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동의 한복판에서 사는 김현주 교수
문제아동의 한복판에서 사는 김현주 교수
  • 김두호
  • 승인 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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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자녀의 뜻대로 키워야한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시대의 변화는 아동의 성장과 생활문화에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흔들리는 가정의 문제 아동들 속에서 일하는 아동심리치료 전문 카운셀러 김현주 씨(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 / 라파심리상담센터소장)는 ‘부모는 자녀의 날씨와 같다’고 말한다. 부모가 흐리면 자녀도 흐리고 부모가 맑으면 자녀도 맑다는 것을 좌표 삼아 20여 년째 문제 아동들의 심리 치료 상담을 해오고 있다.

 

과연 이 시대 어린이들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일까?

왜 그들 중에는 멀쩡한 부모를 두고 우울증에서 헤매거나 양지에 살면서도 그늘진 음지의 아이처럼 마음 고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매월 2백여 명, 연간 수천 명의 문제아동들과 부딪치며 함께 돌파구를 찾아 애환을 함께 해온 전문 아동심리전문가에게 아동문화의 문제점과 실태, 그리고 그들을 바람직하게 키울 수 있는 지혜를 물었다.

 

 

상담센터에 들어서면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부모는 자녀의 날씨 / 부부는 서로의 날씨 / 엄마가 흐림이면 자녀도 흐림 / 아빠가 천둥번개면 엄마도 천둥번개 / 부모가 맑음이면 자녀도 맑음’이라는 상담소 표어가 시선을 끈다. 출처가 어디인가?

내가 상담 체험 속에서 생각한 것을 함축해서 표현한 말이다. 어린이의 세계는 부모의 세계와 다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문제가 파생한다. 한마디로 아동문제는 지나친 관심과 간섭, 반대로 지나친 무관심에서 발생한다. 어른이 자기 생각으로, 자녀의 생각과 의견을 무시하고 제 생각을 실행토록 하는 시대에 많은 어린이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 부모가 밝게 살고 맑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그들도 밝고 맑게 산다는 뜻이다.

 

아동의 심리치료는 의료분야의 신경정신과치료와 어떻게 다른가?

의료상 치료는 약물요법과 처방이 따른다. 심리치료는 심리학과 사회복지학 차원에서 말 그대로 불안정 심리현상의 치유에 목적을 두고 있다. 문제가 있는 아동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가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 원인을 알아내 그것을 해소 시키고 산만한 집중력을 복원시켜주는 작업이다.

 

언제부터 아동 상담활동을 시작하였는가?

1990년대 초부터다. 서울시립아동상담소의 전문 카운슬러로 시작해 18년이 넘었다.

 

 

 

 

아동의 생활문화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화했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아동상담 분야의 일선에서 일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특징적으로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문제 아동의 연령대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주로 상담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층이나 미취학 어린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대학 1, 2학년에 이르는 청소년층까지 상담 대상이 되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과거의 문제 아동들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 품행장애나 비행 청소년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우울증에 빠진 아이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바로 학업 성적과 관련해 성적부진, 부모의 극성 지도나 열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방법이 문제가 되는 사례가 많다. 그리고 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와 가정불화, 엄마의 성격 장애, 학원 공부에 대한 중압감 등이 문제 아동을 키우는 원인들이다. 특히 일요일도 없이 공부하다가 그것을 이기지 못해 무기력해지면 의욕상실에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아동의 증세를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대표적인 것이 사물에 대한 지나친 반응이다. 일종의 과민성인데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작은 일에도 자극을 받고 짜증을 내거나 반항, 분노,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럴 때 부모는 오히려 자녀를 강압적인 훈육방법으로 버릇을 고치려하지만 그것이 더 부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증세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경우들이 된다.

치료방법은 비록 잘못 판단한다 해도 겁부터 주지 말고 자식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따뜻한 배려가 강압보다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잠자리에서 오줌을 싸는 야뇨증 남매가 있었다. 여자 아이는 심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일종의 선택적 함묵증까지 있었다. 남자 아이는 또 발음이 불확실한 조음장애 증세가 심해 엄마가 두 아이를 데려왔다. 모두 강압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증세였다. 상담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그런 경우 모래치료라는 방법을 활용해 효과를 보았다.

 

모래치료가 무엇인가?

