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과 충성 경쟁 벌인 5공시절의 KBS 사장
경비원과 충성 경쟁 벌인 5공시절의 KBS 사장
  • 신일하
  • 승인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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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의 텔레비안 나이트>


[인터뷰365 신일하] 5공 시절 KBS 이OO 사장은 신군부를 향한 과잉 충성 경쟁으로 유명했다. 그 정도가 오죽했으면 강준만은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이OO은 전두환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는 KBS의 모든 역량을 전두환을 위해 바치기로 작정한양, 사장이란 직위에도 불구하고 PD역할까지 도맡아 했다”고 했을까. 그의 KBS 사장 시절이었던 80년대 초 중반에 방송기자이었던 필자 기억에도 KBS 사상 그처럼 무소불위의 리더십을 발휘한 사장은 없었다고 본다.


‘정열적인 언론인’이란 평도 있었고 83년 생방송 ‘남북 이산 가족찾기’ 프로그램의 성공이란 공로도 인정되지만 사원들에게 ‘무서운 폭군’ ‘왕PD' '괴벨스’ 등 호칭이 많았다. 3천여명이 넘는 사원을 거느린 수장으로 막강한 파워를 쥔 사장이었지만 연초 대통령의 연두순시 스케줄이 잡히면 충성을 위한 그의 열정은 ‘임 향한 일편단심’과 같았다.


그런데 그의 간을 서늘하게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각하의 KBS 연초 순시 날이었다. 여의도 방송왕국은 온 사원들이 초긴장 상태로 근무에 들어갔다. 청와대 경호실은 쥐새끼 한 마리도 얼씬 못하게 경계 태세와 철통보안 속에 그날 행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승용차가 도착하자 이OO사장은 본관 계단 아래에서 정중히 각하를 맞았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각하의 동선에 따라 움직였고 이OO 사장은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둘이 계단 중간에 오르고 있을 때다.


“충성”


계단을 오르던 전 대통령이 우렁찬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긴 계단 맨 아래에서 누가 거수경례를 하며 외친 구호였다. 누굴까. 군복무 시절 들어 본 구호라 걸음을 멈추었다. 수행한 경호원에게 그를 데려오도록 했다. 경호원과 함께 달려온 사람을 보니 그전에 자신의 부관으로 데리고 있던 부하가 아닌가.


“아! 자네 OOO 아닌가. 여기서 뭐하나?”

“각하. 오랜만입니다. KBS 경비원이 되었습니다.”

“그래, 언제부터?”

아니 이런 돌발적인 일이 벌어지다니. 이OO 사장은 간이 서늘해질 정도로 놀라는 기색이었다. 초조해져 두 손을 모은 채 곁에서 지켜보았다. 사색이 되어 다리를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모습을 경호원들은 보았을 것이다. 청사를 올라 사장실에서 브리핑을 받은 전대통령은 그날 떠나며 이OO 사장에게 한 마디를 해 줬다고 한다.


“아까 계단에서 본 경비원 말야. 옛날 내 부관 이었어. 잘 좀 대해줘”


이사장은 고개를 숙이면서 “예. 각하”하고 약속해 주었다는 것이다. 각하를 본관 입구까지 내려가 배웅하고 사장실에 올라간 이사장은 간부들과 회의를 마치기가 무섭게 그 경비원을 불렀다.

“자네 말야.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왜 진작 말하지 않고.”하며 위로해주고 그가 원하는 직위를 물었다. 다음 날 그는 경비실의 간부로 등극(?)되는 인사발령이 났다. 그 경비원은 소동을 빚어 혹시 해고되지 않을 까 그날 밤 노심초사 했을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된 옛 상관을 볼 기회를 포착, 경호원까지 아연실색하게 만든 소동을 그의 용기로 볼 것인가 아니면 충성심으로 보아야 하나. 처세술의 달인이었던 이OO 사장은 목숨 건 돌출 행동을 보인 그를 그만 둘 때까지 보호(?)해 주었다는 후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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