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지나도 변함없는 미나리꽝
반세기가 지나도 변함없는 미나리꽝
  • 김철
  • 승인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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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이라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초근목피도 마다 않고 죽술연명하는 시절이다. 그 때가 얼마나 비참한지는 오늘 날에도 볼 수 있듯이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한 빈민국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된다. 먹을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그 시절 가난한 고향 산촌에 처음으로 미나리꽝이 생겼다. 처음 몇 포기로 시작한 미나리꽝은 몇 년이 지나면서 70㎡ 정도 되는 짚 앞의 습지를 푸르게 덮었다. 한 뙈기의 땅조차 구하기 힘든 판에 미나리꽝이라면 보통 집으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을 것은 당연했다.

전설의 고향 무대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 미나리꽝이 세월의 영고성쇠와 아랑곳없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시골 우리 집 옆에 버젓이 건재하고 있다. 한때는 왕골과 벼를 심는 문전옥답으로 변했다가 잡초가 무성한 버림받은 땅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나리는 땅이 기름지고 물이 많이 괴는 곳이라면 죽지 않고 끈질기게 번식을 한다. 한 번 뿌리를 내린 미나리의 생명력은 놀랍다. 태풍으로 산비탈의 마을을 끼고 흐르는 냇물이 세차게 범람하면서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도 냇가의 돌미나리는 여전히 돋아난다.

다른 작물을 심을 생각으로 집안의 텃밭에 얼마간 심은 돌미나리를 캐어내려 해도 몇 년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나리가 필요하면 냇가 여기저기에서 자생하는 돌미나리를 채취해도 마을 사람들이 먹고 남는다. 인근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환경이다. 뿌리를 뽑아도 좀체 뽑히지 않는 것이 미나리이다. 근절해야 할 대상은 농작물이 아니라 농작물을 해치는 잡초와 마치 잡초처럼 아무리 뽑아도 끈질기게 돋아나는 사회악이다. 알칼리성 식품인 미나리가 과학적으로 건강에 유익하다고 널리 알려지면서 미나리의 효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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