모래를 담은 상자를 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마음을 열어놓고 무엇이든 만들고 이루도록 하는 치료방법이다. 모래 위에 자기만의 세계를 꾸미게 함으로써 일종의 자기만의 공간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작업이다.

심리치료는 검사에서 시작해 놀이를 통한 치료, 미술치료, 요리치료, 운동치료 등의 방법들이 활용된다. 그중에 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부모를 통해 바로 잡아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흔하지만 기억에 남는 사례라면?

이를테면 화이트 컬러로 일컫는 지성인 가정에 오히려 문제 아동이 많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양육법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교직자 자녀중에도 잘못된 문제아동과 빈번하게 마주친다. 어른의 사고 안에 자식을 가두어 놓고 자기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기 때문이다. 또 휴일도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공직자나 맞벌이 부부 가정에는 오히려 제어기능이 너무 부족해 문제 아동이 생겨난다. 대학 초년생인 남자 학생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와 심리 치료를 해준 적이 있다. 고교생인 동생이 공직생활을 하는 엄마의 강압 교육방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살한 뒤 형도 그 공포에서 살고 있었다.

 

결국 학업과 관련된 심리변화로 고생하는 문제 아동들이 많아진 것이 이 시대의 고민거리인가?

그렇다. 내가 서울시립아동상담소에 있을 때만 해도 부모의 무관심이나 결손가정, 빈곤에서 비롯된 도벽이나 무단가출, 조숙한 성행위 등의 비행 아동이 많았다. 한번 빗나가면 고치기 힘든 습성이 되어 초기에 바로잡아 주어야한다. 언젠가는 중3의 아들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인데도 불구하고 폰팅과 폰섹스에 빠져 고민하는 어머니를 만났다. 이혼하고 어머니와 살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그런 유혹에 빠져든 것인데 사실 지금은 성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보다 연령대가 낮아져 중학생 층을 과거 고교생 기준으로 보고 있다.

 

 

아동 심리치료 전문가 김현주 교수는 숙명여대 교육심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거쳐 한양대에서 아동심리치료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서울 사당동과 상계동에 라파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남서울대 강의를 뺀 시간은 하루 평균 5명 이상의 상담스케쥴로 휴일도 없이 살고 있다. 그의 바쁜 일과는 문제 아동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인의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도 결례가 되지 않는지?

하하하. 아주 평범하다. 아들 하나뿐인데 단 한번도 그 자신의 문제를 두고 부모가 먼저 결정한 적이 없다. 본인의 의사를 먼저 듣고 그의 생각이 옳으면 부모가 자식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주변 여건만을 지원하고 조성해주는 식의 뒷바라지를 했다. 지금 의과대학에 다니는데 그것도 본인이 스스로 결정했고 공부도 나 역시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이라 그냥 곁에서 함께 공부했다. 내가 공부하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보곤 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과잉교육 열기에 휩싸여 있다. 결국 계속해서 우리 사회는 그로 인한 문제 아동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심리학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라는 말이 있다. 과잉 행동을 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주의력이 떨어져 부주의를 반복하는 경우들이 대개는 우리의 교육풍토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상적인 아동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해서 설명한다면?

역시 심리학에서 ‘리바운드 효과’라는 말을 쓴다. 강제로 시키면 더 안한다는 말이다. 강압은 스트레스를 더 받게 하므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문제 아동과 상담 치료를 시작하면 얼마나 걸리는가?

심리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개는 7,8개월에서 길게는 1,2년에 걸릴 때도 있다. 결국 한동안 선생님이나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문제 아동이 상담치료를 통해 정상을 회복하면 보람도 따르겠다.

물론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일본인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가정의 아동인데 한번 인연으로 해를 두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온다. 또 어떤 할머니는 손자의 비행이 고쳐진 뒤 손수 지은 농산물을 계속해서 보내주신다.

 

그동안 상담창구를 통해 만난 문제 아동은 얼마나 되는가?

상담기록을 아직 종합해 보지는 않았지만 1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많다고 자랑할 것 까진 없다. 한명이라도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이 소중하지 않는가? 언제나 생각하지만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사교육 경쟁이나 무리한 자녀의 학업경쟁보다 타고난 재능을 조기 발견해 특색있고 자녀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꿈을 키워 주는 가정이나 학교교육 풍토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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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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