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성공의 '5대 비밀'을 말하다
안성기 성공의 '5대 비밀'을 말하다
  • 김두호
  • 승인 200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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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의 방식이 편할 뿐이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영화배우 안성기에 관해 사람들은 궁금한 게 별로 없다. 일에는 공백기가 없었고 사생활에도 흠집을 내지 않고 살아온 안성기는 시시콜콜한 활동까지 꾸준히 뉴스거리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톱스타의 방석을 깔고 앉은 그의 성공시대는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어 30여년에 이른다.


기자는 아역배우 출신의 안성기가 1980년 이장호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지금까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의 인품이나 활동이면 이야기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다. 가까이서 지켜 본 그의 성공 저력은 5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



1. 안성기는 겸손하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겸손하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선배든 후배든, 잘 알고 있는 사람이든 처음 만난 사람이든지 그의 언행은 건방지거나 교만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몸에 베여 있다.

2. 안성기는 성실하다. 둘째는 성실한 점이다. 그는 출연 작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결코 겹치기 출연의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았다. 펑크를 낸 일도 없지만 불성실한 행동으로 문제를 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정생활도 성실하다. 아들, 남편 , 아버지로서의 윤리와 책임을 지켜왔다.

3. 안성기는 따뜻하다. 셋째는 따뜻한 마음이다. 놀라운 것은 바쁜 틈에도 수많은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유니세프등 사회 봉사활동에 정신적 물질적 시간적 헌신을 하고 있다. 댓가 없이 행사의 운영이나 진행을 도와주는 단체도 수두룩하다.

4. 안성기는 탁월한 연기자다. 넷째는 연기자로서의 실력이다. 좋은 연기자로 살아남는 첫째의 조건은 연기실력인데 그는 경쟁력이 뛰어나고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애정멜로, 코믹연기, 액션, 사극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보여주는 다양한 연기 변신은 타고난 소질보다 노력과 경륜에서 비롯된 것 들이다.

5. 안성기는 잘 참는다. 다섯째는 절제정신이다. 그는 매우 검소하다. 그가 가진 명품이나 가장 비싼 물건 중 제1호가 노트북 정도다. 그는 출연 작품이 연속 히트하고 최고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처지에도 자신이 정해 둔 적절한 수준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TV나 공연 등의 출연 유혹도 거부하며 절제된 활동을 해왔다.


자, 이제 그에게 과연 그러한 분석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과대 포장인지 본인에게 진솔한 고백을 들어 볼 때가 온 것 같다. 그를 잘 안다고 그의 마음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를 통 털어 가장 탄탄하고 가장 긴 성공 시대를 성취한 대표적인 인물 안성기의 가슴 밑에 숨어 있는 비밀과 진실을 끌어냈다.




요즘 당신을 ‘국민배우’로 부른다. 북한에서도 절대적 권위를 상징하는 배우가 ‘인민배우’인데 같은 수준의 최고 찬사 같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모습이 없어 보인다. 늘 겸손한 모습은 의도적인 노력인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습성인가?

다른 사람들이 겸손하다고 보는 나의 버릇은 선천성과 후천성 반반이다. 부모님이 언제나 그렇게 사셨다. 어머니는 별나시게 모든 일에서 가족이나 남들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소박하고 인정 많은 분이다. 성장과정에서도 어른들 품안에서 연기생활을 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겸손’이 살아가는데 매우 소중한 덕목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 것은 어른이 되어서부터다. 어릴 때는 습관적으로 남 앞에 예의 바르고 공손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잘 익은 곡식이 절로 머리를 숙인다는 생각을 하며 한층 언행에 주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만하고 교만한 언행을 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하는가? 그런 사람과 부딪힌 일은 없는가?

그런 사람과 부딪히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다고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겸손은 남의 오만까지 배려하는 여유가 따라야 한다. 진정한 겸손은 감정을 억누르고 남의 말과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지만 나도 성인군자는 아니다.


