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의 소리 함부로 외치지 마라
‘위기 극복’의 소리 함부로 외치지 마라
  • 김문희
  • 승인 20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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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신뢰는 봉사정신과 청빈에서 나온다 / 김문희



[인터뷰365 김문희] 경제위기와 관련해 도처에서 ‘임금을 줄여 잡 셰어링을 한다’는 등 위기 극복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문화산업 전반의 행정을 관장하는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연봉이 인상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국회자료를 통해 알려진 그 분들의 연봉 액수를 보니 대부분 연 8천만원이 넘고 어떤 곳은 1억4천여만원에 이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예술의 전당, 신문유통원, 그랜드코리아레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 국제방송교류재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은 모두 억대 연봉의 자리였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의 자리는 고루하지만 올바른 말로 표현하면 국가와 국민을 대행해 공익사업을 업무로 하는 매우 영예롭고 신성한 자리다. 수천 개가 넘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느 나라든 권력이 바뀔 때마다 권력을 승계한 인물을 정점에 두고 또 실세라는 이름의 파벌이 생기고 그들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온갖 암투가 벌어진다. 지금 우리 정부도 초기에 실세간의 자리다툼에서 비롯된 자중지란이 일어나 보기 거북한 모습을 드러냈다.

역대 권력 가운데 청빈하고 신뢰받는 지도자가 몇 명이나 있었던가를 돌이켜 보면 굳이 지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덕목, 지도자가 존경받을 수 있는 첫 번째의 조건이 사리사욕을 자제하는 일이다. 욕심을 비운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일이므로 수사(修辭)에 불과한 생각이고 적어도 책임이 무겁고 큰 자리에 오르면 정도(正道)를 지키는 자세는 필요하고 한걸음 더 신분에 걸맞는 봉사와 기여정신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대체로 공공기관의 수장이 된 공직자들은 평생을 두고 정부 또는 공사기관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사람들도 많은데, 시각을 바꾸어 생각하면 그들은 모두 지난날 국가적 사회적 혜택을 받아온 분들이다. 옳은 지도자의 덕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후반기 마지막 공직의 자리는 받은 혜택을 직장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연봉을 받지 않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연봉이 없는 공직자의 자리라면 낙하산 인사도 국민들이 아주 당당하게 인정해줄 수 있고 부당인사를 둘러 싼 권력의 암투도 사라질 것이다.


연봉이 없거나 말직의 직원보다 더 적게 받는 수장의 자리. 그런 생각을 해 본 필자 스스로도 같은 입장에 마주쳤을 때 실천할 용기가 있을지 반문해 보지만 역시 듣기 좋은 이상론이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런 시국에 고액의 연봉을 더 올려준다고 한다면 그것만은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극구 반대할 자신은 있다. 억대 연봉이 적어서 더 올려주고 더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잡 셰어링’을 권하고, 위기가 기회라며 거느리고 있는 직원이나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 매게 독려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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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국제경제학 박사로 홍익대, 서울시립대, 가톨릭대 등에서 경제·경영학 강의, 국민대와 상지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관세청 관세평가협의회 평가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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