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에 걷는 낭만의 덕수궁 돌담길
여름날에 걷는 낭만의 덕수궁 돌담길
  • 김철
  • 승인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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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해도 가까이 두면 나중에는 무관심해지기 쉽다. 하루에도 몇 차례 덕수궁 앞을 지나칠 때는 별다른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회사와 덕수궁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위치한 탓에 출퇴근 때는 물론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치는 것이 덕수궁이었다. 그 주변에는 가볼만한 명소도 여러 군데고 소문난 맛집도 더러 있어 종종 돌담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몇 년이 더 흐른 뒤 다시 본 덕수궁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높다란 돌담이며 궁궐의 건축물이야 예전과 다를 게 무엇이 있으랴만 정취만은 예전 것이 아니었다.

덕수궁이 조선왕조를 거쳐 해방 직후까지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름날 오후 돌담길을 걷는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이 한결 느긋해 보인다. 산뜻하게 정비된 돌담길이 발걸음을 어쩐지 가볍게 하고 녹음이 짙은 가로수와 조경수는 한결 운치를 더해 준다. 일단 돌담길에 발을 들여 놓으면 도심의 거리를 쫓기듯 바삐 걸어가는 습관부터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사라진다. 갈 길이 바쁘다 해도 시선을 붙드는 것이 돌담길 풍경이고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것이 담장에서 흘러나오는 굴곡 많은 역사의 숨결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흘러간 노랫말 그대로 비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혼자 거닐어도 좋고 푸르른 날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터이다. 세월이 흘러 함께 돌담길을 걷던 지인들은 간 데 없어도 돌담은 지금도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다. 그리움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깊어진다.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고 사는 사이라면 그리움커녕 소 닭 보듯이 무심하게 지내기가 쉽다. 세상에는 이름난 탐방 길이 많고 많지만 중후한 고전미가 서린 덕수궁 돌담길은 여느 길과 달리 나름의 짧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도심 속 낭만의 길이 아닌가 싶다. 햇살 눈부신 여름 어느 날 오랜만에 걷는 돌담길이 그러했다.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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