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미녀, 정윤희
대한민국 대표미녀, 정윤희
  • 김두호
  • 승인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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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고의 미녀는 누구였을까?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60여년 우리 대중문화예술사의 인기 좌에 한 획을 그은 여자 연예인은 별처럼 많다. 영화배우에서 가수 탤런트 개그맨 모델들까지 모두가 대중의 추억 속에 들어앉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 중에 시대를 불문하고 ‘최고의 미녀가 누구였는가?’를 묻게 되면 연예계 인물들의 변모를 오랫동안 지켜본 대다수는 김지미 아니면 정윤희를 앞머리에 꼽는다. 지금은 성형으로 미녀를 만드는 시대지만 그래도 그들 정도의 특출한 미인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미녀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은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몸매가 날씬한데 있다. 그러나 국가적 인종적 전통이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르거나 차이를 나타낸다. 우리 연예인들의 경우도 과거에는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얼굴형이 달덩이 같은 얼굴에 청순하고 모성애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 적당히 통통한 건강미를 보여야 미인 축에 들었다. 키는 대부분 작았던 시대이므로 큰 키는 오히려 흠이 됐다. 또 다들 허약한 시대였으므로 미녀는 마른 쪽보다 다소 살찐 형이 복스럽다며 매력을 샀다.


영화배우로 ‘성춘향’의 최은희 같은 얼굴이 과거에는 표준형 미녀로 사랑을 받았으나 차츰 얼굴이 작고 갸름하며 조금은 서구형 윤곽을 가진 김지미 같은 배우가 세련된 미녀로 꼽혔다.


지금은 섹슈얼한 개성미, 즉 분위기 있는 얼굴에 신체적으로 키가 크고 볼륨이 있으면서 늘씬한 다리를 가져야 미녀로 평가를 받는다. 김태희, 전지현, 송혜교 등 요즘은 미녀도 많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얼굴 윤곽까지 교정해 미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특히 키가 작거나 체중 조절에 실패한 여성은 이제 이목구비가 뛰어나도 실격감이다.



정윤희는 고전미와 현대적 미색을 다 같이 겸비한 절세(絶世) 미녀로 꼽힌다. 정윤희의 전성기에 김호선 감독이 그녀의 미모를 다음과 같이 예찬 했다.

‘알맞은 키에 알맞은 가슴과 바가지 두 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히프를 가진 여자. 360도 팬(회전)해 봐도 고르고 알맞게 살진 여자. 어쩌면 작은 몸매에 그토록 알맞은 몸의 균형을 가지고 있을까? 대바구니에 담아도 담겨질 것 같은, 주머니에 넣어도 전혀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만 같은 새 같은 여자다. 윤기 흐르는 까무잡잡한 피부는 블랙 올페의 연인을 연상케 하고 가늘고 긴 목과 작은 어깨는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킨다.카메라가 그녀의 앞가슴을 열어젖히면 왼쪽 가슴에서부터 오른쪽 가슴으로 대각선을 이루며 흐르는 두 개의 점이 나타난다. 그 두 개의 점이 어쩌면 몸의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루는지 다시 한번 경탄케 한다. 그 점을 떼어 몸의 각 부문의 무게 비례를 저울에 달아 본다면 아마도 정확한 평균치가 나올 것이다. 작은 공간에서는 한없이 작아 보이고 큰 공간에서는 한없이 커 보이는 여자 ....’


1976년 TBC-TV(현 KBS-2TV)의 ‘쇼쇼쇼’의 MC로 모습을 드러낸 후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 연기자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으나 1984년말 중앙산업 조규영회장과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떠났다. 그 후 한 번도 공개된 장소에 나타나 지 않았다. 두 번 다시 뉴스나 카메라에 모습이 잡힌 적도 없으므로 확실하게 은퇴한 연예인이다.


막 20대를 넘어선 나이, 강남 네거리의 어느 예식장에서 면사포를 쓰고 떠나던 정윤희의 마지막 자태는 눈부시게 만개한 한 송이의 붉고 싱싱한 장미꽃의 미녀였다.


23년이 흘렀다. 그동안 근황이 궁금할 때마다 필자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 간혹 친분을 나누어 온 부군을 만나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냥 평화롭게 잘 지낸다는 대답이다. 그토록 화려했던 길도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 한 가정의 여자로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살아온 정윤희의 인생관과 삶의 행로는 그대로 슬기로운 여자의 성공한 행복이며 덕목이 될 만하다.


그녀는 연예인 시절도 자유로우면서도 지혜롭게 처신하고 강단 있게 행동했다. 필자는 현장을 뛰던 시절 사전 약속 없이 연예인의 집을 방문할 때가 있었다. 가족들과도 친분을 나누고 살아 그것이 결례가 되지 않을 때였다 .


1981년 2월 어느 날 따사로운 늦겨울 볕이 창안으로 쏟아지는 그녀의 한남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혼자 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그녀는 가슴속에 담아둔 소망이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며 인생관 같은 생각들을 매우 솔직하게 고백했다. 생각 없이 살 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머릿속에 정돈된 생각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한 계기였다.


“사랑할 때는 사랑이 전부인 여자, 절망할 때는 절망이 전부인 여자, 잊어버릴 때는 모든 것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여자, 오늘 고독하다면 고독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가슴을 태우는 여자, 내일 다시 고독해지더라도 오늘 사랑할 줄 아는 여자, 그러면서 내일의 꿈을 먹고 사는 마음 따뜻하고 심장이 뜨거운 여자...”


몇 마디 인사말이 끝나자 그녀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준비해둔 시 구절을 낭송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여자가 얼마나 멋있느냐면서. 꿈을 버리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고 가식 없이 행동하며 살아가는 삶이 최상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는 싱겁게 말꼬리를 돌렸다. 그것은 출연중인 드라마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두고 한 말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실존 인물을 소재로 다룬 KBS-2TV 연속극 ‘혼자 사는 여자’의 배정자로 출연중일 때다.


“연기생활 7년 만에 이렇게 극중 인물이 된 착각 속에 빠진 것은 처음”이라며 극중 배역인 ‘배정자’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직업(현실)에 충실한 일면일 수도 있었지만 극중 인물을 통해 자신의 분출하지 못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소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가족 이야기를 별로 밝힌 적이 없지만 일찍 부모와 사별 했고 딸 셋 중 막내로 언니가족들이 고향인 부산에서 살고 있는 정도로 알려졌다. 곁에는 일을 도와주는 동생뻘 여자가 함께 살기도 했지만 늘 혼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외로운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가방 몇 개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짐을 챙겨 떠날 수 있어요. 뭘 잔뜩 꾸며 놓고 어수선하게 복잡하게 사는 건 싫어요.”


당시 그녀의 52평짜리 넓은 아파트에는 장식물이나 가구도 별로 없었다. 사치나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며 단순하면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그때 그녀의 생활관이었다.


그랬었다. 정윤희라는 여배우의 현명한 점은 가슴에 누구보다 강렬한 열정을 품고 있었지만 허황된 꿈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막힌 길에서도 절망 않고 씩씩하게 뚫고 지나간 모습들이다. 결혼직전 애정문제로 생애 최악의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현실을 거부하지 않고 차분하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결혼에 이른 일, 결혼과 함께 화려했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지우개로 칠판글씨 지우듯이 깨끗하게 지워 버리고 살았다.


스스로 스포트라이트를 꺼버린 채 무명시절로 돌아가 어느덧 장성한 자녀를 둔 50줄 어머니가 됐다. 지난 23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보다 다복한 여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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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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