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현찬의 그때 그칼럼] 광복절-잃어버린 입을 도로 찾았지만
[호현찬의 그때 그칼럼] 광복절-잃어버린 입을 도로 찾았지만
  • 호현찬
  • 승인 201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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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현찬의 그때 그 칼럼>을 연재하며
호현찬 원로 영화평론가는 전문화 된 영화저널리즘과 영화평단의 1세대입니다. 여기에 그의 특별한 이력에는 영화 기획 및 제작, 영화행정 분야에서 활동한 업적들이 추가됩니다. 인터뷰365는 호현찬 평론가가 1960∼1990년대에 발표한 명칼럼을 모아 독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인터뷰365 호현찬】<8월 보름달 / 저들의 벽력이 / 우리에게는 자유의 종이었다 / 태양을 다시 보게 되도다 / 오오 이게 얼마만이냐 / 잃어버린 입을 도로 찾아 / 마음대로 혀가 돌아가노라>
1945년 광복직후 고 일석 이희승 선생은 <영광뿐이다>라는 시제로 이렇게 노래했다.

1945년 8월15일은 민족사적으로 가장 감격스러운 영원한 날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말과 글을 다시 찾은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람이었다. 말은 한민족에 있어서는 생존권의 상징이고 표상이면서 동시에 민족혼의 정수이다. 일제 36년간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우리 문화를 말살하려고 온갖 계책을 꾸몄다. 그중에서도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동원했다.

일본말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서 집의 문패 옆에 국어(일본어) 사용의집이라는 표찰을 달게 했고 어린 학생들에게 카드를 나누어주어 경쟁 심리를 부채질하기까지 했다. 한글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일석선생이 8.15 광복의 감격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광복 50년을 맞아 푸짐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50년 동안 우리들이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들이 도처에 남아 있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우리의 연극, 영화, 방송 등에서 쓰이는 용어 속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신조어의 세계적인 장기자인 일본식 말이 외래어로 둔갑해 그대로 직수입되고 있다. 더러는 국제어화 되기도 했지만 일본어 사전에도,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생소한 용어들도 범람하고 있다.

요즘에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외국어 공부가 대유행이다. 시대의 추세이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은 어떤가. 우리의 젊은 세대에서도 신조어가 유행이다. 그러나 우리말이 지닌 아름다운 정서와 정감이 차츰 증발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어도 좋지만 먼저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버릇이 앞서야 한다. 방송은 본질적으로 “말의 문화”라고 한다. 방송은 말을 가꾸고 닦는 일이 첫째로 중요한 기능이다.

아나운서 등이 뉴스 방송에만 갇히고 개성시대라고 해서 탤런트, 코미디언들의 진행이 유행하면서 말의 품위는 많은 문제들을 낳게 됐다. BBC 방송은 BBC 영어를, NHK는 표준적인 일본어를 보급하고 본보기를 보여주는데 큰 목표를 삼고 있다고 한다. NHK에서는 바른 일본어를 사용해 일본어를 세계에 보급하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말의 오염은 그 나라의 문화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사라져 가는 말도 있다. 본래의 서울말, 그 속에 담겨 있는 운치도 이제는 듣기 어려워졌다. ‘우리의 입도 도로 찾고 마음대로 혀가 돌아가게’ 된지도 어언 50년, 그러나 비뚤어진 입으로, 꼬부라진 혀로 우리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1995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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