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임예진의 누드파문
스무살 임예진의 누드파문
  • 김두호
  • 승인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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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동생에게 옷을 입혀라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얼마전 어느 신문이 입수해 공개해 충격을 주었던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의 누드 사진이 결국 가짜였다고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릴 것 가려서 내보낸 사진이지만 앞뒤에서 찍었다는 그 사진은 순식간에 네티즌들의 클릭 손가락에 불을 당겨 검색사이트 1순위로 쳐 올랐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누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화제거리를 만들어내는 호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것은 분명한 듯 하다.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의 가위가 번득이던 시절에도 관객을 유혹하기 위해 영화나 연극의 연출자들이 곧잘 여배우의 옷을 벗겨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연간 1백여 편의 영화가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 충무로에서 누드 파문이 일어났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연출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이원세 감독이 1979년에 <땅콩껍질 속의 연가>를 연출하면서 발생했다.


작품속의 주연 여배우는 요즘 표현으로 ‘국민 여동생’의 인기를 누렸던 임예진. 청순하고 아름다운 하이틴 스타의 원조였던 임예진이 막 소녀티를 벗고 스무살이 되던 해였으니 성인 신고식을 알몸 연기로 치룬다고 시끌시끌 했다. 그런데 감독도 정작 심의창구를 의식해 겁을 먹었든지 알몸 연기는 시키지 못하고 사진작가를 동원해 폐쇄된 스튜디오에서 누드 사진 한 장만 달랑 찍어 필름에 삽입시키는 정도를 시도했다. 논란이 일어나자 임예진의 어머니가 벌컥 화를 내며 감독에게 “잘라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때 어머니 한정우씨는 말했다.


“배우가 감독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지만 심한 장면은 삼가해 달라고 미리 부탁했다. 그런데 옷을 벗겨 집안부터 난리가 났다. 엄격한 할아버지가 당장 배우 집어치우라고 대노하셨고 친지들 모두가 돈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비아냥거려 참기 힘들다.”


하지만 감독은 ‘삭제 불가’로 버티며 말했다.


“성인 연기자가 되려면 생각도 바꾸고 이미지도 바꾸어야 한다. 만년 소녀 연기자로 생각하면 성공 못한다. 일부러 벗기려고 찍는 영화가 아니다. 내용과 관련이 있어서 작품으로 활용한 것이다. 억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차라리 고소를 하도록 요청하겠다.” 이 감독은 단호하게 말하며 거부했다.


그 바람에 난감해진 사람은 당사자인 임예진. 감독이 시키는대로 연기의 연장선에서 편하게 옷을 벗었다는 그녀는 어머니 주장도 외면하지 못해 “양쪽 주장이 모두 옳아서 어느 편에 설지 황당하다”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작품은 감독이 버틴대로 벗기기 위한 의도가 아닌 예술행위의 한 컷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작품에서 어린 모델역의 임예진을 리드한 남자배우가 한참 연상의 배우 신성일이다. 한집에 살고 있는 신성일이 우연히 임예진의 누드 사진 한 장을 발견, 그녀가 누드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였다.



필자가 언젠가 십수년 동안 수많은 청춘 여배우를 가슴에 안고 공연한 신성일에게 ‘당신이 만난 여배우 중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대뜸 “20대의 임예진 누드를 보고 가장 예쁜 몸매라고 생각했다. 카메라 앞에서 잠깐 스쳐가는 장면이었지만 깨끗한 우유빛 피부에 신비로운 볼륨을 간직해 오래도록 그림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최근 <신상옥 최은희 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는 등 사회활동을 바쁘게 시작했고, 작가적인 연출 역량을 보이며 많은 화제작을 만들었던 이원세 감독은 오래전 소리없이 충무로에서 사라졌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인데 이민 간 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모국을 찾아와도 그의 모습은 본적이 없다. 물론 ‘임예진 누드 파문’과 그의 이민은 무관하다. 주인공 임예진은 여전히 드라마와 연예프로의 잘 나가는 중년 스타로 활발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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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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