 말로 신용이 생명이다. 감정에 철저를 기하고 거래가 투명하도록 세무와 자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신용이 무너지고 거래가 투명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삼성 가와 서미 갤러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고구마 줄기를 끌어올리면 수많은 뿌리가 올라오듯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질 우려가 있다. 그러기 전에 서미 갤러리 측이 이번 사태와 연관된 거래가 있는지 없는지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삼성과 관련이 없다면 고가의 해외 미술품들의 유통 과정이라도 설명해야 보통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컴이나 일반인들은 이번 사태를 흥미 위주나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거래가 투명했다면 해외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결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미술품을 비정상적 자금이나 부정적인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정상 거래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요즘 세게 미술시장을 휩쓰는 작가는 구미의 현대미술 작품들이다.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마크 로스코, 리히텐슈타인 등의 작품은 가격으로만 평가되고 있으나 그 가격은 현대의 미의식을 확대시킨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국내에는 이런 20세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거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몇 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국내서 볼 수도, 배울 수도 없다보니 미술애호가들이 인상파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설미술관인 삼성의 리움에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체계 있게 수집하는 자체는 오히려 평가해야 한다. 고가의 현대 미술품을 구입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현대 미술품 수집은 투자 가치가 높다. 경제력만 있다면 유명한 현대 작가 작품을 사두면 가격 상승에 따른 이윤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등의 작품 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영국의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신작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 일본의 대기업들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가셰박사의 초상’, ‘붓꽃’등을 고가로 사들였다. 거품이 꺼지자 고가의 미술품을 내다팔면서 거액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대 작가 작품을 가장 신용이 높은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화상 겸 딜러가 한번에 100억, 200억 달러에 달하는 미술품을 구매했다면 대단한 실력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리움의 홍라희 관장은 미술대학을 나와 꾸준히 현대미술품을 수집해온 해온 최고의 컬렉터이고, 서미 갤러리 홍송원 관장 역시 이화여대 사회체육과 출신으로 국제 미술품 경매에 관한 한 손꼽는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가 미술품들의 구입 경로나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에 의해 미술계 치부가 낱낱이 공개되기 전에 관계자들이 나서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최상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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