요즘같이 이기적이고 각박한 시대의 대표적인 화두가 ‘배려’다. 힘이 있고 잘났다고 남을 업신여기고 깔보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배려하는 마음씨도 타고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배려는 일찍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배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남의 어려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옳은 말이다. 나에게도 좌절과 방황의 시기가 있었고 그게 지금 생각하면 참 소중한 재산이고 경험이었다. 5살에 김지미 선배와 ‘황혼열차’로 데뷔해 철이 들면서 학교로 돌아갔는데 기초가 없어 성적은 열등감 속에서 헤맨 열등생이었다. 간신히 입학한 대학(외국어대)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지만 그 나라가 망해 취직도 못하고 군복무후 몇 년간 백수로 방황할 때가 있었다.


겸손해서 손해 본 일은 없는가?

기억에 없다. 덕 본 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요즘 결혼한 5쌍 중 한 쌍이 젊을 때 이혼한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 들어 매우 행복하게 살아온 연예인들도 줄줄이 파경을 맞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가정에 대한 고민 경험은 없는가? 부인 오소영 작가(조각가)와 연애 시절 처음으로 기사를 쓴 기억이 난다. 결혼 후 아들 형제를 두고 지금껏 행복하게 잘 사는 걸로만 알려져 있는데.

부부 사이는 남들이 모른다. 살다보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부부싸움은 서로 칼날을 세우는데서 발생하는데 내가 워낙 두루뭉실하고 솜방망이라서 적수가 못된다. 잘 알겠지만 아내는 예민하고 섬세하고 매우 여성적이다.


언젠가 부인을 위한 창작 공간을 마련해서 작품 활동을 뒷바라지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도 그걸 희망했는데 창작 열의가 시간이 지나자 자식에 대한 열의로 바뀌더라. 아마도 자기 자신의 일보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일이 더 행복한 모양이다. 두 아들이 모두 미국 유학중이다. 첫째(다빈)는 엄마를 닮아 올해 뉴욕에 있는 미술대에 입학해 그림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필립)는 중3이다. 해마다 아이들이 두 차례 오고 우리가 한차례씩 미국 가서 함께 지낸다.


어릴 때 본 다빈이는 아주 잘 생긴 미남이었다. 배우가 맞을 것도 같은데?

둘째가 지금은 훨씬 잘 생겼다. 그 녀석이 배우가 될지 모르겠다.


당신은 매사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 왔다. 가정에서도 성실한 남편이었지만 배우생활에서도 착실하고 모범적인 선배로 후배들에게 알려져 있다. 스스로도 그 점을 맞다고 생각하는가?

많이 게을러졌다. 라식수술을 해서 눈이 잘 보이기는 하지만 노안으로 접어들어 그 좋아하는 독서를 많이 못한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던 군대시절이 그립다. 우리 인생은 너무 짧다. 젊을 때는 수백년 살 것 같지만 나이 들수록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모자란다. 일에는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내 근성이다. 배역을 맡으면 출연이 끝날 때까지 그 인물에 함몰해 정신병자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올인을 못해 후회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장호 감독의 ‘천재선언’ 때 어쩌다 다른 작품 하나를 더 하게 되어 정성을 못다 쏟은 게 마음에 걸린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탁월한 연기자라는 생각도 안한다. 그냥 직업에 철저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니 좋은 연기를 했다는 평가가 따르는 것 같다. 연기자로 매우 모자란 곳도 있다. 다른 배우처럼 저절로 눈물나오는 연기를 못한다. 슬픈 대목에 이르면 속으로 이까짓게 뭐 슬퍼냐는 생각이 치고나와 감정이 안 움직인다. 결국 약물로 처리할 수밖에... 하하하.



성공한 작품이 가장 많고 상도 가장 많이 받은 배우로 꼽힌다. 배우로서 어느 때 가장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가?

상을 받을 때마다 매번 흥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나의 아내다. 나는 덤덤한 느낌으로 상패나 트로피를 집에 갖다 놓으면 아내가 왜 기뻐하지 않느냐며 묻는다. 상 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경우로도 볼 수 있지만 사실 내가 행복한 때는 관객들이 내 작품보고 감동하고 찬사를 해줄 때이다. 이미 그때 기쁨을 느꼈는데 나중에 또 상까지 받는다고 특별히 흥분되질 않는다. 쑥스러울 때가 많다.


사람이 너무 완벽하게 살아도 재미없어 보인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말썽에 휘말리기도 하며 사는 게 인생 아닌가?

어릴 때부터 선배 어른들의 성공과 실패, 정답과 오답의 행로를 많이 보고 살았다. 틀린 길로 가다가 고생하는 경우를 뼈저리게 보며 성장했다. 어떤 길에 정답이 있는지 알면서 틀린 길로 갈 수는 없지 않는가. 남들은 재미없다, 생활이 무미건조해 보인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이 편하다. 알고보면 나는 사실, 배우 같지 않은 배우로 살고 있다.


봉사활동은 물질과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하는데 오랫동안 유니세프에 많은 정성을 쏟는 것 같다.

16년째가 된다. 지난 봄 우간다까지 그 동안 9개국을 다녀왔다. 이젠 나의 필수 일과로 되어 시간이 나면 저절로 효자동에 있는 유니세프사무실로 발걸음이 간다. 나는 그 활동을 통해 건강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서 소중한가를 느끼고 또 가난과 질병 속에서도 해맑게 웃음이 피는 어린이들을 접하며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나의 작은 정성이 죽음 앞에서 신음하는 타민족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에 너무 편안함을 느낀다.


당신의 좋은 버릇 중 ‘절제 정신’이 있다. 그건 누구에게 영향을 받은 건가?

나는 아역시절부터 촬영대기 중인 어른들 틈에 끼어 화투놀이를 즐겼다. 돈을 잃지 않으려면 함부로 배팅을 안하는 것이 화투놀이의 원칙이다. 재미있게 놀려면 탐욕과 허세를 부리지 않아야한다. 사는 것도 적절한 선에서 욕심을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젊을 때 소설가 최인호 형이 “성기야, 돈따라 가지마라. 일따라 가면 돈은 절로 따라 온다”는 말이 생각난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재산 목록 1호라면?

(그는 한참동안 생각 끝에) 비싼 가치로 보면 노트북인 것 같다.


현재 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외에 맡고 있는 직함이 몇 개인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등 10여개쯤 된다.


젊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달라.

말하기가 힘들다. 내 자식의 세계도 잘 모르는데 남의 귀한 자녀들에게 함부로 ‘이래라’ ‘뭐가 잘못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한 가지 부탁은 하고 싶다. 지금 편안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준 어른들에 대한 고마움을 모든 젊은이들이 잊지 말았으면 하는 부탁이다. 연기하는 후배들에게도 같은 부탁을 하고 싶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역시절까지 합산하면 40여년의 연기생활. 성인 연기자로 나타난 후부터 30년을 두고 만나 왔지만 정말 그는 얼굴이 조금 늙기 시작했다는 것뿐 변한 게 별로 없다. 언제나 마주 앉으면 편안해서 좋다. 그의 말대로 ‘배우 같지 않은 배우’의 소탈한 인간미가 격식을 필요치 않게 만들고, 평범하게 생긴 남자의 분위기가 늘 만나는 친구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수십 년 단골이라는 압구정동 세발 낙지집으로 가자며 손목을 끌어 잡는다.



[인터뷰이 나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국민배우 안성기 씨는 8월 1일 재단의 사업 중 하나인 ‘꿈나무 필름 아트 캠프’ 2013년도 1차 교육장소인 제주도 남원읍 남원초등학교 어린이 출범식에 참석해 참가한 어린이들의 출범식을 주관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신영균 설립자와 캠프의 명예교장을 맡은 박종원 한예종 총장, 신언식 JIBS 회장, 변호사 출신 영화배우인 홍승기 인하대 로스쿨교수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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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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